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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 이황(李滉) 도산십이곡 발(陶山十二曲跋)
이 ‘도산십이곡’은 도산 노인(陶山老人)이 지은 것이다. 노인이 이 시조를 지은 까닭은 무엇 때문인가. 우리 동방의 가곡은 대체로 음와(淫哇)하여 족히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저 ‘한림별곡’ 과 같은 류는 문인의 구기(口氣)에서 나왔지만 긍호(矜豪)와 방탕에다 설만(褻慢)과 희압(戱狎)을 겸하여 더욱이 군자로서 숭상할 바 못 되고, 다만 근세에 이별(李鼈)이 지은 ‘육가(六歌)’란 것이 있어서 세상에 많이들 전한다. 오히려 저것[육가(六歌)]이 이것[한림별곡(翰林別曲)]보다 나을 듯하나, 역시 그 중에는 완세 불공(玩世不恭)의 뜻이 있고 온유 돈후(溫柔敦厚)의 실(實)이 적은 것이 애석한 일이다. 노인이 본디 음률을 잘 모르기는 하나, 오히려 세속적인 음악을 듣기에는 싫어하였으므로, 한가한 곳에서 병을 수양하는 나머지에 무릇 느낀 바 있으면 문득 시로써 표현을 하였다. 그러나 오늘의 시는 옛날의 시와는 달라서 읊을 수 있겠으나, 노래하기에는 어렵게 되었다. 이제 만일에 노래를 부른다면 반드시 이속(俚俗)의 말로써 지어야 할 것이니, 이는 대체로 우리 국속(國俗)의 음절이 그렇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내가 일찍이 이별의 노래를 대략 모방하여 ‘도산 육곡(陶山六曲)’을 지은 것이 둘이니, 기 일(其一)에는 ‘지(志)’를 말하였고, 기 이(其二)에는 ‘학(學)’을 말하였다. 아이들로 하여금 조석(朝夕)으로 이를 연습하여 노래를 부르게 하고는 궤(几)를 비겨 듣기도 하려니와, 또한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노래를 부르는 한편 스스로 무도(舞蹈)를 한다면 거의 비린(鄙吝)을 씻고 감발(感發)하고 융통(融通)할 바 있어서, 가자(歌者)와 청자(聽者)가 서로 자익(資益)이 없지 않을 것이다. 돌이켜 생각건대, 나의 종적이 약간 이 세속과 맞지 않는 점이 있으므로 만일 이러한 한사(閑事)로 인하여 요단(鬧端)을 일으킬는지도 알 수 없거니와, 또 이것이 능히 강조(腔調)와 음절에 알맞을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일 건(一件)을 써서 서협(書篋) 속에 간직하였다가, 때때로 내어 완상(琓賞)하여 스스로 반성하고, 또 다른 날 이를 읽는 자의 거취(去取)의 여하(如何)를 기다리기로 한다. 가정(嘉靖) 44년(1565) 을축년 3월 16일 도산 노인은 쓴다. ▶ 어휘 구절 풀이 ▖음와(淫哇) : 음탕하다 ▖구기(口氣) : 말씨.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의 어조 ▖긍호(矜豪) : 교만과 허세 ▖설만(褻慢) : 행동과 무뢰하고 거침 ▖완세 불공(玩世不恭) : 세상을 희롱하고 공손하지 못함 ▖온유 돈후(溫柔敦厚) : 온유하고 인정이 두터움. 마음에 어남이 없는 경지 ▖이속(俚俗) : 상스럽고 속됨 ▖국속(國俗) : 국문을 가리킴 ▖궤(几)를 비겨 : 책상에 기대어 ▖비린(鄙吝) : 인색한 마음 ▖감발(感發) : 감동하여 분발해 지체 없이 통용함 ▖요단(鬧端) : 시끄러움 ▖긍호(矜豪)와 - 못 되고, : 한림별곡에 대한 비판 정신이다. 