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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원문보기 글쓴이: 교육의질
'슬픈 통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청소년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0∼19세의 자살자 수는 317명으로 하루에 한 명 가량의 청소년이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248명이었던 청소년 자살자 숫자는 △2005년 279명 △2006년 232명 △2007년 309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자살을 생각하는 청소년은 훨씬 많다. 보건복지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2007년에 한번이라도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답한 청소년은 응답자 중 23.7퍼센트(%)였다. 한국사회조사연구소 역시 2008년에 "학원에서 새벽 1시에 들어온 아이들 47.6퍼센트가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청소년의 정신 건강 상태는 이 같은 높은 자살률을 일정 정도 설명해준다. 통계청 설문조사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변한 청소년은 전체 응답자의 46.5퍼센트였다. 중학교 1학년은 41.7퍼센트, 고등학교 3학년은 54.2퍼센트로 학년이 높아질수록 스트레스를 받는 비율이 높아졌으며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10퍼센트 이상 높게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4∼8월 전국 470개 초·중·고교생(초등학교는 1·4학년, 중·고교는 1학년) 12만61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가운데 2만1497명(17.5퍼센트)이 우울·불안·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의 문제로 정밀검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들의 정신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2007년 서울시 청소년 상담지원센터 조사에서 청소년들은 스트레스 요인의 1위로 시험성적에 대한 부담감(74.8퍼센트)을 꼽았다. 최근 15명의 청소년을 만나 그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책 <대한민국 10대를 인터뷰하다>(동녘 펴냄)를 쓴 김순천 작가는 "청소년 관련 자료를 찾다 보면 밝고 희망찬 통계는 거의 찾을 수가 없다"며 이를 두고 "슬픈 통계"라고 표현했다. |
"꿈? 이러다가 없어질 것 같아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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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자살을 겪고 난 뒤 이은지 학생은 새삼 그와 그의 친구들이 처한 현실에 눈을 떴다.
"주변에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 친구가 있었다는 걸 몰랐다는 게 미안했다. 그 친구가 죽고 다시 주변을 둘러보니 그런 애들이 굉장히 많더라. 사람이 죽는 교육을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시 받은 충격은 지난해 발표된 학교 자율화 조치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이어졌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이은지 학생은 청소년인권단체 수원지부를 만들어 활동했고, 올해는 경기도교육청에서 만드는 학생인권조례에 의견을 냈다.
이제 19살이 되는 이은지 학생. 그는 자신의 십대를 돌이켜보면 "너무 억울하고, 황당하다"고 했다. 10년을 통틀어 남은 기억이란 오직 '공부'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도 않는다고들 한다. 그런데 매일 공부만 하고, 친구와 수다를 떨어도 공부 얘기만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 가끔은 장관을 찾아가 '내 인생 물어내라'고 하고 싶을 정도다.
어른들, 심지어 친구들도 '네가 너무 순진하다', '하고 싶은 걸 하려면 우선 공부를 해야 한다'고들 한다. 그런데 어차피 좋은 대학에 가도 경쟁에서 해방될 수 없는 것 똑같은데? 안 그런가."
이은지 학생이 어렸을 적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다. 특히 국사는 그가 꾸준히 관심이 있는 분야다. 그러나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입시 학원 이외에 다른 학원은 포기해야 했다. 선생님들은 "서울대 갈 애들만 국사를 선택하라"고 했다.
이은지 학생은 "대학에 가서도 시간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아는데, 하고 싶었던 공부는 대체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입시 걱정이 없다고 하면 십대야말로 자신이 하고 싶은 걸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닐까"라며 "자꾸 미뤄지니까 나중에는 정말 꿈이 없어질 것 같아서 무섭다"고 말했다.
한편, 김민석 학생과 박진수 학생이 지금 바라는 것은? 간단했다. 하루빨리 '재수 없으면 두드려 맞는 교도소 같은 학교'를 졸업하는 것이다.
"우리 애들만은…"
이들이 바라본 한국 교육의 미래는 어떨까? 이들은 "분명한 것은 내 아이가 이런 교육을 받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지 학생은 "한국 교육이 바뀌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사실 어머니와 얘기를 해보면, 어머니도 어렸을 때 나처럼 '내 자식은 이런 교육을 안 받겠지' 생각했는데 달라진 게 없었다고 하더라"며 "그렇지만 내 후배나 내가 낳는 자식들은 절대 이런 교육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민석 학생은 "제 과외 선생님도 우리 고등학교를 나왔다"며 "그때도 지금과 똑같았고, 결국 한번은 너무 화가 나서 체벌한 선생님의 차를 긁어버렸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아들을 낳으면 절대 우리 학교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자신이 받는 교육이 대물림되지 않길 바라는 학생들, 우리는 이들에게서 그나마 미래의 희망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2009년 한국의 슬픈 아이러니다.
한해동안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간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2009년 한국 교육 제도, 무엇이 변했나 2009년 한국 교육계는 유독 눈코 뜰새 없이 분주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친서민' 이미지를 부쩍 강화하면서 교육 정책을 대대적으로 손을 댔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사교육비와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자신의 공약을 실천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한 해동안 나온 결과는 정반대다. 서울에서는 국제중학교가 문을 열고 고교선택제를 도입했으며(이 정책을 펼친 공정택 교육감은 결국 지난 10월 선거법 위반 유죄가 최종 확정돼 교육감직에서 물러났다), 전국적으로는 자율형사립고 20개가 지정돼 중·고등학교 입시 시장을 넓혔다. 대학 입시 제도에서는 입학사정관제가 대대적으로 도입됐다. 사교육을 줄이겠다며 도입한 이 제도는 오히려 '대입컨설팅'이라는 새로운 사교육 시장을 형성했다. 정부는 심야 학원 교습 제한과 학원비 산정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대입컨설팅은 이런 통제를 벗어나 고액 사교육으로 위치를 굳혀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최근 10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든 2010년 교육 예산안을 발표하는 한편, 교원 수를 동결하기로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교사1인당 학생수는 '저출산' 현상 때문에 알아서 줄어든다는 논리다. 대신 정부는 비정규직인 기간제 교원 활성화를 위해 각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의 반일 또는 격일제 근무형태를 늘리고, 강사료를 예산의 범위내에서 자율적으로 책정·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가을에는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나서면서 외국어고 개혁 문제로 뜨거운 논쟁이 일었다. 당시 여론은 초·중학생 사교육비를 높이는 '주범'으로 꼽힌 외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았다. 그러나 이를 수습하겠다면서 교과부가 최근 내놓은 방안은 결국 외고를 유지하겠다는 것이었다. 한편, 지난 4월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진보적인 성향의 김상곤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시국선언 교사들의 징계를 유보하고, 단계적인 무상급식을 방안을 제시하는 등 지역 단위 교육청에서 할 수 있는 나름의 개혁을 추구했다. 그러나 김 교육감은 현재 교육과학기술부의 고발, 경기도의회의 잇따른 예산안 부결로 발목을 잡혀 있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발표한 학생인권조례 초안은 그나마 학생들의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여기에는 두발과 복장의 자유, 야자 선택의 자유, 체벌 금지 등 학생들이 가장 괴로워하고 있는 이슈가 담겼다. 그러나 보수 언론은 이를 '정치적인 술수'로 몰아가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경기도의회에서의 조례안 통과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