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라산 서쪽용 기복 심해…상격용 동서로 개장한 한라산의 서쪽 용은 영실을 분기점으로 네 마리 용으로 분맥하며 행룡한다. 서쪽으로 내려가는 용의 형세는 불뚝 솟아오른 오름이 많아 바람을 잘 막아줘 농사를 지으면 창고에 곡식이 가득하다. 지맥은 창과 같이 예리하며 행룡의 기복(起伏)이 왕성하여 용이 건강하니 땅의 기운이 힘차며, 산의 형상이 무사와 같아 무인이 많이 난다.
장군 용의 지맥에서 뻗어 나온 지룡이 거친 기운을 탈살해 부드러운 혈지를 형성하므로 제주 서쪽의 산자락 곳곳에는 형님 용에게서 분맥한 아우 용들이 사방에 귀혈을 이루며 양기가 가득한 양택지(산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를 남겨주고 있다.
산이 높고 힘찬 것은 음의 기운이 강한 것이요, 산이 낮고 부드러운 것은 양의 기운이 넘치는 것이다. 음기가 강한 산의 높은 곳의 혈장은 하늘의 궁이니 죽은 자가 머물기에 좋으며, 양기가 가득한 낮은 산자락 끝의 혈장은 땅의 궁이니 산사람이 거하기에 좋은 양택지가 된다.
하늘의 기운이 하강하고 땅의 기운이 상승해 조화를 이룬 천궁 속에 결혈하면 이것이 천교혈(天巧穴)이니 그 역량이 대단히 커서 상격룡(上格龍)에서는 군왕지지(君王之地)가 되고 중격룡(中格龍)에서는 장상지지(將相之地)가 되며 하격룡(下格龍)은 천교혈에서는 결혈하지 못한다.
당오름 남사면 상승하는 사방의 지룡과 하강하는 당오름백호의 방룡이 혈장을 이룬다.
# 용의 기운 모아 천궁 이룬 당오름 당오름은 네 마리의 용으로 이루어져 궁의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근 천궁(天宮)을 이룬다. 정물오름에서 전해진 지기가 서북쪽에서 기(起)하여 건룡으로 현무봉을 이루고, 현무봉에서 분맥한 청룡은 좌선하여 남동쪽에서 낮아져 백호와 마주하며, 현무에서 분맥한 백호는 우선하여 좌청룡과 마주하며 궁문(宮門)을 지킨다.
한라산에서 영실로 뻗어나간 맥이 행룡하여 족은대비악과 왕이메를 거쳐 감낭오름과 원물오름으로 이어지는 지룡이 사방의 용들과 함께 동사면에서 서사면에 걸쳐 행룡하며 당오름에 상승하는 기운의 지룡을 보내준다. 당오름의 손룡(남동 용)은 청룡과 기운을 합세하여 상승하고, 곤룡(남서쪽 용)과 태룡(서쪽 용)은 상승해 백호와 합세해 당오름의 정상에 올라 천궁 안에 머문다.
사방의 용이 기운을 모아 상승한 땅의 기운은 모두 당오름 정상의 천궁 안에 모여 있다. 다만, 당오름 백호의 방용 일부가 남사면으로 내려가 상승하는 용들과 하강을 교차하며 당판을 형성한다. 우뚝 솟아 오른 봉우리의 분지에 맺힌 천교혈(天巧穴)은 산 아래서는 바람에 추운듯 보이나 산 위에 올라서면 바람이 고요하고 따뜻해 순한 성곽을 두른듯 바람을 감추어준다.
이러한 우뚝 솟아오른 분지안의 천교혈에 조상을 모시면 똑똑한 자손이 나와 장원급제(壯元及第)하고 자자손손(子子孫孫) 관록(官祿)이 끊이지 않는다. 당오름은 태산같이 큰산이 아니기에 하늘의 소천궁(小天宮)이요 소천교혈(小天巧穴)이다.
# 기도하기 좋은 천궁, 당오름 주변의 사들이 사방에서 전해주는 기운을 모아 상승한 용으로 정상 한복판 분지에서 천궁을 이루어 소천교혈을 이루었으니 기도하기에 좋은 산이다.
주변의 사들이 길격이며, 부모 산인 한라산과 맥을 전해준 형님 용의 지맥을 향해 돌아보는 형상으로 남동쪽으로 얼굴을 하고 있는 부드러운 성곽의 작은 천궁 당오름이다. 현무봉인 당오름의 건룡의 용맥을 보호하면서 따라온 원진수는 입수도두 뒤에서 분수되어 양변으로 갈라졌다가 다시 혈장 앞에서 합수해야 혈장의 기운이 누설되지 않으며 혈장의 기를 잘 보호해줄 수 있다.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천지수가 있으면 더욱 길하다. 당오름의 천궁안에는 사방에서 상승한 용들이 각기 맺은 혈들이 모여 있다. 천궁의 성곽 너머로 안산이 보이는 혈은 귀혈이요 천궁 안 깊게 자리잡은 혈은 갇혀있는 혈이니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혈이다.
# 당오름 남사면까지 행룡한 원물오름용 당오름의 서사면을 상승해 오르던 용이 박환(방향을 전환)해 당오름의 남사면으로 내려가는 지맥이 하나 있다. 이는 원물오름(원수악)에서 전해지는 맥이 멀리 당오름까지 행룡해 혈장을 맺음이요, 그 행룡한 길이 태극으로 감아도는 귀룡이며, 어머니 곁을 떠나 행룡한 자식이 어머니를 돌아보며 혈을 맺는 다정한 형상이다.
산의 길이가 길고 짧음은 그 기운의 발복과 인연이 있으니 원물오름에서 당오름의 남사면까지 이어지는 용은 자손의 발복이 길고도 오래 간다. 원물오름으로부터 이어져 당오름의 남사면에 형성된 많은 혈장들은 도로를 내어 절맥(絶脈)하지 않는다면 사자(死者)가 머물기에 더없이 고요하고 평안한 땅이다. 당오름의 천궁 안의 소천교혈보다 남사면의 혈을 더 귀하게 여기는 것은 당오름 천궁 안밖에 뚫린 구멍으로 용의 기운이 누설되기 때문이다.
당오름의 구멍 천궁 안밖의 누조수로 용의 기운이 누설된다.
# 당오름의 구멍은 용의 생기를 누설 푹 꺼진 물웅덩이가 있으면 용의 생기가 이곳으로 누설된다. 누조수(漏槽水)다. 누조수는 생기를 융결시키지 못한다. 당오름의 천궁 안밖에는 뻥 뚫린 구멍으로 상처투성이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진지를 구축했던 자리에 구멍이 나고, 분화구의 허리 곳곳에 파놓은 다섯 개의 굴이 상처의 흔적으로 남아 있다. 용의 지기를 잘 모아 혈장으로 전해줘야 하는 곳곳에 누조수를 만들어 놓았으니 용의 지기와 온기가 누설돼 흩어진다.
강용으로 태어난 당오름이 전쟁의 한복판에서 잃은 것이 땅의 지기인 것이다. 전쟁의 흔적을 보존해야하는 것이 옳은지, 구멍난 용의 등줄기의 지기가 더 이상 누설되지 않도록 닫아주는 것이 옳은지…그것은 사람의 손에 달려있다. 지기는 산용이 전해주지만 그 지기를 지키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당오름용의 지기가 누설되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대로 지켜볼 수 밖에 없음이 심히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