한림별곡에는 교만한 허세와 정신의 방탕함, 무례함과 진지하지 못하고 장난치듯하는 점이 겹쳐 나타나므로 학문을 닦는 군자가 받들만한 것이 못 된다는 뜻이다. ▖완세불공(玩世不恭) - 일이다. : (이별의 ‘육가’ 중에는) 안타깝게도 세상을 놀려대며 삼가지 않는 뜻이 있고, 따사롭고 부드러우며 도탑고 탐스러움이 적으니, 이는 손쉬운 일이다. ▖기 일(其一)에는 - 말하였다. : 하나는 ‘뜻’에 대해서 말했고, 또 다른 하나는 ‘학문’에 대해서 말했다. ▖한사(閑事)로 - 알 수 없거니와, : 이 한가로운 일로 인해 시끄러움을 일으킬 수 있을는지 아직 알 수 없고 ▖다른 날 - 기다리기로 한다. : 다음에 이 도산십이곡을 읽는 자의 반응과 태도를 기다려서 판단해 보기로 하겠다. ▶ 핵심 정리 ▮지은이 : 이황(李滉 1501~1570) 호는 퇴계(退溪). 조선 명종 때의 유학자로 조선 유학(儒學)의 대종(大宗). 벼슬이 좌찬성에 이르렀으며, 뒤에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도산 서원(陶山書院)을 짓고 후진의 양성에 전념함. 율곡(栗谷) 이이(李珥)와 함께 성리학의 쌍벽을 이룸. 시조 13수가 전한다. ▮갈래 : ‘도산십이곡’의 발문으로 고전 비평 ▮연대 : 가정(嘉靖) 44년(1565) 을축년 3월 16일 ▮표현 : 작자 자신을 제삼자의 위치에 놓고 객관적인 입장을 취하려는 의도가 보임. 간접 서술적 표현이다. ▮제재 : 도산십이곡 ▮주제 : 도산십이곡에 대한 자신의 의의와 감회 ▮출전 : <퇴계전서> ▶ 작품 해설 이 글은 지은이 자신이 문학 작품에 대한 스스로의 느낌과 의의를 토로한 글이라는 점에서 평문(評文)의 범주 속에 넣을 수 있다. 성리학자로서 지은이 자신이 지니고 있는, 시가와 문학에 관한 태도가 비교적 솔직하게 드러나 있다. 아울러 세속을 대하는 지은이 자신의 모습도 고백되어 있어 재미있다. 이 글 속에 언급된 ‘한림별곡’이나 기타 ‘동방의 가곡’들에 대한 평가를 음미해 보고, 이러한 발문(跋文)류의 글이 가지는 비평적 성격과 문학적 기능을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발(跋)은 서(序)와 함께 한문의 한 양식을 말하는데 대체로 책을 다 지은 후에 책을 지은 연유나 감회를 간략하게 적는 것을 이른다. 이 글은 ‘도산십이곡’과 같은 우리말 노래를 짓게 된 연유와 우리 나라의 가요를 평하는 글로서, 이 글을 통해 그의 유교적인 문학관을 엿볼 수 있다. 또, 자신이 직접 자신의 작품에 대해 언급함으로써 비평의 범주에 속한다. 이 글에는 성리학자인 지은이 자신이 지니고 있는 시가와 문학에 관한 태도가 솔직히 드러나, 세속의 음악을 싫어한다는, 세속을 대하는 자신을 잘 드러내고 있으며 ‘동방의 가곡’이나 ‘한림별곡’과 같은 시가는 음탕하고 완세 불공(玩世不恭)하여 가치가 없다고 평하고 문학과 시가는 내용상 교육적이어서 스스로 감발(感發)하고 자익(資益)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문학이란 노래를 불러 감정을 유발하여 마음을 순화시킬 수 있어야 하므로 노래를 부를 수 없는 한시보다는 우리말로 되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시조가 더 큰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견해는 온유 돈후의 경지를 말하는 것으로 감동의 효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의미이다.