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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쨰 날이다. 정확히 5시에 로비에서 모여 체크아웃을 하고 출발을 한다. 비는 계속 내리지만 아직까지도 어둠이다. 네비게이션에 오늘의 첫번쨰 공양지인 대구 달성군의 용연사를 입력했다. 용연사는 대구 달성군 비슬산에 위치해 있다. 큰스님 말씀에 의하면 비슬산에서 여자 도인이 많이 탄생한다고 우리 보살님들께도 용연사에 도착하면 잘 깨칠 수 있도록 노력해 보라고 하신다. 목적지에 다가가는데 송해 공원이 눈에 뛴다. 매우 크고 잘 조성된 큰 연못까지 갖춘 공원이다. 이 공원의 이름이 전국 노래자랑의 MC 송해 인지, 아니면 그냥 지역의 이름의 송해 인지 보살님들의 의견이 아침부터 분분하다. 그런데 곧 답이 나온다. “딩동댕” 간판이 크게 보인다. 송해 공원을 뒤로 하고 용연사에 도착한 우리 일행은 바로 장비와 공양물을 챙기고 용연사 입구로 향했다. 비오는 새벽 녁, 그리고 조용히, 어느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임무를 완수하고 삽과 곡괭이는 나무 뒤에 숨긴 뒤 적멸보궁으로 향했다. 용연사도 8대 보궁중의 하나이다. 우린 바로 적멸보궁 뒤에 부처님 사리가 안장되어 있는 탑을 향했다. 눈 깜작할 사이 큰스님께서 탑 주위를 돌고 계신다. 우리도 바로 큰 스님의 뒤를 따랐다. 정진행을 필두로 복선행, 수혜 보살님이 뒤를 따른다. 비 오는 날 새벽녘에 올라 왔으니 오직 큰스님과 우리 도반만이 함께할 수 있는 행운을 얻은 것 같다는 큰스님의 말씀이 계셨다. 용연사 역시 우리 도반님들께 꼭 추천 드리고 싶다. 나 역시 대구 달성 공단에 매달 출장 온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좋은 사찰을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용현사 적멸보궁, 지붕에서 내리는 비 보이시죠)
이렇게 용연사 보병 공양을 마치고 나왔는데도 7시 전이다. 이 상황으로 보면 오늘도 강행군이될 것 같다. 용연사에서 오늘의 두번째 목적지인 운문산 선재마을(청도군 운문면)로 향했다. 선재마을까지는 두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다. 우린 도중에 금천읍에서 간단히 김치찌개로 아침을 해결하고 선재마을 휴게소에 다다랐다. 비속에서 바로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스님의 지시에 따라 임무를 완수 한다. 주차 후 임무를 완수하고 다시 주차장에서 출발하기까지는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다. 이제 환상의 콤비가 되어 버렸다.
세번쨰 코스는 밀양 산내면에 있는 가지산 등산로이다. 가지산은 앞의 선재마을 운문산과 등산 연계코스이며 밀양과 언양의 경계부근이다. 주차장 주변에 등산객으로 보이는 몇 대의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우린 이에 아랑곳하지 도로를 건너 터널위의 등산로를 따라 보병 공양 장소로 향한다. 공양 후 보살님들이 별도의 편의점이 없는 관계로 휴게소 파전집에 부탁해서 추가로 공양올릴 막걸리 몇 병을 구매했다. 그리고 다음 목적지인 밀양의 천왕재로 향했다.
천왕재 휴게소에 도착하니 파전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파전 냄새 뿐만 아니라 휴게소에서 바라보는 산 아래 풍경은 가희 신선이 따로 없다. 이러한 장관에 파전과 막걸리 한잔이면 어떤 무릉도원도 따라 올 수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린 목표가 있지 않은가! 차에서 내리자 마자 움직이시는 큰스님을 따라 또다시 등산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좋은 장소를 물색하신다. 큰스님의 발가락 사인(보병공양 장소를 물색하고 발로 글적글적 표기해 주신 곳)이 나자마자 바로 삽질 한번과 곡괭이질이 시작된다. 뒤이어 공양물이 펼쳐지고 산신 기도가 진행된다. 임무를 마치고 휴게소로 돌아 왔을 때는 이미 점심시간이 되어 있었다. 수혜 보살님이 “여기서 파전 하나”란 애기가 떨어지기 무섭게 큰스님께서 차에 오르신다. “갑시다” 우린 비오는 날 구름이 발밑에 펼쳐신 그 황홀한 광경을 뒤로하고 차로 올랐다. 다섯번째 목표, 박진교를 향해서….
