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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포에지?39
소나기가 두들긴 달빛
인쇄 2015. 11. 15 발행 2015. 11. 20
지은이 지평선시동인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402-814 인천 남구 경인로 77(숭의3동 120-1)
전화 032-883-5356 전송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057-6 03810
값 9,000원
1. 저자
김유석
전북 김제 출생.
198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9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201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시집 상처에 대하여. 놀이의 방식.
김제 거주.
배귀선
부안 출생.
2011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2013년 ≪문학의 오늘≫로 시 부문 등단.
부안 거주.
서규정
전북 완주 출생, 김제에서 성장.
19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그러니까 비는, 객지에서 먼저 젖는다 외.
부산작가회의 활동.
부산 거주.
신정민
전북 전주 출생.
20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꽃들이 딸꾹, 뱀이 된 피아노, 티벳만행?. 한국작가회의, 부산작가회의 회원.
부산 거주.
안성덕
전북 정읍 출생.
200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몸붓??.
전주 거주.
이인순
전북 전주 출생.
1991년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 벌레집.
전주 거주.
장경기
전북 김제 출생.
1992년 ≪현대시≫로 등단.
1998년 ‘멀티포엠 선언문’ 발표.
1996년부터 20년째 아리랑 만생전 시리즈 창작.
멀티포엠아트 형태의 작품을 24권 시리즈 2000여 편까지 진행.
저서 몽상의 피, 안개의 집, 마고, 신용불량자, 눈꽃경전, 모어를 찾아서, 또 다른 변신을 향해서 외.
장편 멀티포엠 영화 시의 눈 제작 중.
서울 거주.
장종권
전북 김제 출생.
1985년 ≪현대시학≫ 추천완료.
시집『호박꽃나라』외.
장편소설 순애(전2권).
창작집 자장암의 금개구리.
인천문학상, 성균문학상 수상.
계간 리토피아 주간.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인천 거주.
조재형
전북 부안 출생.
2011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지문을 수배하다.
부안 거주.
2. 자서
序
점은 이어져 선이 되고,
들은 펼쳐지며 지평이 된다.
지평에 잠긴 들에는,
숱한 생명들이 출렁인다.
그 들의,
그 생명들의,
노래가 시이다.
그 들에서 벌거숭이로 자란
아홉 시인들이
자선 아홉 편 노래들을 함께 묶는다.
2015년 가을
지평선시동인 일동
3. 차례
김유석
미필적 감정 15
악력握力 16
청연靑然 18
십일월 19
잘 익은 풍경 20
세한歲寒 21
울음 화석 22
3초 24
웃는 염소 26
배귀선
고수 29
33.9 30
쐐주병 32
이무기 34
장날 36
종이 십자가 38
생일 39
줄포 약방 40
꽉꽉 꽃게 42
서규정
맨입 45
명랑 46
김제金堤 48
적벽赤壁 50
못, 두들겨라 연못 52
어느 바다 깊은 골짜기에 대한 논쟁 54
신新 공무도하가 56
나비 잡는 법 58
간격 60
신정민
헝그리 복서 63
소실점 64
색깔빙고 66
이스탄불에서의 마지막 식사 68
나의 오감은 안녕하신가 70
적敵 72
하루 74
나이지리아의 모자 76
고독의 족보 78
안성덕
친정 오라비처럼 83
꽃놀이 패 84
밥 한 번 먹자는 말 86
몸붓 88
덜미 90
달달한 쓴맛 92
등을 읽다 94
소문난 가정식 백반 96
스민다는 것 98
이인순
길 101
황홀한 블루스 102
봄날-광녀의 고백 104
별 106
불안 속에서 신작로新作路를 내는 일 108
봄날 또 간다 110
나무 112
개똥지빠귀 114
이름들 116
장경기
아내와 아편을 투약하는 밤 119
형수님 생각 120
금성아파트 122
동반자살 125
간음 128
소 130
유년 132
너의 폐허 된 가슴이 좋다 134
인간의 길 136
장종권