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 ■ 요점 정리 ▮지은이 - 이황(李滉) ▮갈래 - 연시조 ▮연대 - 명종 20년(1565) ▮성격 - 도학가(道學歌) ▮표현 - 설의법. 대구법 ▮내용 - 전 6곡 : 사물에 접하는 감흥을 노래[언지(言志)]. 후 6곡 : 학문 수양에 임하는 심경을 노래[언학(言學)] ▮주제 - 전 6곡 : 자연에 동화된 생활. 후 6곡 : 학문 수양 및 학문애(學問愛) ▮의의 - 문학적으로 볼 때에는 중국 문학을 차용한 곳이 많고, 생경한 한자어가 남용되어 높이 평가할 수 없으나, 성리학의 대가의 작품이라는 데서 시조의 출발이 유가(儒家)의 손에 있었고 그 성장 발전 역시 그들에 의하여 이룩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출전 - <도산육곡 판본(陶山六曲版本)> ■ 작품 해설 작자가 향리(鄕里) 안동(安東)에 물러가 도산서원(陶山書院)을 세우고 후진을 양성하며 자신의 심경을 읊은 12수의 연시조. 전 6곡은 ‘언지(言志)’ 후 6곡은 ‘언학(言學)’으로 되어 있다. 더욱이 이 작품은 이이(李珥)의 ‘고산구곡가’와 짝을 이루는데, 이이(李珥) 역시 뛰어난 성리학자였음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노래는 지은이가 명종 20년에 도산서원에서 후진을 가르치던 때에, 지은이의 뜻을 말한 언지(言志-때를 만나고 사물에 접하여 일어나는 심정과 감흥을 읊음) 전 6곡과, 학문과 수련의 실제를 시화(詩化)한 언학(言學) 후 6곡 등 12수로 된 연시조이다. 인간 속세를 떠나 자연에 흠뻑 취해 사는 자연 귀의 생활과 후진 양성을 위한 강학(講學)과 사색에 침잠(沈潛)하는 학문 생활을 솔직 담백하게 표현해 놓았다. 이 작품의 끝에 붙인 발문(跋文)에 지은이 자신이 이 노래를 짓게 된 연유와 우리 나라 가요를 평하는 말 가운데, 그의 문학관이 잘 나타나 있다. 우리 가곡이 무릇 음란한 노래가 많아서 이야기할 만한 것이 못 되며 이별(李鼈)이 ‘육가(六歌)’를 본떠 이 노래를 짓는다고 밝히고 있고, 또한 이를 아이들로 하여금 익혀 부르게 하여 나쁜 마음을 씻어 버리고 서로 마음이 통하게 하고자 한다는, 퇴계의 문학관을 밝히고 있다. ‘도산육곡(陶山六曲)’, ‘도산전후육곡(陶山前後六曲)’이라고도 부른다. <제1곡> 이런들 엇다하며 뎌런들 엇다하료? 草野愚生(초야우생)이 이러타 엇다하료? 하믈며 泉石膏肓(천석고황)을 고텨 므슴하료?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랴? 시골에 묻혀 사는 어리석은 사람이 이렇게 산다고 해서 어떠하랴? 더구나 자연을 버리고는 살수 없는 마음을 고쳐 무엇하랴? (자연에 살고 싶은 마음) [시어, 시구 풀이] ▸초야우생(草野愚生) : 시골에 묻혀 사는 어리석은 사람 ▸천석고황(泉石膏肓) : 자연 속에 살고 있는 싶은 마음의 절실함. ‘泉石’은 자연을 이르고 ‘膏’은 불치의 병을 이름 [해설] ▸초장: 탈속한 생활 태도 ▸중장: 자연에 묻힌 처사 ▸종장: 천석고황(泉石膏肓) - 주제어 □ “도산십이곡” 중 전 6곡의 서곡(序曲)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자연에 묻혀 한가로이 사는 생활을 그린 부분이다. 세상의 명리(名利)를 떠나 늘 마음으로 그리던 초야(草野)에 묻혀 사는 사람이, 무엇을 그리 탐낼 것도 없고 연연해 할 것도 없이 자연과 한가지로 지낸들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초야우생(草野愚生)’과 ‘천석고황(泉石膏肓)’이 서로 연관을 가지면서 스스로는 자연에 대한 사랑이 너무 깊어 이미 고질병이 되어 버린 사람으로 규정하여 지극한 자연애(自然愛) 사상을 보여 주고 있다. ‘천석고황(泉石膏肓)’은 핵심어가 되며, ‘초야우생(草野愚生)’은 자신을 겸손하게 일컫는 말이다. □ 제재-천석고황(泉石膏肓) / 핵심어-천석고황(泉石膏肓) 주제-천석고황(泉石膏肓) <제2곡>
