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공사는 과정이다
(2016년 3월 첫 대중공사를 참석하고 나서)
3월 31일 사부대중100인대중공사에 다녀왔다. 이번 2016년 첫 대중공사는 230명이 위원에 선정되어 있었으나 출가자 76명과 재가자 49명등 125명이 참석하였다. 이번 대중공사는 참가자들이 화면에 나타나 있는 질문을 읽고 리모콘의 번호를 누르면 수치와 그래프로 대중의 의견을 보여주는 시스템을 도입 한 것이 신선했다. 즉각 즉각 대중의 의사가 수치화 되어 눈앞에 나타나니 대중의 뜻이 명확히 드러났다. 앞으로 이런 참신한 시도는 계속되길 바란다. 토론을 시작하기 전과 토론이 끝난 후 리모콘을 누르는 설문조사를 2번 했는데 결과의 차이가 많치 않았다. 그것은 토론다운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어제 대중공사에 참석하려고 나는 6시에 절을 나섰고 재가자중에는 새벽4시에 광주에서 출발한분도 있었다. 하루종일 대중공사에 참여하는 재가자들의 열정과 불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대단하다. 문제는 대중들간의 토론부재로 인해 이렇게 열성을 가진 분들을 구경꾼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오전과 점심공양후에는 염화미소법에 대한 반복되는 브리핑으로 시간을 보내고, 늦은 오후에는 참석자 전원에게 발언권을 준다는 명목으로 자유토론 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주최측이 의도를 가지고 대중공사를 진행한다는 오해를 사기에 딱 맞는 대중공사였다. 대중공사 참석 후 돌아오면서 이렇게 찜찜한 기분이 들기는 처음이다. 총무원장스님은 “여러분들이 코끼리의 부분을 만지며 코끼리를 파악하고 있다면 나는 나 자신이 코끼리로 살고있다. 나는 총무원장 선거를 많이 해봐서 여러분들보다 선거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다.”라고 설명하면서 염화미소법이 최선을 임을 강조 했다. 그러면서 선거인단이 많아지면 선거에 패했을 때 상대가 승복하지 않을 경우 종단이 분규에 휩싸이기 때문에 선거인단이 가장 많은 직선제를 반대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모콘 설문조사에서 “선거에 가장 우선시 되어야할 가치는?”이라는 항목에서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와 ‘사부대중 참여’가 동등하게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와 ‘사부대중 참여’는 직선제를 시행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로 대중들은 직선제를 가장 선호한다고 받아들여도 좋을 듯하다. 문제는 어느 선거법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회피하고 선거에 가장 우선시 되어야할 가치는? 직선제는 총무원장의 대표성을 어느정도 강화 할 수 있는가? 염화미소법이 어느정도 선거과열을 방지 할 수 있겠는가? 쇄신안은 지역불교를 어느정도 활성화 시킬수 있겠는가? 라는 방식으로 물었다는 것이다. 도법스님은 이러한 방식이 “어느 하나의 선거법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지혜를 모아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지만 나에게는 특정한 선거법을 이미 마음속에 두신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아니라고 하겠지만, 상대적으로 장명스님과 화평스님등에게 염화미소법을 설명하는 기회를 많이 배려한 점과 총무원장스님이 현재와 같은 교구중심제 상황에서 선거를 하게 되면 분규의 위험성이 있다고 말하며 염화미소법이 최선이라 강조하고, 자료집에 염화미소법에 관련된 법 개정안만 실려있는 등의 정황으로 미루어 보면 주최측은 처음부터 염화미소법을 추진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대중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한다. 대중공사는 공정하고 평등하게 대중의 뜻을 모으는 것이 생명이다. 앞으로는 어느 누구도 부담을 갖지 않고 자연스럽고 활발하게 토론이 진행되도록 진행을 하여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주위에 있는 스님들과 불자님들의 의견을 취합해보면 현재 승가공동체 안에서 총무원장 선거법에 대한 의견은 피라미드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피라미드 밑으로 내려 갈수록 많은 분들이 자신들에게도 총무원장을 뽑을 수 있는 권한을 달라며 직선제를 원하고 있고, 피라미드 윗부분으로 갈수록 간선제인 염화미소법을 선호하는 모습이다. 