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바르게 읽는 독립선언서
'쉽고 바르게 읽는 3.1독립선언서'를 펴내며
(대통령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1919년 3월 1일, 전국의 7개 도시에서 만세시위가 있었습니다. 독립을 염원하며 모여든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3․1독립선언서가 낭독되었습니다.
‘우리는 오늘 조선이 독립한 나라이며, 조선인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선언한다’라는 첫 문장을 듣는 순간, 사람들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게 희망의 빛을 전해준 3․1독립선언서는 최남선이 썼습니다.
원고를 쓰고 이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 3․1독립선언서에는 33명의 종교 지도자들이 서명했습니다. 천도교 지도자 15명, 기독교 지도자 16명, 불교 지도자 2명이 독립의 의지를 담아 도장을 찍었습니다.
3․1독립선언서는 1919년 2월 27일에 인쇄되어 2월 28일에 전국에 배포되었습니다. 3월 1일, 첫날 7개 도시에서 열린 만세시위에서 3․1독립선언서가 낭독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3․1독립선언서는 인쇄 기계가 있는 학교나 교회에서 수백 매, 수천 매씩 찍어 냈고 전국 곳곳에서 매일같이 열리는 만세시위 현장에서 읽혔습니다.
만세시위 현장에서 직접 낭독한다는 마음으로 3․1독립선언서를 한번 읽어 보세요.
[쉽고 바르게 읽는 3.1독립선언서]
우리는 오늘 조선이 독립한 나라이며, 조선인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선언한다. 우리는 이를 세계 모든 나라에 알려 인류가 모두 평등하다는 큰 뜻을 분명히 하고, 우리 후손이 민족 스스로 살아갈 정당한 권리를 영원히 누리게 할 것이다.
우리의 이 선언은 5천 년 동안 이어 온 우리 역사의 힘으로 하는 것이며, 2천만 민중의 정성을 모은 것이다. 우리 민족이 영원히 자유롭게 발전하기 위한 것이며, 인류가 양심에 따라 만들어가는 세계 변화의 큰 흐름에 발맞추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하늘의 뜻이고 시대의 흐름이며, 전 인류가 함께 살아갈 정당한 권리에서 나온 것이다. 이 세상 어떤 것도 우리 독립을 가로막지 못한다.
낡은 시대의 유물인 침략주의와 강권주의에 희생되어, 우리 민족이 수 천 년 역사상 처음으로 다른 민족에게 억눌리는 고통을 받은 지 10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 스스로 살아갈 권리를 빼앗긴 고통은 헤아릴 수 없으며, 정신을 발달시킬 기회가 가로막힌 아픔이 얼마인가. 민족의 존엄함에 상처 입은 아픔 또한 얼마이며, 새로운 기술과 독창성으로 세계 문화에 기여할 기회를 잃은 것이 얼마인가.
아, 그동안 쌓인 억울함을 떨쳐 내려면, 지금의 고통을 벗어던지려면, 앞으로 닥쳐올 위협을 없애 버리려면, 억눌린 민족의 양심과 사라진 국가 정의를 다시 일으키려면, 사람들이 저마다 인격을 발달시키려면, 우리 가여운 자녀에게 고통스러운 유산 대신 완전한 행복을 주려면, 우리에게 가장 급한 일은 민족의 독립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다.
오늘, 우리 이천만 조선인은 저마다 가슴에 칼을 품었다. 모든 인류와 시대의 양심은 정의의 군대와 인도의 방패로써 우리를 지켜 주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나아가 싸우면 어떤 강한 적도 꺾을 수 있고, 설령 물러난다 해도 이루려 한다면 어떤 뜻도 펼칠 수 있다.
우리는 일본이 1876년 강화도조약 뒤에 갖가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일본을 믿을 수 없다고 비난하는 게 아니다. 일본의 학자와 정치가들이 우리 땅을 빼앗고 우리 문화민족을 야만인 대하듯 하며 우리 오랜 사회와 민족의 훌륭한 심성을 무시한다고 해서, 일본의 의리 없음을 탓하지 않겠다.