煙霞(연하)에 집을 삼고 風月(풍월)로 벗을 사마 太平聖代(태평성대)에 病(병)으로 늘거나뇌 이 듕에 바라는 일은 허므리나 업고쟈. 안개와 놀을 집으로 삼고 풍월을 친구로 삼아 태평성대에 병으로 늙어가지만 이 중에 바라는 일은 사람의 허물이나 없었으면. (자연과의 동화) [시어, 시구 풀이] ▸연하(煙霞) : 안개와 놀 <제3곡> 淳風(순풍)이 죽다니 眞實(진실)로 거즈마리 人性(인성)이 어지다 하니 眞實(진실)로 올은 말이 天下(천하)에 許多 英才(허다 영재)를 소겨 말씀할가. 예로부터 내려오는 순수한 풍습이 줄어 없어지고 사람의 성품이 악하다고 하니 이것은 참으로 거짓이다. 인간의 성품은 본디부터 어질다고 하니 참으로 옳은 말이다. 그러므로 착한 성품으로 순수한 풍습을 이룰 수 있는 것을 그렇지 않다고 많은 슬기로운 사람(영재)을 속여서 말할 수 있을까? (순박하고 후덕한 풍습) [시어, 시구 풀이] ▸순풍(淳風) : 예로부터 내려오는 순박한 풍속 ▸허다영재(許多英才) : 수많은 슬기로운 사람 ▸소겨 : 속여 <제4곡> 幽蘭(유란)이 在谷(재곡)니 自然(자연)이 듯디 됴희 白雪(백설)이 在山(재산)니 自然(자연)이 보디 됴해 이 듕에 彼美一人(피미일인)을 더옥 닛디 몯얘. 그윽한 난초가 골짜기에 피어 있으니 듣기 좋아 흰눈이 산에 가득하니 자연이 보기 좋아 이 중에 저 아름다운 한 사람을 더욱 잊지 못하네. (연군) [시어, 시구 풀이] ▸유란(幽蘭) : 그윽한 향기를 내는 난초. 난초의 별칭 ▸재곡(在谷) : 골짜기에 있음 ▸듣디 : 듣기. 맡기. 한문에서는 냄새 맡는 것을 ‘聞(들을 문)’자를 사용하는 데서 유래됨 ▸됴해 : 좋구나 ▸피미일인(彼美一人) : 저 한 사람의 고운 분. 여기서는 임금을 가리킴 [해설] ▸초장: 유란(幽蘭) ▸중장: 백운(白雲) - 초/중장 : 대구 ▸종장: 피미일인(彼美一人) - 연군지정 □ 비록 자연 속에 묻혀 세상사를 잊은 듯하지만 연군(戀君)의 정은 버릴 수 없다는 유교적인 충의 사상을 반영한 곳이다. 자연에 몰입하면서도 완전한 자연 귀의를 이루지 못하는 유학자적인 충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우리는 이러한 정신을 산림파(山林派)로 자처하던 조식(趙植)의 노래에서 느낄 수 있었지만, 이 노래의 지은이는 벼슬에서 물러나 치사(致仕)의 생활이었다는 것을 생각할 때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다. 종장의 ‘彼美一人(피미일인)’은 임금을 가리키는 말이요, 초장의 ‘듣디 됴해’의 ‘듣디’는 한시에서 향기를 맡는다는 뜻으로 ‘聞香(문향)’이란 어휘를 사용한 미라고 할 수 있겠다. □ 제재-자연의 아름다운 정취 핵심어-피미일인(彼美一人) 더욱 닛디 몯얘. 주제-연군(戀君) <제5곡> 山前(산전)에 有臺(유대)고 臺下(대하)애 有水(유수)ㅣ로다. 떼만 갈며기 오명가명 하거든 엇디다 皎皎白鷗(교교 백구)는 멀리 마음 하는고 산 앞에 높은 대가 있고, 대 아래에 물이 흐르는구나. 