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 딸램은 고1.
졸업작품을 아동복으로 한 후배 녀석 덕에 6살때 챗워크에 선적이 있었다.
내 딸램이지만 그땐 정말 너무 귀엽고 이뻤다.
키큰 모델들 사이에서 너무 귀염을 받은 탓에 잠시 자기가 연예인 정도의 외모가 된다고 착각하고 살던 적도 있었으니...ㅋㅋ
가수가 되겠다며 당차게 SM오디션을 보고 오던날
현실의 벽을 맞닥뜨리고 온 후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꿈이 의상디자이너...
어릴적 부터 보고 자란게 그건데 어쩌랴 싶으면서도 흔들리지않는 녀석의 꿈이 대견해서
아낌없는 응원을 해주고 있다.
사실 의상디자이너가 드라마에서 처럼 그렇게 근사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면 절대 오산이다.
일정한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야말로 노가다와 다름없는 체력싸움이다.
물론 부모가 이름있는 디자이너라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난 그런 빽좋은 부모가 아니니 맨발로 걸어 올라가야하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다만 오랜시간을 원단과 싸우고 있으니 공부에 도움을 줄만한 꺼리가 많은건 딸램에게 조금은 힘이 되겠지.
엉뚱한 녀석은 횡성시장에서 산 호피무늬 몸배바지도 입고 가끔은 외할머니 셔츠도 뒤에 리본 꽂아서 입는다.
나름 설득력있는 녀석의 말은 요즘 트렌드 호피무늬 배기바지가 진화해서 몸배바지가 일본에서는 많이 입는단다.
할머니 셔츠는 요즘 유행하는 청청패션이라나 ㅋㅋ
트렌드 맥은 잘 집었고 상상력에 찬물 끼얹을까 해서 말리지는 않는데
솔직히 길에서 만날까봐 민망하다. 푸하하하~~
그런 녀석을 위해 지난주 토욜에 학여울 무역전시장에서 대학생들이 펼치는 패션위크를 데리고 다녀왔다.
각 대학의 졸업작품 패션쇼도하고 전시부스도 설치하고...
아마도 학교 소개 내지는 취업박람회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 같았다.
12시경에 우선 전시회를 둘러봤다.
의상과가 있는 전체 학교가 모두 참가한 것은 아닌모양이다.
나름 조잘대며 자기의 느낌을 이야기 한다.
그럴때면 난 듣고 맞장구를 쳐준다.
사실 그림이나 옷이나 개인적인 생각을 하나로 끌고 가려는 우를 범하면 안되는 것이지만
그건 또 졸업작품이나 오띄꾸띄르 같은 것에서나 가능한 것이긴 하다.
결국은 잘 팔리는 옷이 성공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때 유독 눈에 들어오는 학교가 하나 있었다.
성동고등학교였던가?
아마도 고등학교에 패션디자인과가 있던 모양이다.
졸업생들의 작품 전시를 제법 잘 해놓았다.
한복을 현대화한 것과 푸쳐리즘을 가미한 칵테일 드레스까지...
아이들의 재기발랄한 해석이 참 멋졌다.
고대나 홍대는 아마도 학교 인지도에 자신이 있어서인지 안내하는 사람없이 부스안이 어지럽혀져 있던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옅은 화장한 아이들이 멋지다는 말에 힘차게 감사하다는 말로 인사한다.
내년이면 동일계열로 진학을 할 수도 있고 현장에 뛰어들 수도 있는 아이들이
현실의 벽에 좌절하지 않길 바라는 맘이 간절하다.
대학패션위크에서 감동을 준학교가 고등학교라는 것도 참 모순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느학교 출신이라는게 훨씬 쉬운 능력의 평가기준임을 부인할 수 없기에 서글프다.
딸램이 순간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걸 느낄 수 있었다.
저녁 8시에는 각학교의 대표격인 공모전 출전작과 미국, 일본, 중국 유학생들의 패션쇼가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패션쇼를 보니 나도 많이 나태해져 있었다.
서울컬렉션은 미성년자관람불가이므로 보여줄 수 없었으나 이번에는 가능해서 함께 보러 갔다.
이미 상업적인 냄새가 나는 작품도 잇고 졸업작품에만 할 수 있는 그런 작품도 있고...
그런 공모전 패션쇼가 끝나고 각 유학생들의 쇼가 열렸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보여지는 나라마다의 색깔...
미국의 자유분방함, 일본특유의 무늬와 칼라 그리고 덕후냄새 물씬 나는 디자인, 중국은 선홍빛 레드를 빼곤 얘기가 되지
않는 패션...솔직히 말하면 촌스럽기까지한 다소 뒤쳐진 디자인이라는게 더 정확할거다.
주로 가족이나 친구들이 관객이었기에 수근거리는 평이 다소 편파적이긴 하나 냉정을 잃지 않고 나름 생각을 조잘대는 딸
이야기를 들어주다 심사발표전에 나왔다.
아직 저녁도 못먹고 기다리는 나머지 가족들땜에 더 많은 느낌을 나눌 수 없었으나
아마도 많은 생각을 하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으리라는 기대를 남기면서...
가끔은 너무나 느리고, 너무나 엉뚱하고, 때론 도움될 만한 이런저런 것들을 챙겨줘도
내맘처럼 잘 따라주지 않을땐 속이 확~ 뒤집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나름 자기길을 설계하고 한걸음씩 나아가는 딸램을 위해 아낌없는 응원을 보낸다.
어설픈 녀석의 꿈이루어가기...
맘을 짜~안 하게 하는 책상앞에 만화처럼 그려넣은 딸렘의 탄식.
.........홍대가 점점 멀어져가 ㅠ.ㅜ
요즘 신경성으로 소화불량에 걸려서 며칠 째 죽만 먹고 있는 딸램이 맘에 걸린다.
아이의 눈에 비쳐지는 현실과 자기의 이상과의 싸움이 버거운가보다.
그래도 현실의 벽을 넘어 자기를 자~~알 완성해 갈 녀셕을 위해...
그리고 울 딸램처럼 다르지만 같은 생각들을 하는 또래아이들을 위해...
가슴 조여 가며 자식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는 나,
그리고 나와 같은 맘을 가진 소중한 또 다른 부모들을 위해
잘 될꺼야 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긴 글을 쓰고 있나보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
첫댓글 꿈꾸는 엄마와..꿈을 따라가는 딸....^^잘해나가길..
장문의 글 읽어줘서 쌩유~ 글구 응원해줘서 쌩유~~ ㅋㅋ
잘될꺼야~~~엄마는 위대하니까~!!! 이쁜 딸램... 맘 고생덜하구~ 짜짠하구!! 술술 잘 풀렸슴 좋겠다...^^
감사해요. 아이들이 보는게 많으니까 그만큼 고민도 많나봐요.ㅋㅋ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실감한다는게 좀 힘든 일이긴 하죠. 전 이나이에도 그게 젤 힘든데 말예요.ㅡ.ㅡ 제가 좀 철이 없어서~~
아이가 크면서 엄마도 같이 커져가는게지,,,,,,ㅋㅋ
ㅍㅎㅎ~~ 저도 그러길 바래요.
그러고 보니까 울 희원이랑 같네 고1........ㅋ
희워니도 고1이었구낭*^^* 울딸램은 사춘기가 이제오는지 기분의 변화가 넘 심해서 쪼옴 힘드는데 ㅜ.ㅜ
그렇구나~ 잘 극복하겠지 엄마가 신경더 써주는것두 잊지말구.........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