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꿈 외2
김문희
나무는
꿈꾼다
잠들지 않고도
바람 부는 날에는
잎새를 팔랑이며
바람과 함께
벌판을 달리는 꿈
비오는 날에는
젖으면서 젖으면서
강처럼 흘러
물안개 저쪽으로
사라지는 꿈
세월이 가랑잎처럼
하루하루 떨어져 가면
철세떼와 함께
황혼의 지평을 넘어
떠나는 꿈
나무는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가장 자유롭게
꿈꾼다.
말
부끄러운 말은 하지 않기로 한다
후회스런 말은 일찍 버리기로 한다
말로써 말을 만들 뿐
언제나 가슴이 추운 말
아무에게도 흔적을 남기지 못하고
한 알갱이 진실도 찾을 수 없는
허무히 흩날리는 말
두터운 절망처럼
할수록 단절의 벽이 되는 말
얼굴을 지우고
뒷모습이 부끄러운 말
만들어도 만들어도
마침내 슬픔이 되고마는 말
이제도 늦지 않다
버리기로 한다.
어제의 무게
내 한쪽 어깨가 기우는 것은
어제의 무게 때문이다.
산 넘고 물 건너며 살아온 세월
해마다 불어오는 후회의 무게
버릴려고 버려 버리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더 무거운 어제
노년에 들어서서 알게 되었다
나를 버릴 수 없듯이
버릴 수 없는 어제의 짐
오히려 기꺼이 감당해야 할
생애의 짐.
요즘은 또 한쪽 어깨마저 기우는 것은
가면 가볼수록 무거워오는
알 수 없는 내일의 짐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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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희 프로필>
Moon Hee Kim /1987년 시문학으로 시 등단
수상: 영랑문학상/해외소월문학상/시문학상/한글문학상 등 다수
저서:시집<눈뜨는 풀잎>등 8권/수필집<파피꽃 언덕>등 4권
활동: 재미시인협회 회장,이사장 역임/ 미주크리스찬문협 회장,이사장 역임/ 국제PEN한국본부미서부지역 회장 역임/ 라디오코리아 <문화산책> 진행 10년/ 현재 미국 LA <작가의 집, 아트홀>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