떼를 지어 갈매기는 오락가락 하거든 어찌하여 희고 깨끗한 갈매기는 나로부터 멀리 마음을 두는고. (자연을 멀리하는 현실 개탄) [시어, 시구 풀이] ▸유대(有臺)고 : 높은 대(臺)가 있고 ▸대하(臺下) : 대(臺) 아래 ▸떼 만흔 : 무리지어 나는 ▸오명가명 거든 : 오락가락하는데 ▸교교백구(皎皎白駒) : 희고 깨끗한 말. ‘어진 사람’을 뜻함 ▸멀리 마음 하는고 : 멀리 떠날 마음만 갖는가 <제6곡> 春風(춘풍)에 花滿山(화만산)하고 秋夜(추야)애 月滿臺(월만대)라. 四時佳興(사시가흥)이 사람과 한가지라. 하믈며 魚躍鳶飛(어약연비) 雲影天光(운영천광)이야 어늬 그지 이슬고. 봄바람이 부니 산에 꽃이 만발하고 가을 밤에는 달빛이 대에 가득하다. 사계절의 아름다운 흥취가 사람과 마찬가지로다. 하물며 물고기가 뛰고 솔개가 날며 구름이 그늘을 짓고 태양이 빛나는 이러한 자연의 아름다움이 어찌 다함이 있겠는가? (다함이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 [시어, 시구 풀이] ▸화만산(花滿山) : 산에 꽃이 만발함 ▸월만대(月滿臺)라 : 달이 대(臺)에 가득하다 ▸사시가흥(四時佳興) : 사계절의 아름다운 흥취 ▸어약연비(魚躍鳶飛) : 물고기가 뛰고 솔개가 날아다님 ▸운영천광(雲影天光) : 구름이 그림자를 짓고 태양이 찬란히 빛남 <제7곡> 天雲臺(천운대) 도라드러 완락재 瀟灑(소쇄)한듸 萬卷 生涯(만권생애)로 樂事(낙사)ㅣ 無窮(무궁)하얘라. 이 듕에 往來 風流(왕래풍류)를 닐어 므슴 할고. 천운대를 돌아 들어간 곳에 있는 완락재는 깨끗한 곳이니, 거기에서 많은 책에 묻혀 사는 즐거움이 무궁하구나. 이런 가운데 이따금 바깥을 거니는 재미를 말해 무엇하겠는가? (학문하는 즐거움) [시어, 시구 풀이] ▸천운대(天雲臺) : 높은 대(臺)의 이름 ▸완락재(玩樂齋) : 서재의 이름 ▸소쇄(瀟灑) : 산뜻하고 깨끗함 ▸만권 생애(萬卷 生涯) : 많은 책에 묻혀 사는 삶 ▸낙사(樂事)ㅣ : 즐거운 일이 ▸왕래 풍류(往來 風流) : 때때로 바깥을 거니는 즐거움 <제8곡> 雷霆(뇌정)이 破山(파산)하여도 聾者(농자)는 못 듯느니 白日(백일)일 中天(중천)하야도 瞽者(고자)는 못 보느니 우리는 耳目(이목) 聰明(총명) 男子(남자)로 聾瞽(농고) 같디 마로리. 우레 소리가 산을 깨뜨릴 듯이 심하게 울어도 귀머거리는 못 듣네. 밝은 해가 하늘 높이 올라도 눈 먼 사람은 보지 못하네. 우리는 귀와 눈이 밝은 남자가 되어야 하리. (독서의 즐거움) [시어, 시구 풀이] ▸뇌정(雷霆) : 우레 소리 ▸파산(破山) : 산을 깨뜨림 ▸농자(聾者) : 귀머거리 ▸백일(白日) : 밝은 해 ▸고자(瞽者) : 눈 먼 사람 ▸농고(聾瞽) : 귀머거리와 장님 <제9곡> 古人(고인)도 날 몯 보고 나도 古人(고인) 몯 뵈. 古人(고인)을 몯 뵈도 녀던 길 알페 잇네, 녀던 길 알페 잇거든 아니 녀고 엇뎔고. 옛 어른도 나를 보지 못하고 나도 그 분들을 보지 못하네. 하지만 그 분들이 행하던 길은 지금도 가르침으로 남아 있네. 이렇듯 올바른 길이 우리 앞에 있는데 따르지 않고 어쩌겠는가? (옛 어른의 행적을 따름) [시어, 시구 풀이] ▸고인(古人) : 옛 성현 ▸녀던 길 : 행하던 길. 학문 수양에 힘쓰던 길 ▸알페 : 앞에 <제10곡> 當時(당시)예 녀든 길흘 몃 해 버려 두고, 어듸 가 단니다가 이졔사 도라온고? 이졔나 도라오나니 년 듸 마음 마로리. 그 당시 학문 수양에 힘쓰던 길을 몇 해씩이나 버려 두고 벼슬길을 헤매다가 이제야 돌아왔는가? 이제 돌아왔으니 다시는 딴 마음을 먹지 않으리. (학문 수양에 대한 새로운 다짐) [시어, 시구 풀이] ▸년 듸 : 딴 곳에 [해설] ▸초장: 학문 수행 - 과거 ▸중장: 치사(致仕) 귀향 - 현재 ▸종장: 학문 수행의 결의 - 미래 □ 젊었을 때 품었던 학문에 대한 웅지(雄志)는 소홀히 하고 벼슬길에 올랐던 자신을 탓하며, 이제라도 학문 수행에 전념할 결의를 표명한 곳이다. 