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에는
김희영
치적치적 비 오는 날에는
감자 수제비를 끓인다
멸치 다시마 육수 내어
감자 듬성듬성 썰어 넣고
쫄깃한 반죽을 뜯어 넣는다
달싹달싹 끓어오를 때
애호박과 부추를 곁들인
담백하면서도 구수한 감자 수제비
어릴 적 비옷 입고
모 논에 엎드려 김을 매던
아버지의 새참으로
온종일 비를 맞으며 밭을 매던 형제들
출출한 허기를 달래주었던 감자 수제비
땀 흘려 일하시고
뜨끈한 감자 수제비를 먹으며
시원하다고 말씀하시던 아버지
비를 맞아 으스스 찬 기운이
살 속을 파고들어도 감자 수제비 한 그릇이면
온몸이 따뜻해지던 우리 형제들
비가 내리는 날에는
따끈따끈 정을 퍼주던
그 옛날이 그리워
추억의 감자 수제비를 끓인다
-시집, 『약밥이 속삭인다』(작가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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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영|1995년 문화일보 춘계문예로 등단했으며 부산시 여성가족국장, 인재개발원장, 시정혁신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영축문학상, 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시집으로 『사랑하다가 기다리다가』, 『아름다운 침묵』 등 10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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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영 - 『약밥이 속삭인다』 -비 오는 날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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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9.3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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