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4대 미녀" 에 대해서는 상식적으로
많이들 알고 계실 것입니다.
(1)강가에 서 있었는데
그 모습에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것을 잊어서
서서히 강바닥으로 가라앉았다는 침어(浸魚) 서시
(2)춘래불사춘 이라는 유명한 싯구로도 유명하며,
지나가던 기러기가 미모를 보고 날개짓을 잊어서
떨어졌다는 낙안(落雁) 왕소군
(3)소설 삼국지에도 등장하며
그녀의 미모에 달조차 부끄러워 숨었다는 뜻의
폐월(閉月) 초선
(4)꽃을 건드리자 꽃이 부끄러워 꽃잎을 접을 정도의
미모를 가졌다는 수화(羞花) 양귀비 가 그들입니다.
그런데 표암 강세황의 "선면난국" 이라는 그림 속에
적힌 싯구에 재미난 것이 있습니다.
난초와 국화의 아름다움을 "태진" 과 "비연"이
짝을 지어 나타난 듯 하다. 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태진은 당태종이 양귀비를 위해 마련해 준
태진궁(太眞宮)을 뜻하기에 곧 "양귀비" 입니다.
그럼 비연은 누구일까요?
여기서 비연은 조비연(趙飛燕)을 뜻합니다.
궁녀출신인 조비연은 미모로 한(漢)나라 성황제(漢成帝)의
황후까지 되었지만, 악행과 문란한 행위로 오점을 남긴 탓에
4대미녀에는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제비가 날아간다는 뜻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얼굴만 예쁜 것이 아니라 몸매도 최고였다고 합니다.
일화에 의하면 황제가 호수에서 베푼 선상연(船上宴)에서
춤을 추던 도중 강풍이 불어 갸냘픈 몸이 바람에 날리자,
황제가 그녀의 발목을 잡아 물에 빠지는 것을 막았는데
조비연은 그 상황에서도 춤추기를 멈추지 않았고
임금의 손바닥위에서 춤을 추었다하여
"물찬 제비 또는 날으는 제비"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또한 황제가 조비연이 물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그녀의 발목을 급히 붙잡다가
치마폭의 한쪽이 길게 찢어지게 되었는데
이렇게 찢어진 치마는 오늘날 중국 여인들의 전통 의상인
유선군(留仙裙)의 유래가 되었다고도 전해집니다.
앞서 표암 강세황의 그림에 쓰인 싯구와 관련있는 한자성어로
연수환비(燕瘦環肥)가 있습니다.
(燕제비 연/ 瘦여윌 수/ 環고리 환/ 肥살찔 비)
물찬 제비처럼 날씬(여윈?) 한 미녀 "조비연" 과
풍만(비만?)한 체구의 복스런 미녀[양옥환=양귀비]를
한꺼번에 이르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