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축구가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원정 16강전에 진출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한국인으로서 정말 꿈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기분 좋은 이날! 가히 역사적(?)인 오늘!
이렇게 좋은날.. 한마디도 없이 그냥 넘어간다면 후회할 것 같다.
정작 나는 오늘 새벽에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를 못 봤다.
알람을 분명 3시 정각에 맞춰 놓고 잤는데 이놈의 알람이 고장이 났는지..
소리가 나질 않았다.
눈을 딱 뜨자마자 티비를 켜 보니 “한국,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주요 헤드라인 뉴스가 눈에 딱 보였다.
그때부터 하루 종일 그 16강 진출 소식만 나오는 중이다.
재방송으로 보고 또 봤지만 생즁계 만한 감동이 어디 전해 오랴!
하기사 요즘 너무 무리한 건 사실이지..
월드컵이 시작되고부터 매일 두 게임을 꼭 벼락치기 시험 공부하듯
아주 꼼꼼히 공부해가며 보아 온 터라 나름 피곤한 건 사실이다.
암튼 우리나라 옆의 조에서 프랑스가 1무 2패 최하위로 탈락하고,
우리 조에선 강력한 우승후보인 아르헨이 3승으로 조 1위,
그 다음으로 우리나라가 1승1무1패 승점 4점으로 16강에 올라갔다.
이 승점 4점은 4년 전 월드컵과 똑같은 승점인데 그땐 탈락하고
이번에는 ‘경우의 수‘가 우리나라한테 유리하게 작용했는지 2회전에 올랐다
지난번엔 첫판 이기고 둘째판도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프랑스하고도 대등한 경기를 한 끝에
1::1 무승부 승점 4점을 따내는 바람에 멋모르고 이러다가 4강까지 가는게 아닐까?
그 앞전 대회 때도 4강 신화를 썼는데...
그러다가 그만 마지막 경기에서 정말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번 B조의 조 예선은 마치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교훈을 느끼게끔 했던 순간순간들이었다.
첫 판 기분 좋게 이기고, 둘째 판은 실력차를 뼈저리게 실감하며 만방으로 깨졌으며,
마지막엔 정말이지 간신히 비겼는데 어쨌든 16강이다.
정말 운이 없었으면 승점 6점으로도 16강 못 올라가는 경우도 생기는데..
승점 4점으로도 그것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순서로 16강에 선착했다.
이것은 우리네 인생사하고도 흡사하다.
환호하고, 참담했고, 또 조마조마한 우리네 일생사..
그리고 살아간다는 건 꼭 내 의지와는 상관없는..
그리고 거기서 파생되는 수많은 경우의 수들이 나를 얼마나 울고 웃게 하는가!
그래서 나는 축구를 내 인생과도 같은 것이라고도 한다.
오늘 나이지리아와의 경기도 앞선 두 게임과 완전 비숫한 흐름이었다.
하긴 우리나라의 축구 실력이 하루 아침에 바뀌는 건 아니지.
오늘은 그리스전 때 처럼 처음부터 경기 주도권을 우리쪽으로 가져 오는덴 일단 성공했다.
하지만 골은 아르헨전 처럼 상대팀에 먼저 내준 상태에서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갔다.
첫 번째 골은 1차적으로 오른쪽 터치라인을 치고 들어가는 상대 선수를 놓치고
편안하게 크로스를 올리게끔 해준 김정우에게 문제를 지적할 수 있고,
또 분명 차두리가 뒤에서 파고 들어오는 상대 공격수의 빠른 침투를 간과하지 못한 것이
실점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수비수의 제일 중요한 점!
바로 흐르는 볼은 놓쳐도 움직이는 사람은 절대 놓치지 말라는 속설이 무색해 지는 순간이었다.
북한의 정대세가 한 말이 생각난다.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마치 야생 동물들과 같은 몸놀림 이었다!”
여기서 이 어이없는 한방으로 무너져 버릴 수도 있었다.
아르헨티나전 때... 그 한 골에 무너져 버렸듯이...
그 야생동물과 같은 빠름에 또다시 무너질 수도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또 가슴 쓸어 내렸던 36분인가? 그 중거리 슈팅 한방!
그게 골대를 안 맞고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더라면..
정말이지 아르헨전과 똑같이 될 뻔 봤다.