오늘이라는 낙원 141
참말 거짓말 142
호박꽃나라?1 144
꽃이 그냥 꽃인 날에 아름다웠던 꽃을 그리며 146
안치실 앞에서?1 148
안치실 앞에서?2 149
형수의 이름 150
분탱이 151
칙간의 보양재 152
조재형
하루의 사용법 155
침묵을 엿듣다 156
즐거운 세일 159
때늦은 서평-아버지 160
자화상 161
과적위반 164
길 166
발견 167
손자 168
해설/김영덕 169
지평선에 노을 지면 밥 짓는 연기 피어오르고
― 지평선시동인의 시
4.해설 중에서
문학의 생명은 창조적 에너지이며 그 창조적 에너지는 대지의 본질과 동일하다. 김제는 지평선과 벽골제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농경문화의 상징지역이다. 황금들녘의 소중한 자산을 창조적인 정신문화로 계승 발전시키자는 것이 동인 결성의 중요한 요인이다. 식량이 자원화 될 조짐이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세계의 경제적 힘의 논리에 말려 점점 식량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김제의 지역적 특성을 살리고 그 소중한 자산을 오래도록 가꾸기 위해서는, 현실적이고 가시적인 다양한 정책도 필요하지만 보다 미래지향적이며 땅의 철학이 가득한 시의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를 통한 김제의 재발견과 시를 통한 김제의 도약은 꿈이 아니다. 시를 통해 김제땅의 모성적 자애로움을 만천하에 드러내고, 이 땅이 모든 이들의 고향이 되어 그들이 따뜻하고 풍요로운 땅으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 그 힘이 김제의 시문학으로 되살아나 보다 강력해지길 기대한다. 지평선시동인들은 김제시문학의 발전을 위해 지역의 젊은 시인들을 발굴하고, 출향시인들의 문학적 귀향을 유도하면서, 김제시문학이 한국시단의 주목을 받는 그 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2010년 지평선시동인 결성문 요지
김제는 낙양의 한국 버전이다. 김제의 가없는 들판을 붉게 물들이며 지평선을 장엄하게 넘어가는 석양을 보지 않고 고단한 삶의 진실이니 부평초 같은 인생의 덧없음이니 논하지 말 일이다. 장강의 뒷 물결은 앞 물결을 밀어내고 살아있는 모든 것은 끝을 향해 간다고 했다. 삶은 죽음이 있어 아름답다고도 했다. 인생이란 탄생과 죽음 사이의 선택(장 폴 사르트르)일 뿐이라고도 했다. 광대무변의 김제 평야에서는 거리개념도 달라야 한다. 가을이 눈앞에 다가왔다를 영어로 말하라고 한다면 십중팔구 Autumn is just around the corner라고 하는데, 김제에서 길을 안내할 때 저 (산)모퉁이를 돌아가면 바로 나온다는 식으로 말하면 허방만 짚는다. 가까운 모퉁이가 도대체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차라리 따끈한 차 한 잔 마실 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든가, 밥 한 끼 지어먹을 시간이면 된다는 식의 시간개념으로 말하는 게 낫다. 김제는 사방이 지평선이다. 김제에 가서는 어쭙잖게 축지법 자랑도 하지 말 일이다./김영덕(문학평론가)의 해설에서
5. 작품
김유석
미필적 감정
하루살이 쫓아 방안으로 뛰어든 청개구리 창 열고 내보낸다. 청개구리 우화는 애처롭고
얼핏 창틀에 서성대는 쥐며느리 한 마리 꾹 눌러 죽인다. 쥐며느린 징그럽다.
애처로움 속에서 불쑥 뛰쳐나오는 징그러운 살의殺意
학습되었거나 스스로 왜곡되거나, 한순간 저질러지는 일들의 무심함
사소한 것들까지 괴로워해야 할 만큼 섬세하지도 난감하지도 않은 삶의 한가운데
불끈 쥔 주먹을 슬그머니 풀게 하는 그것은 연민일까 징그러움일까
밤하늘 조등弔燈 밝힌 풀벌레 울음, 잠시 서럽다.
배귀선
고수
침묵이 시작된다 어둠을 오려놓은 케미라이트 둥근 빛만큼 모아지는 양미간. 운명이라 기댈 우연에 가슴 걸고픈 나의 생이나 콩알떡밥 먹겠다는 너의 무모함이나 매한가지. 기억만으로 모으는 집어는 헛방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아직 엉키지 않은 줄이 있고 낭창한 낚싯대가 있다 확신은 밑밥에서 오는 것, 팽팽했던 강물이 헛챔질에 낚싯줄처럼 느슨해진다 미늘에 꿰어 어른거리는 어둠을 따내고 어쩌면 조작되었을지도 모를 기억의 미끼를 던진다 너를 느끼면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결연하게 휜 미늘이 배고픈 혀처럼 물속을 휘젓는다 단 한 번의 찰나를 시선에 모으는 순간, 살아온 날들을 미련 없이 털어내는 몸짓을 나는 손맛이라 하였는데. 네 상처는 사실 네가 나를 느끼는 손맛일 수도 있겠다는
