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우(穀雨 )
청명(淸明)과 입하(立夏)의 중간인 4월 20일경에 든다. 봄의 마지막 절기로, 음력으로는 3월중(三月中)이며, 태양의 황경(黃經)이 30°에 있을 때이다. 봄비가 내려 백곡(百穀)이 윤택해진다는 뜻이며, 이때가 되면 농가에서는 못자리를 하기 위해 볍씨를 담그는데, 부정한 일을 했거나 본 사람이 볍씨를 보지 못하도록 솔가지로 볍씨 담근 가마니를 덮어둔다.
서해에서는 흑산도 근처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 떼가 북상해 충청남도 격렬비열도(格列飛列島) 근처까지 올라와 조기잡이로 북적거리기 시작한다. 이때 잡히는 조기를 특별히 ‘곡우살이’라 하여, 살은 적지만 연하고 맛이 좋아 상품으로 친다.
이 무렵은 또 나무에 물이 가장 많이 오르는 시기여서 전라남도, 경상남도, 경상북도,·강원도 등에서는 깊은 산속으로 곡우 물을 먹으러 가는 풍속이 있다. 자작나무·박달나무·산다래나무 등에 상처를 내고 통을 달아 며칠씩 수액을 받아두었다가 마시는데, 몸에 좋다고 하여 약수로 마시기도 한다.
지리산에서는 통일신라시대부터 곡우에 약수제를 지내고, 조정에서 파견된 제관이 지리산 신령에게 다래차를 올리며 태평성대와 그해의 풍년을 기원했다고 한다. 곡우와 관련된 말로 ‘곡우에 가뭄이 들면 땅이 석 자나 마른다’는 속담이 있는데, 봄비가 잘 내리는 시기에 내리지 않으니 그해 농사를 망친다는 뜻이다.
복숭아꽃 방긋이 피고 조팝꽃 흐드러지게 피고 하늘에서 단비가 내리니 곡식 싹 틔우는 비가 오신다. 곡우다. 온갖 여름작물이 땅에 뿌리내리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으니 농군의 봄 일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산에는 붓꽃이, 들에는 봄맞이꽃이 피어나고 새들 활기차게 날아다니고, 개구리 힘차게 울어대고, 올챙이 굵어졌다. 못자리를 장만하여 일 년 농사를 시작한다.
산나물이 나올까 궁금해 곡우 전에 산에 오르면 취 잎이 한 장, 고사리 순이 하나 둘 고개를 내밀기 시작하나 아직 먹기엔 이르다. 그러다 비가 오시고 낙엽송이 파래지면, 취 잎을 한 움큼 얻을 수 있고 고사리도 꺾을 만하다. 청명에 들판 봄꽃이 피기 시작한다면 곡우에는 산꽃들이 피기 시작한다. 으름꽃, 둥굴레 꽃이 피고 참나무, 낙엽송에 잎이 피어나니 산이 연두색으로 바뀐다. 자려고 누우면 소쩍새 울음소리 가슴에 박히고, 어느덧 사과나무와 배나무에도 꽃이 핀다.
이때부터는 논밭 농사를 시작할 수 있어 씨 뿌리는 일이 시작된다. 농사하면 떠오르는 벼, 콩, 옥수수……. 이런 열매 작물은 더운 여름 기운을 받고 자란다. 서리에 약해서 어린 싹이 서리를 맞으면 오그라든다. 그러므로 서리가 사라진 뒤 싹이 돋아나게 해야 한다. 곡우가 지나 씨를 넣으면 씨가 땅속에서 싹을 올리는 사이, 입하(5월 5~6일쯤)가 되어 서리는 사라지리라. 그래서 곡우부터 농사일은 바빠진다. 콩, 옥수수, 수수, 땅콩 하나하나 밭 마련하고 심고 돌보기 시작이다. 그런데 밭에는 풀이 먼저 자라니 풀과 힘겨루기도 시작이다.
그뿐인가. 지난 가을 심어 겨울을 난 밀, 보리에 이삭이 패고 마늘, 양파에 알이 차고, 이른 봄에 심은 감자도 싹이 날 때다. 하나하나에 마음을 두고 돌봐주어야 한다. 초봄부터 비닐집을 짓고 그 속에서 길러낸 고추, 토마토, 가지, 고구마, 호박, 수박, 참외, 박, 오이, 수세미 모종은 밭으로 갈 날을 기다리고 있으니 날마다 돌본다.
첫댓글 올 한해 제때 비가 잘 내려
농사가 잘 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