박진교를 가는 도중에 창녕을 벗어나면 점심식사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큰스님의 말씀에 따라 창녕에서 식사 장소를 물색하기로 했다. 일단 몇 군데 네이버 조회를 통해 찾아보고 혹시나 중간에 깨끗한 식당이 있으면 들어가기로 했다. 식당을 찾는 도중 창녕의 전통 시장이 나온다. 그런데 수혜 보살님과 복선행 보살님이 차를 멈추고 장갑을 사신다. 사실 내가 준비해간 장갑이 한 켤레 여서 비에 젖어 축축한 상태로 계속 사용해 왔는데 시장 도착하자마자 바로 장갑부터 챙겨 주신다. 정말 너무너무 감사하다. 나 그저 큰스님, 보살님들과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이렇게 보병 공양을 나선것이 그저 즐겁고 행복한데 옆에서 보기에 좀 아타까웠는지 너무너무 고마울 따름이다. 시장쪽에도 적당한 식당이 없자 조금 전 봐 두었던 손님이 많아 보이는 콩 전문 식당에서 식사 하기로 했다. 다행히 두번째 날부터는 요령이 생겨 첫날에 비해 바지의 오염도가 덜 심해 식당에 들어가는데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식사 후 식당과 가까운 대형 마트에서 용왕기도 공양물을 추가로 구입하고 출발하려는데 가까운 곳에 커피 점문점이 두 개 보인다. 식후 커피라고 큰스님, 수혜 보살, 나는 뜨거운 아메리카노, 그리고 복선행 보살님은 라떼 주문 후 수혜 보살님이 사기로 하셨다. 수혜보살님이 사온 4잔의 커피 중 큰스님이 먼저 고르시고 나머지 분들이 각각 나눠 가지셨는데 큰 스님께서 아메리카노 맛이 좀 색다르다고 하신다. 우린 큰 차이 없는데, 한참 뒤 화장실을 다녀오신 복선행 보살님이 라떼를 찾는데 없다. 그럼 누군가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라떼를 마신 분,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
박진교는 천왕재에서 한태령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있는 낙동강의 한 다리이다. 일단 박진교를 건너서 용왕기도 올릴 장소를 물색했다. 다리를 건넌 후 주변 강둑으로 서서를 차를 운전하며 적당한 장소를 찾는다. 차가 더 이상 진입할 수 없는 곳까지 접근한 후 큰스님께서 바로 강쪽으로 향하신다. 큰스님과 내가 장소를 고르고 다시 보살님들께 신호를 보내기로 했다. 용왕님의 가피인지, 용왕기도를 올리려고 할 떄는 비가 멈췄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꼭 이렇게 끌어다 붙이려고 하는건 아니지만, 역시 뭔가 신비로운 조화가 있다. 비가 멈춘 아무도 없는 큰 강가에서 오직 용왕님 만을 위한 기도를 올리고 힘껏 보병도 던지고 준비해간 모든 공양물을 파워하고 나니 모든 피로가 풀리고 또다시 시작 할 수 있는 기운이 생기는 것 같다.