퇴계가 23세에 등과(登科)하여 치사 귀향(致仕歸鄕)한 것은 69세였다. 동방(東方) 성리학의 대가였던 그도 벼슬길은 역시 외도(外道)임에는 한가지였다. ‘녀던 길’은 학문 수행의 길이요, ‘어듸 가 단니다가’는 그 길을 소홀히 하고 벼슬길에 올랐었던 것을 이름이며, ‘년 듸 마음 마로리’는 학문 수행에 전념할 향심(向心)과 결의를 보인 것이다. □ 제재-학문 수행의 길 / 핵심어-년 듸 마음 마로리. 주제-학문 수행에 전념할 결의 <제11곡> 靑山(청산)는 엇뎨하야 萬古(만고)애 프르르며, 流水(유수)는 엇뎨하야 晝夜(주야)애 긋디 아니는고? 우리도 그치디 마라 萬古常靑(만고 상청)호리라. 푸른 산은 어찌하여 영원히 푸르며 흐르는 물은 또 어찌하여 밤낮으로 그치지 않는가? 우리도 저 물같이 그치는 일 없이 저 산같이 언제나 푸르게 살리라. (학문 수양의 의지) [시어, 시구 풀이] ▸만고상청(萬古常靑) : 영원히 변함없이 푸름 [해설] ▸초장: 청산의 영원성 ▸중장: 유수의 영원성 - 초/중장: 대구 ▸종장: 만고상청할 결의 □ 영원히 변하지 않는 의지와 끊임없는 학문 수행으로 덕행을 닦으리라는 향심(向心)과 결의가 나타나 있는 부분이다. ‘그치지 마라 萬古常靑(만고 상청)호리라’는 구절은 언뜻 ‘山石流水(산석유수)’의 대자연 속에 귀의하고 싶은 마음을 노래한 것이지만, 실은 끊임없는 학문 수양으로 영원한 진리의 세계에 살고 싶은 마음을 토로한 것이라 하겠다. ‘靑山(청산)’과 流水(유수)‘의 영원성은 순간적인 인간에게는 영원한 동경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 제재-청산(靑山)․유수(流水)의 영원성. 핵심어-그치디 마라 萬古常靑(만고 상청)호리라. 주제-영원히 변하지 않는 의지(학문 수양 정진) <제12곡> 愚夫(우부)도 알며 하거니 긔 아니 쉬운가? 聖人(성인)도 못다 하시니 긔 아니 어려운가? 쉽거나 어렵거나 중에 늙는 주를 몰래라. 어리석은 자도 알아서 행하니 학문의 길이 얼마나 쉬운가. 그러나 성인도 다하지 못하는 법이니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쉽든 어렵든 간에 학문을 닦는 생활 속에 늙는 줄을 모르겠다. (영원한 학문 수행의 길) [시어, 시구 풀이] ▸우부(愚夫) : 어리석은 사람 ▸쉽거나 어렵거나 : 쉬우나 어려우나 [해설] ▸초장: 우부(愚夫)도 할 수 있음 ▸중장: 성인도 못다 이룸 - 초/중장: 대조 ▸종장: 끊임없는 정진 □ 매우 함축 있는 내용으로 지은이의 대학자다운 풍모를 엿보게 하는 노래이다. 뜻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하고자 하는 것이 학문의 길이요, 그러나 그 세계는 무한히 심오하여 아무리 연구하여도 끝이 없는 것이니 바로 이 길만이 우리가 가야 할 영원한 길임을 암시하고 있다. 멀고도 어려운 길이 학문 수양의 길이다. 또, 누구라도 갈 수 있는 길이 진리로 통하는 길이다. ‘벌판 다한 곳이 청산인데, 행인은 다시 청산 밖에 있네(平蕪盡處是靑山 行人更在靑山外)’라는 구양수(歐陽修)의 싯구를 연상시키는 노래이다. 여기에서 지은이의 쉼없는 학문 정진의 정신 자세를 엿볼 수 있다. □ 제재-진리(학문 수양). 핵심어-쉽거나 어렵거나 중에 늙는 주를 몰래라. 주제-학문 수행의 길은 영원함을 암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