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0) - 순조의 건강법 (3)
오늘도 조선의 제23대 임금인 순조의 건강법에 대해 살펴보죠.
장동민 한의사, 연결돼 있습니다.
(전화 연결 - 인사 나누기)
Q1. 순조는 홍경래의 난을 겪고 난 다음부터
국정에 흥미를 잃었다고 하는데요.
아닌 게 아니라, 이 무렵에
순조의 병증이 많이 나타난 것 같아요?
네 그렇습니다. 순조 11년 9월 5일의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홍욱호(洪旭浩)라는 선비 출신의 의원이 왕을 진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다른 의관(醫官)과 달리 왕실의 법도를 잘 모르기 때문에 곤란해 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실제 홍욱호는 일주일 전인 8월 27일에 순조의 부름을 받고 입궐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유의(儒醫)였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순조는 특별히 천천히 진맥하고 조용히 판단하라고 배려를 해줍니다. 특히 이시수가 아뢰기를, “의원이 진찰하는 법은 진맥뿐만이 아니고 모습과 얼굴빛을 관찰하는 것이 더욱 긴요한 것이니, 특별히 홍욱호에게 명하여 천안(天顔) 즉 얼굴을 우러러보도록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우러러보게 하라.”고 허락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즉 홍욱호가 계속 엎드려 있느라 왕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있었던 거지요.
Q2. 손목을 잡고 진맥만 하는 게 아니라
얼굴을 보기도 하는군요?
네 그렇습니다. 본래 한의약에는 사진(四診)이라고 하는 진단법이 있는데요, 말 그대로 네 가지 방법론을 이용하여 진단하는 것을 얘기합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망진(望診)인데요, 눈으로 보는 진단법입니다. 인체는 여러 가지 단서를 연결부위에 표출하여 나타내는데요. 예를 들어 간이 나빠지면 눈이 노랗게 되는 경우나, 치아가 부실하면 비뇨생식 계통이 좋지 않은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최근에는 초음파 등의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인체 내부 장기의 형상이나 뼈가 튼튼한지 등을 보게 되었는데 이 또한 망진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진단법은 들을 문자 문진(聞診)인데요, 인체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신호를 듣거나 냄새 맡거나 하는 진단법입니다. 예를 들어 청진기를 이용해 호흡소리를 듣거나 음성무늬를 이용해 체질진단을 내리는 경우가 이에 해당되는 것이지요. 세 번째는 물을 문자 문진(問診)인데요. 이는 인체의 증상을 질문을 통해 알아내는 방법입니다. 잠은 잘 자는지 밥은 잘 먹는지 대변과 소변은 잘 보는 지 등 여러 가지 증상을 물어서 진단의 자료로 이용합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진단법이 바로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절진(切診), 즉 진맥을 이용한 진단법인데요, 한의사는 맥의 빠르기 깊이 넓기 간격 부위 형태 등을 세밀하게 측정하여 각각 연결된 변증의 자료로 이용하는데, 최근에는 로봇을 이용한 로봇맥진기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Q3. 아, 진맥만 보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는 거였군요.
순조의 망진 결과는 어땠나요?
순조의 허락을 받고 고개를 들어 왕의 얼굴을 살펴본 초빙 의사 홍욱호는 얼굴에 누른빛이 보이는 것을 지적하며, 평소에도 그러했냐고 추가 질문을 던집니다. 이에 우의정 김사목이 아뢰기를, “증후(症候)에 대한 모든 것들을 상세히 하교한 연후라야 탕제를 논의 하여 정할 수 있습니다.”라고 순조에게 말하는데요, 이는 바로 물은 문자 문진(問診)에 해당됩니다.
이에 순조는 “증후는 비록 두통 복통 등 보통 병자와 같은 모양의 여러 가지 증상은 없지만, 크게 말한다면 금년이 작년만 못하고 작년이 재작년만 못하다. 몸을 움직이는 시작과 멈추는 동작이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는 가운데 저절로 이와 같다.”라고 답해서 현대의 ‘파킨슨증후군’ 비슷한 대답을 합니다. 이어서 “조동(跳動)하는 증후 즉 두근대는 증상은 요사이 어떠합니까?”라는 질문에는 “가끔 있다.”라고 답합니다.
Q4. 눈으로 보는 ‘망진’ 다음 순서로
물어보는 ‘문진’을 진행한 건데요.