기다린다는 것은 내가 미늘에 꿰어 있다는 말이다
서규정
맨입
빈들에 축 쳐진 허수아비의 어깨까지가, 우리네 삶의
한 소절이라 하고, 꽃은 피고 새는 울고
빗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바위 굴러가던 소리가
두 소절이라면
눈보라는 바닥에 닿을 때까진 같은 방향이라도 몸 섞질 않듯이
하늘과 땅이 마주치는 소리
길과 길이 만나 장을 이루는 소리
우리가 우리를 부르던 소리, 어느 대목에서
노래는 탄생했을까, 음의 높낮이는 달라도 합창이라 하고
제 눈물이 제 발등을 다 태우더라도
나무처럼, 나무들은 주렁주렁 열매를 달고 뿌릴 흔드네
다만, 멀리 가는 가로수들은 열매 맺을 틈이 없어
해와 달을 열매처럼 따 던진다네
그대와 나
별똥별을 아작아작 씹으며 넘을 산, 빈 것들의 빈산이 가까이 있겠네
세 소절로 어서 가세, 헛헛한 가슴과 맨입이면 너무 충분한
신정민
헝그리 복서
난 뿌리 하나가
화분 밖으로 뻗고 있어
개미농원에 들고 가
조금 더 큰 화분으로
분갈이를 청했더니
꽃을 보려면 놔두라 한다
비좁아서
살아보겠다 그러는 거라고
뿌리에 신경 쓰면
꽃 피우지 않을 거라고
안성덕
친정 오라비처럼
배불뚝이를 만나면
풋살구 몇 알 건네주고 싶네
손차양을 하고 하늘을 우러르는
뒤똥뒤똥 아기 밴 여자를 보면
바람만바람만 따라가 주고 싶네
길을 가다가
도톰한 뱃속 사람꽃을 두 손으로
살포시 감싸 안은 젊은 여자를 만나면
시디신 자두 몇 알
가만,
쥐어주고 싶네
핼쑥한 낮달도
보름달처럼 금세 핏기가 돌 것이네
배부른 누이를 보면
이인순
길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긴 여행을 떠나는 일이다
낮달 하나를 엿보고자 하는 간절한 동경이다
어느 저녁, 어스름으로 길게 흐르는 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희미해져가는 바다를 오래 바라본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낯선 바다 위로 낮게 뜬 어떤 달 하나를 동경하여
그 바닷가에 나를 풍장하려 했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이여, 사람의 길은 모두 달라서
네게 가는 길과 내게 오는 길은 사뭇 달랐다
장경기
아내와 아편을 투약하는 밤
여보, 제발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요.
경련하는 기형아를 낳고 싶어요.
제발 내 깊숙이 백색의 바늘 꽂아줘요.
제발, 피가 말라요. 머리 속이 부식되나 봐요.
제발, 그런 싸늘함으로 저를 보지 말아요.
제 영혼마저 더럽다고 생각하세요? 그런가요?
이 덜덜 떨리는, 바늘자욱 자욱한 내 팔에
문신은 누가 세겨주죠?
텅 비어지는 머리 속에서
눈동자 없이 초조히 표랑 하는 저 혼령들,
가엾은 늙은 신은 주사바늘 위에서 떨고 있어요.
어둠 저편에도 아늑한 신의 방은 있을까요?
부식된 영혼까지 받아주나요.
이 창백한 얼굴, 이 가면만 벗으면 되나요.
내 안에도 슬픔의 강은 흐르나요.
누가 침몰하는 내 젖가슴 위에서 나발을 불죠?
장종권
오늘이라는 낙원
누가 이중섭을 산 채로 십자가에 매달았을까.
황금 제단에 탐스러운 천도화를 놓아두었을까.
보는 이마다 간절하게 낙원으로 끌고 갔을까.
망우리 그의 하얀 비석에는 이끼도 자라지 않아
빈 무덤에 이름 없는 들꽃들만 무더기로 피어
흘러가던 구름도 궁금하면 때때로 돌아보지.
누가 이중섭을 산채로 십자가에 매달았을까.
눈먼 민중들에게는 어떤 비명도 들리지 않아.
파도 소리에 귀 막고 등 돌려 벼랑으로 가네.
벼랑 끝 도열한 십자가는 오늘도 경매가 한창이고,
경매가 끝나면 또 다른 이중섭이 십자가로 가네.
얼굴 다른 이중섭이 도살장 소처럼 끌려가네.
보는 이마다 낙원으로 향하라 시든 꽃비 내리네.
조재형
하루의 사용법
슬픔은 수령하되 눈물은 남용 말 것
주머니가 가벼우면 미소를 얹어 줄 것
지갑을 쫓지도 지갑에 쫓기지도 말고
안전거리를 확보할 것
침묵의 틈에 매운 대화를 첨가할 것
어제와 비교되며 부서진 나
이웃 동료와 더 견주는 건 금물
인맥은 사람에 국한시키지 말 것
숲 속의 풀꽃 전깃줄의 날개들
지구 밖 유성까지 인연을 넓혀 갈 것
해찰을 하는데 1할은 할애할 것
고난은 추억의 사원
시간을 가공 중이라고 자위할 것
돌아오는 길에
낯익은 별들에게 윙크하기 잊지 말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