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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배워 볼 한자는 뿔이 없는 동물들과 관련된 한자입니다. 뿔없는 동물들 가운데 가장 큰 몽물은 무엇일까요? 아마 코끼리일 것입니다. 코끼리와 관련된 한자로는 "코끼리 상(象)"자와 "할 위(爲)"자가 있습니다.
동남아로 관광여행을 떠나면 많이 사오는 기념품 중에는 이런 목각인형이 있습니다. 직접 가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집안의 공간이나 차지하는 애물단지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 여행을 갔다온 사람들에게는 각별한 애정이 있겠죠. 이 코끼리는 두 종이 있는데 아프리카 코끼리와 인도 코끼리입니다. 아프리카 코끼리 인도 코끼리 위풍당당함으로 따지자면 아프리카 코끼리를 따를 수야 없겠지요. 머리보다 더 큰 귀를 펄럭이며(실제로는 냉각장치) 달려들면 혼비백산 달아나지 않을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성질도 사나워 길들일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동물원에는 주로 인도 코끼리를 갖다놓고 있다고 합니다. 인도 코끼리는 3~4000년 전만 해도 중국 황하 유역의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동물이라고 합니다. 인간의 난개발로 토지가 황폐화하는 바람에 지금은 그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 지금도 발굴을 하면 심심찮게 함께 묻힌 코끼리의 유골이 발견된다고 합니다. 이런 동물이라면 일찌감치 문자로 표현이 되었으리라는 것은 쉽사리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이상 생략될 수 없는 도형까지 가면 문자의 가장 초기 형태가 되는데 코끼리는 처음에는 다음과 같이 묘사되었습니다. 「코끼리 상」(象)자의 갑골문을 세운 모양 코끼리 하면 가장 큰 특징인 코와 상아가 강조되었습니다. 귀가 강조되지 않은 것은 아마 당시 사람들이 아프리카 코끼리를 보지 못해서였겠죠. 이렇게 가로로 긴 문자는 세로로 긴 형태의 필기도구인 죽간이나 목독에 쓸(그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노트에 맞추기 위해 글자를 세우게 되는데 바로 다음의 형태입니다. 「코끼리 상」(象)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성질이 난폭하고 거친 아프리카 코끼리와 달리 유순한 인도 코끼리는 인간의 반려자였습니다. 동남아에 여행을 갔다온 사람들이 올리는 여행기 같은 것을 보면 아래의 사진 같은 장면을 흔히 보게 됩니다. 코끼리에 가까이 다가서서 사람이 코끼리를 만지는 모습 말입니다. 필요한 경우에는 일도 시켰습니다. 아마 옛날에 기중기같은 중장비가 없던 시절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일을 주로 하였을 것입니다. 아래의 사진처럼 등에 타고 코끼리를 부려서 통나무 같은 인간의 힘으로는 들기 힘든 물건을 날랐죠. 타고 있는 사람을 보니 인도나 동남아 사람 같습니다. 불도저나 크레인 같은 중장비 역할을 거뜬히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동남아에 가면 관광용으로 시범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코끼리를 부려서 일을 하는 모습이 「할 위」(爲)자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아마 「손으로 코끼리를 부려서 일을 할 위」(爲)자가 되겠죠. 그런데 앞의 코끼리를 부려서 일을 한다는 설명은 어느 순간 글자 풀이에서 사라지고 "하다"라는 뜻만 남은 것이죠. 역시 최대한 생략을 했는데 코끼리 부분은 그대로 살리고 사람을 나타내는 형체소는 손만 남겨놓았습니다. 「할 위」(爲)자의 갑골문-금문-소전 손을 나타내는 부분은 손톱 조(爪)자의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전서로 가게 되면 지금의 위(爲)자와는 많이 닮아갑니다만 코끼리의 형체소 부분이 많이 변형되게 되는 것이지요. 