서강대 신학연구소·종교연구소 '새 복음화와 한국 천주교회' 심포지엄 좌담회 정의·생태 문제에 존재론적 삶의 모습 보여야 교회내 여성 불평등 없애고 평신도 역할 확대
치유자 예수 그리스도 닮은 사제·수도자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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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 각 부문 담당자들이 3일 '새 복음화와 한국 천주교회'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 좌담회에서 해당 분야 현주소와 미래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지난달 바티칸에서 '그리스도 신앙 전수를 위한 새 복음화'를 주제로 한 세계 주교시노드 제13차 정기회의가 열렸다. 변화의 파고(波高)에 직면한 현대교회의 새 복음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새 복음화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 쇄신의 계승이자, 그리스도 신앙의 존재 이유다. 새 복음화를 실천하려면 한국교회도 근본적 쇄신이 선행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서강대 신학대학원 신학연구소(소장 박병관 신부)와 인문대학 종교연구소(소장 김성례)는 2~3일 서강대 정하상관에서 '새 복음화와 한국 천주교회'를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 마지막 순서로 좌담회를 열었다. 이 좌담회에는 정의평화ㆍ여성ㆍ생태영성ㆍ사제양성 등 각 분야 담당자들이 나와 해당 부문 현주소를 짚고 전망을 제시했다.
신학연구소 소장 박병관 신부는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톨릭교회가 해야 하는 가장 근본적 질문은 '어떤 모습의 교회가 되고자 하는가'"라며 "새 복음화를 통한 교회 쇄신이야말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완성"이라고 강조했다. 박 신부는 "이를 위해 교회는 조직 중심에서 벗어나 모든 영역에서 화해하고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좌담회 내용 요약. 강성화 기자 michaela25@pbc.co.kr
▶정의평화(박동호 서울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신부)= 우리나라는 고도 압축성장을 지나 오늘에 이르렀다. 경제분야 총량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분배 왜곡은 심각한 빈부격차를 낳았고, 그에 따른 사회문제는 불치의 지경에 이르렀다. 한국사회에서 정의, 평화, 인권 문제는 실종 상태에 있다. 한국교회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몇 해 전 각 교구는 경쟁적으로 시노드(公議會)를 열었는데, 돌아보니 회의를 위한 회의[空議會]가 아니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사람들은 신앙을 마음에 담아둘 정도로 마음이 여유롭지 않다. 교회는 생존을 위해 사투하는 그들에게 아무런 진단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 교회의 관심은 어디에 있는가?
▶여성(최금자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 공동대표)= 여성 신자들의 희생으로 본당 활동이 차질없이 돌아가지만 그 노고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본당 공동체 단체장은 남성 몫이고, 여성은 보조자로 만족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성차별적 사고가 교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예수는 일생 동안 섬김의 리더십을 몸소 실천했다. 교회 역사에서 섬김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 바로 여성들이다. 교회가 여성의 불평등을 해결하지 않은 채 어떻게 사회사목을 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 여성의 긍정적, 독립적 정체성은 여성 그리스도인들의 연대를 통해 강화된다. 더불어 여성 신자들 간의 연대는 같은 여성인 수도자들과의 연대는 물론 외부 여성단체와의 연대로 확장돼야 한다.
▶생태영성(맹주형 서울 환경사목위원회 교육기획실장)= 주교회의는 대선에 정치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탈핵ㆍ탈원전에 대한 공식 입장을 유보했다. 4대강 사업,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밀양 송전탑 공사, 핵발전소 건립 문제 등도 모두 존재론적 삶이 부재(不在)한 소유의 삶을 사는 교회 모습을 보여준다. 교회는 무소유의 정신과 가난한 이들에게 열린 관심과 접근을 통해 존재론적 삶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수도자 양성(김영애 성심수녀회 수녀)= 세속화와 개인주의가 수도자 양성의 가장 큰 문제다.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방법을 찾아줄 모델이 필요하다. 모델은 단순하다. 복음의 핵심은 단순한데 우리가 복잡하게 만들어 놓았다. 공의회 문헌 「수도생활 교령」에서 시대 징표를 읽어내야 한다. 힐링(치유)시대에 수도자들은 삶을 되돌아보고 상처입은 치유자인 예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사제양성(한영수 대구관구 대신학원 신부)= 지난 30년 동안 대신학교는 2개에서 7개로 늘어났다. 신학교 숫자 증가는 신학생 양성의 실질적 쇄신에 큰 촉매제가 됐다. 신학생 양성은 다른 어떤 양성보다 긴 기간과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가장 종합적이고 복합적인 양성이기 때문이다. 또 오늘날 급변하는 사회는 불과 몇 십 년 후의 교회 모습과 우리 민족의 신앙실천 형태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불분명하다. 이것이 오늘날 사제양성의 어려움이다. 한국교회와 신학교는 여러 차원에서 새로운 모색을 하는 중이다. 양성의 공동협력화, 양성의 단계화, 영적체험의 조직적 강화 문제는 한국교회와 전국 신학교가 더 힘을 모아 구체적 대안을 모색해야 할 부문이다.
▶평신도 양성(경동현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신학자 이브 꽁가르는 1957년 출간한 「교회 안의 평신도」를 통해 성직자 권위가 절대적이었던 공의회 이전 상황에서 평신도들도 사제와 마찬가지로 사제직ㆍ예언직ㆍ왕직을 갖는다고 선언했다. 이런 평신도가 교회 쇄신과 사회 복음화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는 평신도 계층 구성이 갈수록 중산층화되면서 신앙 활동이 일종의 치유상품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이 깊어 보인다. 한편으로 선한 동기로 묵묵히 봉사하는 신자들이 좀 더 주도성을 갖고 본당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테라피적(치유적) 사회'의 대안으로 대안 공동체 운동(마을만들기, 대안학교, 협동조합)이 활발한데 이는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진정성을 갖고 상대방과 의기투합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소공동체운동 20년이 지나도록 의미있는 대안공동체 사례가 나오지 않고, 평신도 양성이 말잔치에 그치는 이유가 무엇인지 밖의 사례를 통해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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