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에 나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보통은 고등학교 2학년때 수학여행을 떠나는 여타 학교와 달리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1학년때 수학여행을 떠났다.
하루가 다르게 머리 씨알이 굵어가는 시기에
한해라도 일찍 수학여행을 가야 음주, 흡연등의 사고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교장선생님의 판단때문이었다.
그렇게 나는 1984년
경주와 울산공단을 견학하는 수학여행길에 올랐었다.
그리고 2013년
한국제지 주최 종이를 찾아 떠나는 가을 여행 두번째로 29년만에 다시 울산과 경주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동안 그 근처인 안동, 상주, 부산등의 도시는 방문을 했었는데
경주와 울산을 방문할 기회는 없었다.
29년만의 옛추억에 전날 설레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종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한번도 직접 본적이 없었기에 궁금했고
경주 석굴암과 불국사등의 유적을 고1때 느낀 감정과 40이 훌쩍 넘은 지금
어떻게 감정이 다를까도 기대가 되었다.
10월 18일 아침 나를 태우고 떠날
보통 고속버스도 아닌 우등고속버스 6대가 위용을 뽐내며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고
좌석에 아주 편하게 몸을 뉘인채 여행에 나섰다.
첫 방문지는 직지사였다.
직지사도 얘기는 많이 들어보았지만 방문한 것은 처음이었는데
첫째로 인상깊었던 것은 앞쪽에 즐비한 음식점들과 잘조성된 진입로였다.
날씨도 쾌청해 꽤많은 관광객이 직지사를 찾았다.
우리는 직지사 정문앞에서 출제모 첫 단체사진 촬영도 했다.
처음에는 불교문화에 능통한 직지사 인근 지역의 가이드분인줄 알았다.
설명을 들을때면 학창시절부터 항상 맨앞에서 듣던 버릇이 있어
직지사 설명에도 그리했는데
능숙한 가이드분이 한국제지의 김광권 부대표님이란 사실을
조금의 시간이 지나서야 눈치챘다.
맨앞에서 공부하면서 성적이 잘 안나오는 학생과도 같은 센스없음을 부끄러워했다.
김영권 부대표님의 직지사 대웅전에 새겨진 십우도에 대한 설명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고 설명을 듣는 내내 유실된 그림이 있음에 안타까워 했다.
차에 올라서는 인쇄물을 통해 십우도에 대한 사실을 복습하며 또한번 감탄했다.
월리를 찾아라처럼 천불상중에 유일한 동자를 쉽게 찾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정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어선지 어렵지않게 찾을 수 있었고
무언가 심오한 장난끼가 느껴져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드디어 한국제지 온산공장 견학에 나섰다.
나는 공장에 가면 sbs tv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 나올법한
달인들이 작업과정 군데군데 포진되어 있을 걸로 예상을 했었다.
하지만 완벽한 기계화였다.
실로 완벽한 전자동 시스템
기계장치의 외형은 위압감을 느낄 정도로 웅장했고
한치의 오차도 없이 펄프에서 종이로 변신되어 가는 과정을 생생히 목격할 수 있었다.
실생활에서 너무도 자주 사용하는 A4용지가 기계로 포장이 되고 박스에까지
척척 담기는 모습이 너무도 신기해 내 카메라 셔터는 쉴틈이 없었다.
그런데 아뿔싸 사진기사분의 카메라에도 신경을 쓸것을...
견학을 다 마치자 공장 사무실엔 회원님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어느새 사진용지에 인쇄되어 있었고
예쁜액자에까지 담겨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 모습은 없었다.
세번을 눈을 비비며 찾아봤지만 직지사 정문앞에서 단체사진뿐이었다.
막심한 후회와 슬픔이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공장견학을 마치자 공장 직원분들이 도열을 하시고 우리들이 타고 떠나는 버스에
손을 흔들어주셨는데 같이 열렬히 손을 흔들며 작별의 아쉬움을 달랬다.
저녁 식사 자리는 횟집이었는데 싱싱한 회가 골고루 무지막지하게 양도 많이 나와
실로 몇년만에 회로만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무채 위에 눈속임으로 몇점 올린 회가 아니라 그릇 가득 담긴 회가 하나같이 고소해
참석못하신 출제모회원님들이 안타까운 순간중 하나였다.
다음날 해도 뜨기전 새벽에 일어나 토함산에 올라 일출을 보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구름에 가려 동해바다에 떠오르는 해를 볼 수는 없었다.
석굴암의 부처님은 29년전이나 현재나 믿기지않을 정도의 예술성과 존재감을 보여주셔서
석굴암은 세계문화유산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놀란것은 다보탑이었다.
석가탑은 공사중이라 아쉽게도 그 위용을 보지못하고 해체된 상태만을 볼 수 있었는데
다보탑은 너무도 거대하게 내게 다가왔다.
바로 옆 지인분에게도 몇번이고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다보탑이 이렇게 웅장하고 사람을 압도하는 느낌인줄은
29년전 고1때는 전혀 못느꼈었습니다."
지인분도 똑같은 감정이라고 감탄을 하시며 말씀을 하셨는데
집에 있는 초등학생 딸아이가 생각나며 딸내미한테 다보탑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큰딸내미는 이미 작년에 친구들과 역사탐방으로
역사기행선생님과 다보탑에 대해 상세한 공부를 이미 했다고 한다.
만약 딸과 불국사에 같이 왔다면 내가 딸내미한테 설명을 들어야 했을 것이다.
다시 직지사에 들러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서울로 향했다.
서울로 향하는 차속에서 나는 벌써 내년 2014 종이를 찾아 떠나는 가을 여행 세번째를 그리며
당장이라도 참가신청을 하고싶다는 성급한 마음까지 들었다.
한국제지 공장견학은 전술한바처럼 충격적이었다.
완벽한 자동화 시스템은 내 상상을 가볍게 초월했다.
한국제지분들께 감사드리는 점은
공장견학만이 아닌 직지사와 불국사 답사라는 소중한 기회도 함께주셔서다.
더불어 여행에서 빠질수 없는 식도락
회와 산채정식이 너무도 맛있었다.
공장견학만이 아닌 세심한 배려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편안했던 이동수단과 맛난 먹거리, 해박한 지식의 가이드분을 통한 문화유적 설명
1984 그리고 2013이라는 29년간의 단절된 추억이 아닌
매년 그 기쁨을 누리고싶다는 생각은 후기글을 작성하는 지금 이순간에도 변함이 없다.
불국사 여기저기에 세워졌던
사람들의 소원을 담은 돌탑들의 사진도 찍었는데
한국제지의 소원
출제모 회원님들의 소원
그리고 나의 소원이 모두 모두 행복한 방향으로 이루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