코끼리를 부리지 않아도, 힘든 일을 하지 않아도 요즘은 「일을 한다」면 「위」(爲)라고 합니다. 생각 같아서는 기중기 같은 중장비를 써서 일을 하는 작업에만 옛날 중(重)동물인 코끼리를 부려서 일을 한 이 「위」(爲)자를 쓸 자격이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지금은 그냥 오락용 동물로 전락하였지만 한때 코끼리 못지 않게, 아니 한 나라의 명운을 쥐고 흔든 동물도 있습니다. 바로 말입니다. 말은 흉노족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원이었습니다. 서양에서는 훈족으로 불리는 흉노족 전사들은 2주 동안 오로지 말 위에서만 생활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밤새도록 달리고 배가 고프면 말이 풀을 뜯는 사이에 말 젖으로 배를 채우고 하면서 말입니다. 유럽을 유린할 당시 아마 칸이 죽는 바람에 장례식에 참석하려고 돌아가지만 않았더라면 유럽은 훈족의 발 아래에 떨어졌을 것입니다. 말이 다른 동물과 가장 다르고 특징적인 부분은 갈기일 것입니다. 갈기를 바람결이 휘날리며 달리는 말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역동적입니다. 「말 마」(馬)자는 바로 말의 갈기와 몸통, 그리고 발을 표현한 글자입니다. 「말 마」(馬)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말이 두 발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은 「말 마」(馬)자의 갑골문을 연상케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옛날 가로로 긴 죽간의 쓰임에 맞추기 위해서 그렇게 쓴 것이지 말의 이런 모습을 나타낸 것은 아닙니다. 좋은 말은 요즘으로 치면 스커드 미사일과 맞먹는 위력을 가졌다고 합니다. 한무제는 장건이 대원에 갔더니 피 같은 땀을 흘리는 좋은 말인 한혈마(汗血馬)가 있더라는 얘기를 듣고 말을 빼앗기 위해 대원을 치기도 합니다. 그리고 한무제 당시에 이미 6만 마리에 이르는 품질 좋은 몽고말을 길렀다고도 합니다. 서양에서도 이런 사정은 비슷해서 스페인의 피사로는 기병 169명으로 8만 명이나 되는 잉카군을 궤멸시켰다고 합니다. 이런 말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사랑은 중국인들의 예술품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난주에 있는 감숙성박물관의 실크로드관에 있는 유명한 「나는 제비를 밟고 달리는 말」(馬踏飛燕)입니다. 완벽한 균형감을 자랑하는 천마를 표현한 이 조형물은 중국의 얼굴 중의 하나로 많은 관광객들이 기념으로 모형을 사 가기도 합니다. 이런 기풍은 당나라 때까지도 식지 않았는데 가장 유명한 그림은 당현종의 말을 그린 작품인 조야백(照夜白)일 것입니다. 밤을 흰 빛으로 밝게 비춘다는 말입니다. 한나라 때나 당나라 때나 모두 영토확장으로 한한 무(武)를 숭상하는 기질이 잘 드러나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가축에 대해서 한번 알아볼까요? 중국 사람들은 가축하면 아마 돼지를 제일 먼저 떠올릴 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야 쇠고기를 으뜸으로 치지만 중국에 가면 돼지고기가 제일입니다. 조리법도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많아서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서호 변에 있는 식당인 누외루(樓外樓)에서 먹었던 동파육은 아마 돼지고기 요리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일 것입니다. 어느 동물이 그러지 않았겠습니까만 애초에 돼지는 야생이었고 또 맹수로 분류되었습니다. 공자의 가장 나이 많은 제자인 자로는 용맹을 과시하기 위해 늘 돼지 가죽으로 된 허리띠를 차고 다녔다고 하니까 공자 시대까지만 해도 돼지는 "용맹한" 맹수였던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돼지는 사람들에 의하여 길들여져 식재료를 제공하는 가축이 되었죠. 최근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 흑돼지입니다. 