스스로를 채찍질하기에도 바쁜 우리에게는 남을 원망할 여유가 없다. 우리는 지금의 잘못을 바로잡기에도 급해서, 과거의 잘잘못을 따질 여유가 없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우리를 바로세우는 것이지 남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양심이 시키는 대로 우리의 새로운 운명을 만들어가는 것이지 결코 오랜 원한과 한순간의 감정으로 샘이 나서 쫓아내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단지, 낡은 생각과 낡은 세력에 사로잡힌 일본 정치인들이 공명심으로 희생시킨 불합리한 현실을 바로잡아, 자연스럽고 올바른 세상으로 되돌리려는 것이다.
처음부터 우리 민족이 바라지 않았던 조선과 일본의 강제 병합이 만든 결과를 보라. 일본이 우리를 억누르고 민족 차별의 불평등과 거짓으로 꾸민 통계 숫자에 의하여 서로 이해가 다른 두 민족 사이에 화해할 수 없는 원한을 만들고 있다. 과감하게 오랜 잘못을 바로잡고, 진정한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사이좋은 새 세상을 여는 것이, 서로 재앙을 피하고 행복해지는 지름길임이 분명하지 않은가!
또한 울분과 원한에 사무친 2천만 조선인을 힘으로 억누르는 것은 동양의 평화를 보장하는 길이 아니다. 이는 동양의 안전과 위기를 판가름하는 중심인 4억 중국인들이 일본을 더욱 두려워하고 미워하게 하여 결국 동양 전체를 함께 망하는 비극으로 이끌 것이 분명하다. 오늘 우리 조선의 독립은 조선인이 정당한 번영을 이루게 하는 것인 동시에, 일본이 잘못된 길에서 빠져나와 동양에 대한 책임을 다하게 하는 것이다. 또 중국이 일본에게 땅을 빼앗길 것이라는 불안과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것이며, 세계 평화와 인류 행복의 중요한 부분인 동양 평화를 이룰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조선의 독립이 어찌 사소한 감정의 문제인가!
아, 새로운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는구나. 힘으로 억누르는 시대가 가고, 도의가 이루어지는 시대가 오는구나. 지난 수천 년 갈고 닦은 인도적 정신이 이제 새로운 문명의 밝아오는 빛을 인류 역사에 비추기 시작하는구나. 새 봄이 온 세상에 다가와 모든 생명을 다시 살려내는구나. 차디찬 눈보라에 숨 막혔던 한 시대가 가고, 화창한 바람과 따뜻한 볕에 기운이 돋는 새 시대가 오는구나.
온 세상의 도리가 다시 살아나는 지금, 세계 변화의 흐름에 올라탄 우리는 주저하거나 거리낄 것이 없다. 우리는 원래부터 지닌 자유권을 지켜서 풍요로운 삶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것이다. 원래부터 풍부한 독창성을 발휘하여 봄기운 가득한 세계에 민족의 우수한 문화를 꽃피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떨쳐 일어나는 것이다. 양심과 진리가 나와 함께 나아간다. 남녀노소 구별 없이 어둡고 낡은 옛집에서 뛰쳐나와, 세상 모두와 함께 즐겁고 새롭게 되살아날 것이다. 수천 년 전 조상의 영혼이 안에서 우리를 돕고, 온 세계의 기운이 밖에서 우리를 지켜주니, 시작이 곧 성공이다. 다만, 저 앞의 밝은 빛을 향하여 힘차게 나아갈 뿐이다.
세 가지 약속
하나, 오늘 우리의 독립선언은 정의와 인간의 도리를 지키고 번성하며 살아가려는 민족의 요구이니, 오직 자유로운 정신을 드날릴 것이요, 남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멋대로 하지 말라.
하나, 마지막 한 사람까지, 마지막 한 순간까지, 민족의 정당한 뜻을 마음껏 드러내라.
하나, 모든 행동은 질서를 존중하여 우리의 주장과 태도를 떳떳하고 정당하게 하라.
조선을 세운 지 사천이백오십이년 삼월 초하루(1919년 3월 1일)
조선민족대표
손병희 길선주 이필주 백용성 김완규 김병조 김창준 권동진 권병덕
나용환 나인협 양전백 양한묵 유여대 이갑성 이명룡 이승훈 이종훈
이종일 임예환 박준승 박희도 박동완 신흥식 신석구 오세창 오화영
정춘수 최성모 최 린 한용운 홍병기 홍기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