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미친다’고? 제목만 보고는 도무지 무슨 내용의 책인지 알 수 없는 책 한 권이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미치려면(及) 미쳐라(狂). 지켜보는 이에게 광기로 비칠 만큼 정신의 뼈대를 하얗게 세우고, 미친 듯이 몰두하지 않고는 결코 남들보다 우뚝한 보람을 나타낼 수 없다.’
작가는 조선시대를 풍미한 지식인과 예술인의 광기 어린 삶을 들여다봄으로써 무엇인가에 미치지 않고서는 큰일을 이룰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작가의 주장에 100% 동감한다. 이것이 어찌 비단 조선시대 지식인과 예술인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랴.
경영자의 입장에서 광기를 해석하자면 ‘열정을 쏟아 부어 자신의 핵심역량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고 이를 즐긴다는 점에서 보면 요즘 유행하는 ‘펀 경영(Fun Management)’과도 일맥상통할 것이다.
나는 LG화학에 CEO로 취임하던 2001년부터 줄곧 ‘신바람 나는 일터’ ‘열정이 넘치는 조직문화’를 강조해 왔다. 취임과 동시에 전 팀장들에게 ‘겅호’라는 책을 나눠주며 일독을 권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조직은 모든 구석구석에 열정이 가득해야 한다. 개개인 모두가 지칠 줄 모르는 도전의식과 승부에 대한 뜨거운 집념이 있어야 한다.
열정에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있으며 그 에너지는 전염성이 있어, 열정적인 조직은 능력이 뛰어난 조직보다 훨씬 더 놀랄 만한 성과를 창출해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위기의 순간마다 역경을 이겨낸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것은 나와 내 동료들의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뜨거운 열정이었다. 아니,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지난 2002년 6월 우리 국민 모두의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 성과를 이루어냈는지 잘 알고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인재를 채용하는 기준으로 능력이 어느 정도 부족한 것은 크게 상관할 바가 아니다. 그 사람이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충분히 보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열정으로 가득 찬 사람은 끊임없이 새로운 능력을 흡수하면서, 자신이 가진 능력 이상의 능력을 펼쳐낼 수 있다.
미쳐보자.
미친다는 것은 열정으로 넘치는 것이고, 기분이 한껏 고조되어 있을 때 열의를 억제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건다는 마음으로 현재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몰입해보자. 어느 순간 내가 원하던 그 목표에 미쳐(及)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성공을 향한 열쇠는 외부에 있지 않다. 바로 자기 자신 속에 감춰진 열정을 끄집어 내는 데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