옛날 우리 어릴 때는 모두 흑돼지였고, 비계에 박힌 검은 털 때문에 먹기를 주저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돼지가 여느 동물들과 다른 점은 몸집입니다. 문자에도 그런 모습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돼지 시」(豕)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갑골문을 보면 몸집을 더 크게 표현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짧은 꼬리. 돼지는 가축이 되면서 사람과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이런 점을 표현한 것이 바로 「집 가」(家)자입니다. 「집 가」(家)자는 집에 돼지가 있는 모양입니다. 지금은 돼지 집인 돼지우리를 생각하겠지만 아주 옛날에는 실제로 돼지와 사람이 한 공간에 살았을 수도 있습니다. 「집 가」(家)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금문을 보면 흑돼지가 바로 보입니다. 금문은 종종 문자가 간략화하는 추세를 역행하여 갑골문보다 더 장식적인 형태를 띠기도 하는데 이는 용도가 정(鼎)이나 종(鍾) 같은 장식적인 기물에 새겨지기 때문이었습니다. 한편 야생 돼지인 야저(野猪) 곧 멧돼지를 길들이려면 야성을 없애야 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표현한 글자가 바로 「밝 얽은 돼지걸음 축」(豖)자입니다. 「밝 얽은 돼지걸음 축」(豖)자의 갑골문-소전 글자의 훈대로라면 돼지의 행동에 제약을 가하기 위하여 돼지의 발을 묶어놓았다는 뜻이 됩니다. 그러나 현대의 문자학자들은 아마 수퇘지를 거세하여 야성을 없애는 동시에 육질이 많고 부드럽게 하기 위한 조치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갑골문을 보면 날카로운 칼질을 한 듯한 형상이 보이고, 반면에 소전은 발을 묶어놓은 듯한 모습입니다. 어느쪽이든 처음 문자를 만든 사람이 증언을 해주지 않으면 문자학의 세계에서는 정답이라는 것이 있을 수 없습니다. 가축 중에서 인간과 떼려랴 뗄 수 없는 동물이 있는데 바로 개입니다. 개는 일찍부터 길들여져 인간의 반려동물이 되었죠. 우리나라에서도 저출산에 의하여 반려견이 아무 많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개와 인간의 수명 차이 때문에 이별의 슬픔은 보통 인간이 겪게 됩니다. 외국에는 버젓한 개 공동묘지도 있다죠. 우리나라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개가 많이 있습니다. 풍산개, 삽살개도 있지만 저는 품위로 보면 진도개를 제일로 치고 싶습니다. 진도개입니다. 쫑긋한 귀와 말려올라간 긴 꼬리가 특징입니다. 다음은 「개 견」(犬)자의 시대별 자형입니다. 「개 견」(犬)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돼지보다는 조금 날렵하게 생겼고 쫑긋한 귀와 말려올라간 긴 꼬리가 그대료 표현되어 있습니다. 말린 꼬리는 소전에까지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덩치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개와 비슷한 동물이 있습니다. 비록 가축은 아니지만 바로 호랑이입니다. 덩치를 제외하면 호랑이와 개는 모양이 아주 흡사합니다. 날렵한 몸매에 말려올라간 꼬리... 그러나 가장 큰 특징은 가죽의 줄무늬일 것입니다. 호랑이가 먹이감을 찾아 어슬렁거리고 있습니다. 꼬리는 개처럼 위쪽으로 말려올라가 있습니다. 「범 호」(虎)자의 시대별 자형입니다. 「범 호」(虎)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갑골문을 보면 얼룩무늬가 선명합니다. 그 뒤로는 날카로운 발톱 등으로 개와 모양을 달리했지만 역시 말려올라간 꼬리는 소전까지 쭉 이어집니다. 현재 쓰는 해서(楷書)에서는 꼬리가 더 멋지게 말려 있습니다. 한자를 공부하면서 깨닫는 점 중의 하나는 정말 그 동물의 특징적인 측면을 아주 족집게로 찝듯이 잡아낸다는 사실입니다. 견(犬)자와 호(虎)자를 보면 그런 생각이 더 뚜렷해집니다. |
첫댓글 아프리카코끼리랑 인도코끼리가 제법 다르게 생겼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