박진교를 뒤로하고 6번째 목표인 한태령 휴게소로 향한다. 한태령은 의령 궁류면과 합천 쌍백면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이다. 큰스님 계획대로라면 오후 두신 반 정도에 출발했어야 하나 계획대비 30분 정도 늦어진 것 같아서 서두르셨다. 그런데 얼마쯤 갔을까 원래 계획에 없던 일붕사에 들리자고 하신다. 일붕사에 들려 굴법당을 10분내로 참배만 하고 큰스님은 차에 계셨다. 10분내로 돌아 오라는 큰스님의 말씀이 부담되었는지 우린 절에 들어서자 마자 굴 법당을 찾지 못하고 다른 곳에서 10여분을 허비하고 말았다. 나중에 대웅전과 무량수전이 굴 법당으로 이루어진 사실을 알았지만, 일붕사는 세계 최대의 굴 법당으로 이루어져 있다. 말 그대로 동굴 안에 법당이 갖추어져 있고 외부 입구만 기와로 만들어 놓은 사찰이다. 그런데 굴 속 임에도 전혀 습기가 없고 물방울 하나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조급한 마음으로 삼배를 끝내고 바로 한태령으로 향했다. 차안에서 큰스님께 여쭸다. “시간도 없는데 왜 일붕사는 들르신거예요” 그러자 큰스님께서 “혹시나 나중에 보살님들이 여기 지나가면서 일붕사도 소개 안했으면 어떤 원망을 들을지 몰라서…” 라고 하셨다. 우리 도반님들도 의령 부근을 지나게 되시면 꼭 한번쯤 들려 보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다. 큰스님이 나중에 원망들을 것을 피해 시간이 부족한데도 들린 사찰이니 실망하실 일은 없을 것으로 안다. 일붕사에서 10여분 지나자 한태령 휴게소가 나왔다. 휴게소에 주차를 하고 휴게소 뒤쪽으로 올라가려고 하니 개들이 너무 짖어 접근이 불가능했다. 할 수 없이 왔던 길을 100여미터 돌아가 없는 길을 만들어 다시 큰스님의 산행이 시작된다. 다행히 용왕기도 이후 비가 그쳤지만 없는 길을 헤쳐 나가는데 그리 쉽지는 않다. 그래도 비가 잠시 멈춰 다행이다. 더군다나 창녕에서 구입한 새 장갑이 있지 않은가! 축축한 장갑을 사용하다 새 장갑을 사용하니 이렇게 상쾌하고 기분 좋을 수 없다. 다시 한번 복선행 보살님께 감솨 감솨. 깔끔하게 보병 공양을 마치고 오늘의 마지막 목표인 오도산을 향한다.( 사진설명:일붕사 대웅전과 무량수전, 앞 문을 통과하면 모두 뒤의 바위속으로 들어가 굴 속에 법당이 있는 굴법당이 됩니다)
오도산은 경남 합천군 묘산면에 위치해 있으며 도선국사가 깨달음을 얻은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곳 또한 가관이다. 이정표를 찍고 출발하는데 큰길에서 벗어나 산길을 달리는데 아직도 9km 정도로 남았다는 표시가 네비게이션에 뜬다. 큰길을 벗어나니 완전히 차 1대만 거의 지나갈 수 있는 산악 도로다. 모두들 긴장하는 분위기다. 비는 그쳤는데 모든 주위가 구름 안개로 가득하고 몇 미터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이렇게 구불구불 산길을 30여분 올라 간다고 상상해 보시라. 중간쯤 올라갔을 떄 국내에서 호랑이가 마지막 출현했던 장소라는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그만큼 인적이 없는 산악지대라는 것이다. 9km 산길을 올라오는 도중 딱 2대이 승용차와 마주쳤을 뿐이다. 이 높은 험악한 산 정상에 큰스님과 3분의 보살님 외에는 어느 누구도 없다. 단지 바람과 비구름 뿐이다. 우린 어느때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보병 공양을 마치고 바로 하산을 시작했다. 이미 어둠은 깔리고 차량의 나이트 뿐만 아니라 전조등까지 켜야 앞이 보일 정도였다. 큰스님의 선창에 따라 바로 금강칠구가 시작되었다. 약 20여분을 하산하니 큰길이 나았다. 모두들 안심한 눈빛이다.