직선제를 원하는 분들은 직선제 시행은 수행자가 가진 소외의식과 패배의식에서 벗어나게 하고, 평등한 승가공동체를 만들고 불교의 사회적 영향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어느 비구니 스님의 “내 손으로 총무원장을 뽑을 수 있게 해주세요”라는 외침은 승가의 일원이지만 그동안 철저하게 소외 받고 살아온 비구니스님들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직선제의 긍정적인 면을 많이 보아왔기에 직선제를 지지한다. 그러므로 나는 평상시에 가지고 있던 직선제에 대한 의견을 피력해 보고자 한다. 먼저 직선제를 하게되면 오히려 금권선거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는 금권선거가 줄어들기 때문에 직선제를 하려는 것이다라는 말로 대답해주고 싶고, 재적승이 많은 본사간의 담합우려는 재적승이 많은 본사는 여러문중으로 구성되어 있어 교구본사선거나 중앙종회위원선거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단일한 입장을 모으기 어려운 구조라는 발제자(박재현)의 답으로 대신한다. 위계질서 파괴라는 우려는 조계종은 이미 20년 넘게 교구본사선거나 중앙종회위원선거를 해오고 있음으로 새삼스러운 염려라고 대답하고 싶다. 포교원장스님이 지적한 직선제가 모든 승려가 정치화된다는 우려는 우리는 이미 대선, 총선, 지방선거를 하고 있는 민주시민이며 무관심한 태도나 기권하는 것도 정치행위라고 말하고 싶다. 총무원장스님이 지적한 선거인단이 많은 경우 선거후 패배를 시인하지 않으면 분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는 공정한 선거를 치루고 패배를 시인하지 않는 집단이나 단체는 우리가 단죄하기 전에 우리사회에서 도태되고 소멸한다고 말하고 싶다. 끝으로 지역대중공사를 거쳐서 5월 18일 대중공사에서 얻어진 최종 결론을 중앙종회가 받아들여 입법화 할 것이냐 아니냐를 두고 미리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적법한 과정을 거친 대중공사의 결정을 종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 받지 않는다면 앞으로 대중공사는 계속 할 수 없게 된다. 앞으로 지역을 돌며 대중공사를 거치게 될 것인데 25교구가 참여하여 모아진 대중의 의견이 무시되는 대중공사는 존재이유가 없다. 문제는 지역대중의 의견을 모으는 방식이다. 리모콘의 번호를 누르는 방식으로 그래프나 수치화 하거나 통일된 설문용지를 만들어 대중공사 말미에 작성하게 하게 하여야한다. 질문서도 나중에 시비를 없애고 자료로 사용하려면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예를 들면 금권선거를 막는 가장 공명한 선거법은? 종도들의 뜻을 가장 잘 반영하는 선거법은? 승가화합을 위한 가장 좋은 선거법은? 지역불교 활성화를 위한 가장 좋은 선거법은? 총무원장의 대표성을 가장 강화하는 선거법은? 등등.
우리가 마음을 비우고 허심탄회하게 대중공사를 진행하면 직선제든 염화미소법이든 쇄신안이든 대중들은 반드시 최선의 선택을 하리라 믿는다. 대중공사에 참여한 개개인이 자신이 선호하는 주장을 관철시키려 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각 선거법이 가진 장단점에 대한 세밀하고 치열한 토론이 필요하다. 토론이 지속되다 보면 상대의 진의를 이해하게 되고 나중에 투표를 하거나 대중의 합의를 통해서 혹 자신이 원하는 않는 결정이 되더라도 승복하게 된다. 그러나 세밀한 토론 없이 집행부에서 원하는 거니까 혹은 무엇을 해도 비슷하니 “이번에는 먼저 염화미소법을 해봅시다”라는 주장은 대중공사를 무력하게 만든다. 종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열린 자세로 듣고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펴는 것이 대중공사의 자세요 승가화합의 시작이다. 대중공사에 참여하는 대중들이 염려해야 할 것은 이미 굳어진 자신의 견해를 힘으로 권위로 밀어 붙이려는 태도이다. 힘과 권위로 밀어 붙이려는 세력에 대항하여 철저하게 평등과 상식으로 맞서는 일이 대중공사다. 나는 지금 직선제를 지지하지만 염화미소법등 다른 선거법을 다수의 대중이 원한다면 기꺼이 따를 용의가 있다. 그전에 그 선거법들이 가지는 부정적인 면을 해소시키는 설명을 듣고 싶다. 우리는 승가공동체의 화합과 발전을 위하여 좋은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것을 찾아야 하고, 좋은 주장은 더 좋은 주장에 자리를 내어 주어야 한다. 대중공사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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