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카페 프로필 이미지
오렌지 모텔
카페 가입하기
 
 
 
카페 게시글
香囊 (리뷰-2014) 스크랩 책이야기 최후의 언어-나는 왜 찍는가 / 이상엽
회떠주는 여자 추천 0 조회 17 14.08.06 15:0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최후의 언어 최후의 언어
이상엽, 이상엽 | 북멘토 | 20140625
평점
상세내용보기
| 리뷰 더 보기 | 관련 테마보기

최후의 언어-나는 왜 찍는가 / 이상엽

 

 

내게 가장 좋은 카메라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손에 잡았을 때 그것이 손의 연장으로 느껴지며 파인더를 눈에 대는 순간 그것이 내 눈이라고 생각되는 카메라다. 그런 카메라가 무엇이냐고? 어떤 카메라든 3년만 사용하면 그렇게 된다.(page276)

 

나는 카메라가 단지 사진을 찍는 도구가 아니라 사진가의 정신을 육화시키는 도구라 생각한다. 마음과 몸이 따로 놀 수는 없는 일 아닌가? (page143)

 

사실 나는 사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더 자세하게 말 하면 전문사진작가들이 예술사진으로 찍어놓은 사진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빛에 의해 또는 찍는 사람의 시선의 각도에 따라 사물 본질의 다른 모습을 들춰내 보여주는 것이 영 낯설고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이미지 세대이고 모든 예술이 이미지가 중요한 매체이므로 사진을 배우라고 조언을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늘 눈에 보이던 익숙한 사물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것은 평소 얌전했던 사람이 술만 먹으면 야수로 변해버리는 이중성 또는 숨겨진 야수본성을 발견하고는 놀라는 것같다. 하여 때로는 사진이야말로 마술이고 거짓인 것 같을 때도 있다.

 

마침, 지인께 사진시집(?)이라고 해야 하나? 공 많이 들여서 찍은 사진과 거기에 걸 맞는 시가 함께 어우러진 비싼(?) 시집을 특별히 선물 받았던 참이라 이 책의 내용이 조금 더 궁금했다. ‘최후의 언어’보다는 ‘나는 왜 찍는가’에 더 호기심이 바짝 당기더란 얘기다.

 

카메라는 사고하지 않는다. 사고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한다. 하지만 어떤 카메라가 어떤 히스토리를 갖고 내 품에 들어와 사진을 찍어주고 있는가 하는 것도 여전히 중요하다.(page79)

 

중3이었던가. 우리는 동네 사진관에서 카메라를 한 대 빌려서 당시는 동네 뒷산이었던 연경산으로 놀러갔었다. 올림포스 카메라였는데 24컷이 찍히는 필름 한 롤이면 48컷을 찍을 수 있어서 좋았던 기억이 난다. 어차피 예술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어서 많이 찍히는 것에 더 마음이 가기도 했었지만 의외로 사실적으로 찍힌 사진들을 나는 아직도 앨범에 보관하고 있다. 결혼 후 이름은 잘 생각나지 않는 카메라를 한 대 사서 아들이 자라는 모습을 구미구미 찍어주었고 그 다음엔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했는데 물론 학습용의 소형 카메라이긴 하지만 제법 기록으로 남기고자 하는 나의 목적에 충실하게 응해준 착한 아이들이었다. 아들 녀석이 학교에 가지고 갔다가 잃어버리는 바람에 한동안은 핸드폰 카메라에 의존해서 대충 기록을 남기다가 2-3년 전 쯤 다시 카메라를 한 대 사기는 했으나 그 사이 핸드폰 카메라에 익숙해져 버린 나의 게으름은 여간해서는 카메라를 꺼내게 되지 않는다. 그러니 나와 같은 사람에게 사고하지 않는 카메라는 당연한 것일까?

 

개인은 국가에 저항하기 힘들다. 압도적인 힘 앞에서 무력하다. 그래서 비국가 민간 조직인 언론에 호소한다. 언론은 여론을 만들고 그것으로 국가를 압박하고 변화를 만든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일까? 아니다. 팽목항 현장에 수백 명의 기자들이 있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피해자 가족들의 시선은 불신을 넘어 혐오와 적대에 가깝다. 기레기(기자 쓰레기)라는 말은 여기서 출발한다.(page239)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가 그저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했던 현실의 문제들과 좀 더 사실적으로 아프게 맞닥트릴 수 있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가 그랬고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문제가 그렇고 쌍용자동차가 그렇고 강정이 그렇고 또한 팽목항이 그랬다. 또한 새만금이 그랬고 내성천이 그랬다. 너무 가슴 아프고 답답한 현실이 안타까움을 넘어서 분노가 일어나는 걸 느끼기도 했다. 그리하여 내가 알고 있던 사진에 대한 편견이 부끄럽기도 하면서 사진이 가진 진정한 사회 고발성이란 이런 것이로구나 하고 알게 되어 기쁘기도 했다.

 

내가 무슨 대단한 생태주의자는 아니지만 지금 소리도 없이 진행되고 있는 영주댐 건설공사에 대한 부분은 유난히 마음이 많이 가는 부분(page209-220. ‘흐르는 강물처럼’)이었다. 영주는 작은 시아버님이 사시는 동네고 예천은 남편의 고향이며 시부모님은 물론 조상님들의 묘가 있는 곳이라 제법 자주 간다.

 

영주, 안동, 풍기, 예천, 문경 지역은 경제적 낙후니 어쩌니 함에도 불구하고 수려하고 맑은 우리 강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때 묻지 않는 곳들이 보석처럼 박혀있는 곳이기도 하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영주댐으로 곧 사라지게 된 강가마을을 다큐멘터리로 보여준 적이 있다. 물론 시작은아버님 댁도 집 앞으로 강이 흐르고 있다. 물도 맑고 도심 한가운데를 지나는 강답지 않게 수량도 풍부해서 영주에 갈 때마다 가장 부러운 경치이기도 했는데 영주댐이 건설되고 나면 이런 자연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마치 마지막 인사를 남기듯 꼼꼼하게 찍힌 그 지역의 풍광들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아팠다. 대체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물을 못살게 구는 건지 모르겠다. 세계적인 물 부족 국가라고 하면서 잘 흐르는 물길을 막아 영 쓸모없는 물로 만드는 건지... 대체 저 ‘위’라고 부르는 곳의 책상머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들인지.

 

내성천의 끝자락은 삼강인 내성천, 안동천, 금천이 만나 낙동강을 이룬다. 삼강 합류지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상주보는 이제 완공했다. 독자들 눈에는 이 거대한 건축물이 보로 보이는가 나는 댐으로 보인다. 주변에는 거대한 모래 산들이 있다. 이를 명박토성이라 할 것이다. 천년 후 역사학자들이 이 토성을 발굴하고서는 21세기 포악한 임금이 있어 전 국토에 이런 토성을 쌓고 백성을 가렴주구했노라 기록할 것이다. 강이 강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인간의 하위 개념으로 받아들여질 때, 인간 외에 모든 것이 그에 복무하는 도구로 여겨질 때, 인간은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page219)

 

처음엔 흔한 사진 산문집인가보다 라고 읽기 시작한 이 책과의 만남이 여러 가지로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의미 있는 독서로 종결이 되어서 행복하다.

 

 



이글은 "인터파크도서"에서 작성되었습니다.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