이제 오늘의 최종 종착지인 정원심 보살님 댁으로 향했다. 두번쨰 숙소는 가조 원천이 있는 정원심 보살님의 새로 지은 시골 집이다. 일단 오도산에서 정원심 보살님댁의 주소를 네비에 입력하여 출발하는데 7시가 넘어서 도착 예정으로 나온다. 숙소로 가는 도중 식사를 하기로 하고 출발했는데 식사 가능한 적절한 장소가 나오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온천이 있는 부근에 가면 사람이 있을 것이니 그쪽으로 가자는 큰스님의 의견에 따라 온천 부근으로 향했다. 저녁 시간대이고 비오는 날이어서인지 길가에 사람은 보이지 않았으나 다행히 두 군데의 식당이 영업중이었다. 일단 식당 앞에 주차하고 두 곳 중 한 곳을 골라 사람이 많은 가게에 들어 가기로 했다. 우린 된장찌개만 시키려 했는데 된장찌개만 시키면 8,000원, 삼겹살을 시키고 된장찌개를 시키면 된장찌개는 2,000원이면 된다고 한다. 이것도 뭐라고 또 보살님들은 삽겹살 3인분만 시키려고 한다. 난 지난 보병 공양과 이번 공야을 통해 수혜 보살님들의 착한 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1원짜리 하나도 보시받은 돈이고 수정심 보살님이 절 공금으로 사용하라고 카드로 주신 돈이다. 그래서 허투로 1원이라도 함부로 쓸 수 없는 것이다. 어쩄든 두사람만 와도 삼겹살은 3인분을 시켜애 한다는 주인 아주머니의 강압에 못이겨 5인분을 시켰다. 우린 5인분의 삼겹살을 한점 남김 없이 식사를 마치고 정원심 보살님댁으로 향했다. 수혜보살님은 말씀하지 않았지만 난 알고있다. 저녁 식사도 조용히 절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보살님 개인 카드를 사용 했다는 것을, 참 여기에 이렇게 밝히긴 싫지만 그래도 수혜보살님께 감사의 애기를 남기고 싶다. 수혜 보살님, 다 알고 있습니다. 음으로 양으로 절 비용을 아끼려고 얼마나 애쓴다는 것을요. 그리고 바로 정원심 보살님 댁으로 출발하려 하는데 헐~~~. 바로 2분도 되지 않아 도착한 것이다. 밤에 도착해서 감각이 없어서 식사부터 했는데 바로 그 동네가 정원심 보살님 동내였던 것이다.
새로운 집에서 회공도 한번 해 주자는 큰스님의 제안에 정원심 보살님댁에서 오늘의 마지막이자 8번쨰 기도인 회공 기도를 시작했다. 회공 중간에 깜짝 이벤트가 있어 끝나고 큰스님께 야단도 맞았지만, 또 호텔과는 달리 크고 우렁찬 목소리로, 큰스님께서도 요령을 우렁차게 흔드시고 무사히 오늘의 마지막 기도를 마칠 수 있었다. 기도가 끝나자 마자 모든 분들이 피곤했는지 큰스님은 작은방에, 보살님들은 큰방에, 나는 거실에서 이부자리를 펴고 샤워 후 바로 잠이 들었다. 그런데 새벽 3시 반이나 되었을까 큰방에서 핸드폰 알람이 울리고 보살님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 새벽기도를 올리려는 보살님이 있나 보다 생각하고 나도 어쩔 수 없이 거실에서 잠을 잔 덕분에 일어 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4시가 넘어가니 오히려 조용해졌다. 다시 잠을 드신 것 같다. 그럼 나만 새벽 3시반에 일어난 것인가. 좀 억울한 생각이 들었지만 머리까지 감고 씻고 나온 나는 다시 잠을 청할 수 없어서 혼자 조석 기도를 끝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어제와 똑 같은 사건이다. 정진행이 알람을 끈게 아니라 벨을 진동으로만 바꾼 것이다. 기계치인 정진행이 핸드폰을 진동으로 하면 알람도 진동으로 되는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더 이상 정진행의 흉을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4~5시간은 푹 잔 것 같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숙소를 챙겨 주신 정원심 보살님께 감사 드린다. 정원심 보살님, 아마 기름값이 좀 많이 나왔을 수 있습니다. 큰스님께서 침대 매트 전기 틀지 않으시고 방바닥 보일러 틀었답니다. 공기가 따뜻해야 한다고요. ㅋㅋ, 아마 큰방에서도 보일러 틀고 이마에 땀나게 잤을 것입니다. 저도 거실에서 만찬가지고요. 이렇게 잘 자서 마지막 날도 무리없이 장거리를 운전하고 무사히 큰스님 모시고 서울까지 올라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화장실 샤워 커튼 제가 고장 내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미 봉이 고장 나 있었던 것 같아요, 샤워하러 들어가서 아무리 고치려 해도 못 고치겠더라고요, 그래서 세탁실에 살며시 옮겨 놓고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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