운이 좋게 그 슈팅이 골대 맞고 나왔기 때문에 새옹지마의 그 노옹의 말(馬)처럼 바로 뒤
기성용의 세트피스 프리킥에 의한 이정수의 동점골이 나올 수 있었다.
이 찬스도 원래는 그리스전과 똑같이 이영표의 영리한 파울 유도가 득점의 시발점이 되었다.
그리고 기성용의 크로스도 좋았으나 골을 성공시킨 이정수의 탁월한 위치 선정과 뛰어난 골 감각이 빚어낸 골이었다.
솔직히 크로스가 빠르고 낮게 날라올 땐 맞 부딪히는 수비수들의 방해도 방해지만
여간해선 머리에다 맞추기가 어렵다. 볼의 휘어지는 각도도 킥하는 선수마다 다르고..
더군다나 수비수가 그걸 골로 연결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오늘 그 골도 ‘이건 내꺼다!’하고 감이 왔을 땐 분명 머리로 받아 넣을려고 들어갔는데,
볼이 갑자기 헤딩하기엔 너무 낮게 날라 오니까 순간적으로 머리에서 다리로 바꾼 것이다.
왠만한 축구선수들은 그렇게 급박한 상황에서 갑자기 바꾼다는 게 얼마나 어렵다는 걸 다 안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이 볼 때 충분히 발로 걷어내도 되는 걸 굳이 다이빙을 해서라도 해딩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게 바로 생각했던 대로 몸을 쓰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정수는 얼마전까지 공격수였다 한다.
그렇게 전반을 마쳤다.
만일 지난번 아르헨티나 하고 할 때 처럼 경기 내내 조마조마한 감각으로 게임을 했더라면
전반에 2:0으로 지고 하프타임을 맞아야 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팀은 전반전을 약간이나마 우세속에서 마쳤다.
그랬기 때문에 후반 초반에 박주영의 골이 나왔을 터다.
페널티 에어리어 근접한 장소에서 프리킥이 나왔을 경우는 거의 박주영이가 찬다.
그만큼 킥의 강도와 정확성내지는 휘어지는 각도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낫다.
오늘도 그 프리킥에서 역전골이 났는데 상대 골키퍼의 움직임을 무너뜨린 게 기가 막혔다.
사실 그 킥은 나이지리아 골키퍼가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는데,
벽을 쌓는 과정에서 제 자리로 돌아오는 자세가 늦었고,
또 반대쪽으로 움직이는 찰나 갑자기 볼이 왼쪽으로 오는 바람에 골을 허용한 것이다.
나이지리아 골킾은 그야말로 대단한 골키퍼다.
두 경기 했는데 두 번 다 MOM(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고,
그 날카로운 메시의 슈팅도 다 막아낸 철벽 골키퍼다.
경기가 그대로 끝났을 법도 했는데...
그래서 승점 6점으로 올라가는건데..
여기서도 그 새옹지마의 말대가리가 히이힝~ 거렸다.
교체로 들어 온 백전노장 김남일의 골문 앞에서의 빽 태클!
2002년 때 그렇게 잘 했던 김남일인데...
지단이고, 피구고, 토티고, 비에리고.. 다 쓸어 버렸던 그야말로 진공청소기였었는데..
세월이 그리 많이 흘렀나??
그렇게 느려진 줄 몰랐다.
오늘도 백태클 할려고 한 게 아니라 야수와 같이 빠른 야쿠브의 빠른 스피드에 한마디로 농락당한 셈이다.
자기는 볼을 걷어낸다고 찼는데 어느새 볼 앞에 있는 그 야수(?)를 얼떨결에 걷어 차버린 것이다.
만일 비기면 16강에 못 올라가는 상황이었으면 정말이지 평생 두고두고 욕먹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지나고 보니 그것도 새옹지마의 운이 되어버렸다.
그 이후로도 종료 휘슬 불 때 까지 계속 수세에 몰리는 경기였다.
하지만 그렇게 환희의 16강은 우리의 몫이었다.
16강 올라가면 얼마, 8강 올라가면 얼마에 얼마!
돈도 돈이지만 이 작은 분단 국가의 에너지가 이마만큼 강하다는 사실이
지구촌 사람들의 인식에 팍! 박혀 있을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써 심히 자랑스러운 것이다
첫댓글 컴사랑에 축구를 이렇게 쉽게설명해주니 이정수에 골을넣는것을보며 아무것도모르는 나 어떻게저럴수가 진짜표헌은
다.
8강을 위하여 모두 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