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 정확하게 9시 반에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여섯 마당으로 꾸며진 송진초등학교 운동회가 시작된 것이다.
어젯밤에 무섭게 쏟아지던 소나기는 어디로 갔을까?
부모님과 아이들의 마음을 애태우던 하늘은 아직 구름이 끼어 있지만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이니 오늘은 운동회하기 그지없이 좋은 날씨가 될 것 같다.
운동장도 착한 아이처럼 물 한 방울 없이 바싹 말라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
장사꾼이 두어 사람 겁도 없이 운동장 안으로 집을 밀고 들어와 아이들을 꾀었다. 만국기가 펄럭이는 운동장 가에는 천막이 쳐지고, 그 밑에 학부모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맛있는 것들을 싸온 보따리들이 구석구석 보이고. 아이들이 오늘은 조금 얌전해져 체조도 잘하고 행진도 잘한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시작부터 떠들썩하다.
첫째 마당은 운동장 안과 바깥에서 유치원생들부터 달리기가 시작되었다. 배시시 웃음을 물고 응원 속에 달리는 모습이 참 행복해 보인다. 마지막 조에 한 아이가 억지를 부리며 달리지 않자 선생님이 손을 이끌어 같이 달리는 모습도 보인다.
1,2학년들은 유치원에 비해서 트랙 금을 따라 힘차게 달린다. 대견하다. 운동장 가운데에서는 6학년들이 '밟고 받고' 경기는 널 위에 공을 올려놓고 눌러서 상대방이 들고 있는 소쿠리에 넣는 경기다. 5학년들은 '친구야! 떡 받아라' 인데 떡이 아니고 공이다.
3학년 4학년들이 달리는 모습은 한결 빠르다. 진지한 모습들이 아름답다. 5,6학년들은 휙휙 바람소리를 내며 금방 결승선에 도달한다. 부끄러워 그런지 기분 좋아 그러는지 달리면서 웃는 아이들이 많다.
4학년들의 '통일열차'는 엄마들과 같이 하는 경기라 돋보였다. 학생 둘과 엄마 둘이 장대에 발목을 매어 함께 달리는 경기다. 마음을 급하게 먹으면 발이 안 맞아 자빠지기 마련이다. 느리지만 구령을 붙이며 가는 쪽이 잘 간다. 자녀들과 부모가 한 마음이 되어 경기를 하니 보는 이도 흐뭇한 마음이 든다.
3학년들의 '기차를 만들자' 훌라후프를 이용한 새롭고 재미난 경기였다.. 훌라후프를 한 사람이 반환점을 통과해서 제자리에 오면 다른 사람이 몸에 연결하여 늘어나는 기차가 마지막에는 제법 긴 열차가 되어 칙칙폭폭 신나게 운동장 가운데를 달렸다.
둘째 마당은 장애물 경주다. 1,2학년들은 '엉덩이 빵빵' 으로 풍선을 허리에 달고 평균대 밑을 지나 매트에서 한바퀴 구르며 터뜨리는 경주인데 꼬리처럼 파랑 빨강, 노랑 풍선들을 달고 달리는 모습이 귀엽다. 우스운 일은 구르기 전에 터지지도 않는데 귀를 막고 있는 모습이다.
3,4학년들의 '토끼야! 빨리빨리' 종목은 미꾸라지를 잡아서 이쪽 물통에 옮겨놓고, 빈 쌀자루 속에 들어가 펄떡펄떡 뛰는 경기다. 미꾸라지를 잡아오다 놓치고 줍느라고 애쓰는 아이, 아예 미꾸라지가 무서워 잡지 못하고 우는 아이도 보인다.
5,6학년들의 '나는야 마술사' 는 온 얼굴에 울긋불긋 색칠을 해서 뛰는 경기인데 부끄러워 얼굴을 가리고 뛰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멋 낸다고 폼잡고 뛰는 아이도 있다. 모두 얼굴이 도깨비가 되어 말이 아니다.
셋째 마당은 연합경기와 학부모의 경기로 이루어졌다. 유치원과 1,2학년들의 귀여운 몸놀림으로 이루어진 '저희들 귀엽죠?' 와 3,4,5,6학년 여학생들로 이루어진 '흥겨운 우리 장단'은 이때껏 배운 재능을 맘껏 뽐내었다. 방긋방긋 웃으며 꽹과리 소리에 맞춰 소고를 춤추는 아이들은 선녀 같았다. 구경꾼이 모두 들썩들썩 어깨춤이 저절로 나왔다. 그리고 남학생들의 기마전도 용감하게 잘 싸웠다.
한편, 트랙에서는 모자들의 달리기가 있었다. 학창시절의 추억을 더듬으며 마음만 앞선 엄마들이 그래도 힘껏 뛰었다. 풍선을 이고 뛴 아버지들 경기, 축구를 한 어머니들의 경기도 재미있었다.
넷째 마당에는 '애향단 계주'와 '딱 걸렸네'의 점심을 알리는 바구니 터뜨리기를 하였다.
점심을 먹고 나서 열린 다섯째 마당에서는 출발동서남북에서는 전학생이 참여하여 지식을 겨루었고, 어울림마당에는 민속놀이로 림보놀이, 씨름, 투호놀이, 제기차기, 굴려라 굴렁쇠, 나는야 메이저리거 등으로 이루어졌다.
여섯째 마당에서는 학생 줄다리기와 모자 줄다리기가 있었으며 청백 이어달리기로 경기는 끝맺었다. 청백 이어달리기는 정말 아슬아슬 손에 땀을 쥐게 하였다. 청군이 앞서다가 백군이 앞서다가 역전의 연속이 이루어져 가에 섰던 엄마들은 자기 아이들 응원하느라 아예 따라 달리며 흥을 돋구었다. 총연습 때는 백군이 이겼는데 청군이 이겼다.
그리고 번외 경기로 경품추첨이 있었는데 오용창 원장님의 배려로 1등은 텔레비전 2등은 자전거 그밖에 많은 상품이 준비되었었는데 박수 속에 착착 상품들을 타 갔다.
오늘 운동회는 학부모와 지역민 아이들이 함께 어울린 신나는 한마당이었다. 밀양에서 오신 전임 이승규 교장선생님, 박수문 운영위원장님, 김종태 체육진흥회장님, 전 학교운영위원장 박희수님, 정기욱님, 정준호님 그리고 김창한 동창회장겸 농협장님, 축협장님, 중학교 교장선생님, 읍사무소 총무계장님, 중앙교회 목사님, 삼랑진 교회 목사님 또한 어머니회 여러분들이 오셔서 운동회를 축하해 주었다. 마치고 25회 졸업생을 대표하여 학우문고 대표 노광식 님과 총무 전재우님이 학용품을 한아름 가지고 일부러 찾아준 것도 여기에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