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일차.150118.일. 강구항-경정항
아주 추웠던 그리고 행사가 많았던
년말년시를 무사히 보내고 다시 해안따라 두발로가 작동을 시작했다. 27
일에 베트남으로 출국하는 상규와
함께 07시에 동서울터미날에서 버스를 타고 영덕경유 강구로 향한다. 그
시각에 영균이는 내대리를 출발하여 진주 포항 경유 강구로 향한다. 시간차가 거의 없이 12시경 강구에서 만
난다. 휴일이라 영덕대게를 먹고자 하는 관광객들
차량으로 강구항 일대가 매우 혼잡하다. 우리도 점심으로
대게를 먹어보고자 한 음식점에 들어간다. 영덕대게 중 최고로 치는 박달대게 한 마리와 홍게 두 마리에 28
만원이란다. 영균이가 추억거리이니 가격이나 알고 먹으라며 자기가 계산하겠다고 한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
키며 구석구석 알차게 파먹는다. 맛이 있긴 해도 지나치게 비싸다. 기념으로 한번쯤 먹어볼 수는 있지만 나로
서는 두 번씩은 먹기가 어렵겠다. 겨울답지
않게 부드러운 날씨다. 하늘도 맑고 바람도 거의 없다. 셋이
어울
려 걷다 보니 바다를 약간 등한시하게 된다. 길이 편한 듯 하면서도 차도를 걸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해파랑
길은 부끄러운 듯 어딘가 숨었다가 여유가 있는 곳에서 슬며시 나타난다.
대탄리에서 시작되는 해안절벽길은
모두가 흡족해할 정도로 아주 낭만적인 길이다. 숲 속을
거니는 듯 바다 위를 걷는 듯 절벽의 바위를 타는 듯
아기자기하게 오르락 내리락 돌아간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며 파도소리만이 정겹게 들려온다. 달이 떴으면
더욱 낭만적이고 좋으련만 친구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경정항에서 민박을 하려 했으나 겨울철에는 휴업이
란다. 조금 더 걸어
모텔에 자리잡고 근처 식당에서 저녁식사로 물회와 횟밥을 먹는다. 생각지도 않게 친구들
덕분에 두 시간
동안의 겨울 밤 행군이 제법 낭만적이다. 한달 열흘 만에 다시 맛보는 맑고 시원하고 깨끗한
자유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