그렇다면 그 다음에는 맥진을 하는 건가요?
네 정확하십니다. 사실 한의학에서는 눈으로 보고 병증을 맞추는 의사를 ‘신의’라고 불러 최고 경지로 보고 있고요, 맥을 잡아 아는 의사는 ‘교의’라고 해서 가장 수준이 낮은 의사로 보았습니다. 어쨌든 홍욱호는 마지막으로 진맥을 하는데요, 이윽고 진맥을 마치고 아뢰기를, “좌촌관(左寸關)에 약간의 활체(滑體) 즉 미끄러운 느낌이 있으니, 가슴 위에 담후(痰候) 즉 담 증상이 있는 것 같으며, 조동하는 증상도 그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탕제는 물러나서 여러 의관들과 상세하고 확실히 강론한 연후에 의논해서 결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진맥을 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양 손의 촌관척 부위를 짚는 방법이 제일 많이 응용됩니다. 여기서 좌촌(左寸)은 심(心)을 가리키며, 좌관(左關)은 간(肝)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은데요. 또한 활맥(滑脈)은 담(痰)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심과 간에 담과 같은 노폐물 증상이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해 가슴이 뛰는 증상이 있다고 답한 것입니다.
Q5. 결국 밖에서 초빙한 의사 홍욱호가
병의 원인을 밝혀 낸 거군요.
이후 홍욱호는 어떻게 됐나요?
이렇게 실력이 뛰어난 의사를 그냥 내버려 둘 리가 없겠지요. 이후 홍욱호는 어의로 일하게 되는데요. 순조 14년 10월 28일의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임금이 의관 등에게 이르기를, “낮에는 조금 나은데 밤에는 통증이 심하여 다리뿐만 아니라 온몸 역시 불편한 감이 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즉 순조가 다리통증이 심하여 온몸이 다 아픈 것 같다고 얘기한 것인데요. 이 때 유의(儒醫) 출신의 ‘어의(御醫)’인 홍욱호가 임금에게 답변을 한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즉 8월 27일에 입궐했던 초빙 의사가 두 달 만에 어의가 된 것이지요.
이렇게 두 달 만에 어의가 된 홍욱호가 아뢰기를, “근일에 옥체의 여러 곳이 편안하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위기(胃氣) 즉 밥통 위의 기운이 부족한 때문인데, 위기가 부족한 것은 또 음식을 드시는 것이 또한 부실한 때문입니다. 다리의 증후도 역시 이 때문입니다. 지금 빨리 회복시키는 방도는 탕제(湯劑)와 음식에 의지하여 위(胃)를 보호하고 비장(脾臟)을 튼튼히 하여야 합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음식을 잘 먹어야 다리 병이 낫는다고 얘기한 것이지요.
Q6. 그래서 어의의 말대로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한약을 복용했나요?
그런데 이때는, 다른 때와 다르게 특별한 치료법이 이용되었습니다. 실제 하루 전날인 10월 27일의 기록을 보면, 어의들이 안마(按摩)를 마친 다음, ‘증후가 습담(濕痰)이 흘러 모여들어서 약간 결취(結聚) 즉 뭉친 것이 있다.’고 아뢰고, ‘가미억음산’을 붙이도록 올렸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다시 말해 침이나 뜸이 아닌 ‘안마’라는 치료법을 행한 것인데요. 이 때의 안마는 단순한 주무름 정도가 아니라 어의가 심혈을 기울여 시술한 치료법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한의학에서 도인(導引) 안마(按摩) 추나(推拿) 등의 치료법은 유사한 개념으로 사용되는데요. 원래 안마는 손이나 도구를 이용해 몸을 밀거나 당기고 진동이 일어나도록 두들기는 행위를 통해 인체의 기혈을 순환시키고 경락 경근 근육 관절 인대 등을 치료하는 치료기법입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는 ‘추나요법’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는데요, 최근 들어 일 년에 20회까지 건강보험도 적용되기 때문에 아주 저렴하게 이용할 수가 있습니다.
Q7. 그런데 ‘추나 요법’이라는 이름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는 건가요?
