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진원문학전집. 1
부족한 글이지만 글을 쓰며 한평생을 달려온 길, 이제 시나브로 가면서 지나온 많은 글과 문인들의 이야기들을 풀어내 보려고 한다. 먼저 문인들과 그들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
1 . 편안한 성정의 정태모(1923-2010) 시인
내가 정태모 시인을 만난 것은 강릉에 내려오면서부터였다. 1988년 정선의 증산 국민 학교에서 3년간 근무한 후 강릉의 명주 국민 학교로 내려왔다.
강릉 시내의 문학 모임에 나가면 정태모 시인은 꼭 나오셨다. 강릉 문협의 행사가 끝나고 단체 사진을 찍을 때면 꼭 앞자리에 모셨다. 행사가 끝나면 집까지 잘 가실 수 있도록 배려를 하였다.
선생은 성정이 고요하고 따뜻하였다. 그의 작품에서도 그런 성정을 읽을 수 있다. 선생은 국민 학교 교단에서 정년 퇴직을 한 후 강릉으로 내려오셨다. 태어난 곳은 강원도 평창군이고 그곳에서 정년을 마치셨다. 평창에 계실 때에는 ‘돌기와 문학 동안회’에 참여 하셨다. 강릉에 오셔서는 강릉 문협과 솔바람 동인에 적극적이셨다. 특히 솔바람 동인회 모임 때에는 누구보다도 일찍 장소에 와 계셨다. 그때 어른으로는 최갑규 수필가도 계셨는데 그 분도 일찍 오셨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존경심이 절로 일었다.
1990년대 초에 나는 남산 삼익 아파트에 잠시 살았다. 그러다 보니 강릉의 남대천 다리를 자주 건너 다녔다. 선생께서도 내곡동에 살으셨기에 가끔 걸어가다가 웃으며 만나곤 하였다. 그 당시 무릎 관절염이 있어서 다리 한쪽을 절며 걸어 다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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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음식점에서 담소를 나누다가 내 작품 하나를 칭찬하셨다. 강릉신문에 발표한 시, ‘아름다움의 의미’였다. 그 작품은 나도 매우 아끼는 작품이었다.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와 같이 아끼는 작품이었다.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기뻤다.
선생께서는 1964년 시조 ‘새 판도를 그려야지’라는 작품으로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하여 문단에 나왔다. 2002년 시집 [파랑새의 꿈] 등 많은 시집과 동요집 등을 냈다.
한 때 김 ■기 시인과의 갈등이 있었다. 김 ■기 시인이 강릉말로 너무 앞서는 경향이 있었기에 늦게 등단한 신인의 태도가 못마땅하였기 때문인 것 같았다. 김 ■기 시인은 정태모 선생이 평교사로 퇴직했고 당신은 교장으로 퇴직했다는 자긍심이 그런 일에도 내심 작용하였던 것 같았다. 두 분 모두 쓸모없는 일들로 마음을 상하였던 것 같았다.
정태모 시인의 작품은 널리 알려지지는 못했어도 그의 작품 쓰는 태도와 문인의 품성은 본받을만한 점이 많았다. 불심이 많으셨다. 호는 백훈(苩訓), 법호는 무염거사(無染居士)였다.
2. 동심의 시
동심을 표현한 작품이 ‘동심의 시’이다. 이를 줄이면 ‘동시’라 할 수 있다. 이런 동심의 시를 쓰는 시인 그룹이 있다.
광주와 서울을 중심으로 시작 활동을 하는 시인 그룹, <동심의 시> 동인들. 지금도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지는 모르겠다. 2015년에 33집까지 내었으니 대단한 역사를 가진 동인들이다. 주로 10여명 내외로 구성돤 동시 작가들이 글을 모은 문집이다.
33집에 발표한 시인들은 모두 11명이다. 김선영, 노여심, 문삼석, 서향숙, 이봉춘, 이성자, 이준관, 이준섭, 진홍원, 한상순 등이다. 회장은 두지 않고 총무 한 사람이 운영하는 형태이다. 33집은 이준섭이 일을 맡았나 보다. 책 끝에 ‘동심의 시 33집을 펴내며’라는 글을 스며 심부름꾼으로 밝히고 있다.
지각대장
버럭 대장
먹기 대장
울보 대장
말썽 대장
고자질 대장
떠들기 대장
잘난척 대장
모른척 대장
때리기 대장
도망가기 대장님까지
대장님들 모시고 살기
힘들다고 울상 짓는
우리 선생님
선생님도 엄살 대장인 거 아시죠!
- 김선영 ‘우리 반은 모두 다’ 전문 -
이 동시를 읽으면서 자유롭고 밝게 뛰어놀며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또 아이들을 사랑하시는 선생님의 마음도 엿볼 수 있다. 요즘은 ‘선생님 하기가 무섭다’고들 한다. 아이들이 영악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어떤 한 사람의 책임이라기 보다 우리 모두의 책임일 것이다. 교육이 크게 잘못되어간다고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어찌 보면 순수한 아이들을 어른들이 그렇게 만들어놓은 것이지 모른다. 위의 동시처럼 아름답고 밝게 자라는 아이들. 한 덩어리가 되어 아이들을 사랑하며 지내는 선생님의 아름다운 모습이 그리워지는 시대가 되었다.
엄마,
아빠,
나,
- 엄마!
강아지 곰돌인 써요? 안 써요?
- 문삼석 ‘식구 이름 쓰기’ 전문 -
짧은 작품이다, 그렇지만 그 내용은 너무 크다. 대부분 요즘 반려 동물과 함께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 애지중지하면서 키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내 버리고 만다. 몰인정한 사람들이다. 그 모습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동물을 저렇게 아끼는 저 사람도 나중에는 내버리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다.
사람이 자연과 함께 살고 동물과 함께 지낸다는 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나도 그런 의견에 적극 찬성한다. 그러나 지나친 동물 애호는 오히려 안 기르는 것만 못하다. 사람은 도외시하고 동물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을 흔히 보기 때문이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옛말이 얼마나 중요한 진리인 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문삼석(1941 - )은 전남 구례에서 출생하였다. 196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난롯가에서’가 당선되었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분의 한 분이다.
문학은 본질적으로 사람을 위한, 사람의 감성과 지성의 아름다움을 실천하는 문학이다. 아래의 작품 ‘비오는 날’은 신나는 일에 대한 글이다. 우리가 얼마나 신나는 일로 살아갈 수 있는 지는 각자의 몫이겠지만 문학의 중요한 기능이기도 한 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이준관의 ‘비 오는 날’은 설득력 있는 글이다.
개구리들이
신이 났다
개굴개굴
푸른 벼들이
신이 났다
우쑥우쑥
비를 기다리던
아버지보다도
더 신이 났다
개굴개굴
우쑥우쑥
- 이준관 ‘비오는 날’ 전문 -
농사짓는 아버지보다 개구리들이 더 신이 난다고 했다. 그것은 비오는 날, 아버지의 기쁨을 더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수법이기도 하다. ‘개굴개굴’ 과 ‘우쑥우쑥’의 의성어와 의태어로 한 편의 동시를 성공시킨 점이 놀랍다. 개구리가 푸른 벼들과 신바람 나는 모습을 독자들이게 보여줌으로써 즐거움의 선물을 주는 것이다.
이외에도 수록한 많은 분들의 동시 작품들을 읽으면서 기쁨과 감동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