밀 추자 당길 나자 해서 추나요법인데요. 특히 수술을 하지 않아도 허리나 목 디스크 등과 같은 척추질환을 낫게 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그 효과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해외 환자들이 추나 치료를 받기 위해 한의원으로 찾아오고 있는데요, 실제 최근 들어 미국 의사들의 보수교육 과목 중의 하나로 채택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순조 역시 사흘 후인 11월 5일에 다시 안마시술을 받는데, 이 때 어의들이 안마를 하고난 다음 아뢰기를, “다리의 부기가 덜하여지는 듯 한 느낌이 듭니다.”라고 말합니다. 즉 3회의 안마시술을 통해 순조의 다리부종이 차도가 있었던 것이지요.
Q8. 그런데 아까 어의들이
‘가미억음산’을 환부에 붙인다고 했는데요.
이 때도 파스 같은 게 있었나 보네요?
네 맞습니다. 이 때 처방된 ‘가미억음산’은 지금의 한방파스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는데요, 순조의 피부가 조금 연약했는지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11월 2일의 기록을 보면, 두 번째 안마를 받고난 순조가 다리를 가리키며 말하기를, “수포(水泡) 즉 물집과 홍훈(紅暈) 즉 빨갛게 부푼 것은 어째서 그런가?”하니, 의관이 아뢰기를, “온약(溫藥) 즉 따뜻한 약을 살갗에 붙이면 으레 수포와 홍훈이 생깁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즉 화상을 입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그랬는지 순조 1년 11월 19일의 <왕조실록>기록을 보면, 순조에게 좀 특이한 피부증상이 나타나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왕이 진맥 결과를 명하자 어의들이 아뢰기를, “풍열(風熱)의 빌미로 인하여 진증(疹症) 즉 두드러기 같으나 진증은 아닌데, 감히 어느 날부터 처음 발진(發疹)하였는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자 임금이 말하기를, “그저께부터 처음으로 발진하였는데, 몸 윗부분에도 많이 있으며, 혹은 크고 혹은 작은 것이 다리와 발 부분에 많이 발진하였다.”라고 답합니다. 즉 순조에게 피부 질환이 발생한 것이지요.
Q9. 피부병이 생긴
부위가 다른 것을 보니..
파스 때문은 아닌 것 같아요?
네 그렇습니다. 어의의 말로 미루어 보아 순조가 앓았던 병의 원인은 풍열로 의심되지만, 확연하지는 않았음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부위 면에서는 몸통 상부와 발 다리 쪽으로 증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요, <동의보감>에 나오는 ‘음증발반(陰症發斑)’이라는 병증과 유사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피부에 몰리는 화(火)를 없애기 위해 차가운 성질의 약을 처방하기 마련인데, 음증발반의 경우에는 뿌리가 없는 가짜 화이기 때문에, 그러한 처방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는데요.
실제 이어지는 기록을 보면, 순조에게 금은화(金銀花)와 산사육(山査肉)으로 차[茶]를 만들어 들이라고 명하는 기록이 나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20일에는 또 다른 어의가 진맥을 한 후에, 승마갈근탕(升麻葛根湯)에다 금은화와 산사육을 가미하여 달이는 처방을 투약하고요. 이어서 21일에는 해기음(解肌飮)과 사과차(絲瓜茶)를 처방하기도 합니다. 다음날인 22일에는 병이 나았다고 판단하여 잠시 투약을 중지했다가, 24일과 27일에 각각 금은화차(金銀花茶)에 안신환(安神丸)과 우황고(牛黃膏)를 마저 복용케 합니다.
Q10. 이런 처방을 내린 이유가 뭘까요?
아마도 순조가 앓고 있는 병의 원인이 풍열이기 때문에 차가운 성질의 ‘금은화’를 선택하긴 했지만, 차가운 약재를 함부로 쓰면 안 되는 음증발반이기 때문에, 한약처방이 아니라 따로 차의 형태로 부드럽게 복용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소화를 돕는 ‘산사’가 같이 처방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순조의 위장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윽고 11월 29일에는 왕의 질병이 치유되었는데, 이를 기념하여 국가적인 경사로 하례를 치르도록 하였으며, 12월 1일에는 그 동안 왕의 질병 치료에 공을 세운 신하들에게 포상을 내리는 기록이 나옵니다. 11월 17일에 최초 증상이 발생되었으며, 11월 29일에 치료가 끝났으니, 피부질환 치고는 매우 빠른 호전양상을 보였다고 볼 수 있는데요. 또한 국가적인 경사로 선포하고 어의들에게 포상까지 한 것을 보면, 사소한 질환은 아니었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오늘은 장동민 한의사와 함께
순조의 건강법에 대해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