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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냉동 삼겹살을 주문하면 참기름병을 개별로 준다. 병 뚜껑을 따면 올라오는 고소한 참기름향이 식욕을 자극한다. 불판 위에는 부채꼴 모양의 '김치 존'이 있다. |
- 국내산 급속냉동 규격돈 공급받아
- 지리산서 공수한 참기름장 고기맛 돋워
- 숙성 포기김치·무쇠솥밥맛도 그만
노릇하게 구운 돼지고기 삼겹살 한 점과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거리는 김치, 여기에 소주 한잔을 걸치면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을 정도로 행복하다. 이렇듯 돼지 삼겹살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좋아하는 '국민 고기'다. 삼겹살은 저렴한 가격으로 추운 겨울 허기진 속을 따뜻하게 채워줄 최고의 안줏거리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삼겹살 집은 어디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흔하지만 맛에서만큼은 흔하지 않는 삼겹살 집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
부산 해운대구 중동 돼지꿈(051-746-1492)은 '돼지 삼겹살의 품격'을 보여주는 맛집이다. 대패 삼겹살 모양이지만 일반 대패 삼겹살과는 맛이 전혀 다르다.
일반 시중 대패 삼겹살은 주로 비규격돈으로 새끼를 낳는 하품종 암퇘지인 모돈을 쓰지만 이 집은 국내산 규격돈만을 쓴다. 규격돈 삼겹살 부위는 급속냉동해 공급받는다. 생고기는 유통이 원활하지 않아 냉동품을 쓴다는 설명이다. 대신 냉동방식이 특이하다. 영하 20도 내외의 일반냉동법이 아닌 영하 30도 이하에서 얼리는 급속냉동법을 쓴다. 수분을 충분히 유지해 고기의 맛을 잃어버리지 않으면서도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일반 시중의 대패 삼겹과는 달리 두툼해 씹는 맛이 있고, 육질은 쫄깃하고 고소하다. 삼겹살은 모두 가까운 김해에서 공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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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김치. |
불판 위에 부채꼴로 된 작은 구역이 있는데 '김치 존'이다. 보통 불판 위에서 고기와 김치를 같이 굽는데, 이렇게 하면 서로의 맛이 섞이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었다. 남도산 배추를 담가 90일 이상 숙성시킨 김치도 이 집만의 비법이다. 포기김치는 통째로 들고 와 손님이 보는 앞에서 직접 잘라준다. 푹 익은 김장김치의 시큼상큼함이 삼겹살의 맛을 상승시켜준다.
이 집의 또다른 경쟁력은 기름장이다. 일반 고깃집에는 고소함이 거의 없는 물같은 기름장이 나오는데 이곳에서는 작은 기름병을 준다. 지리산 함양장에서 직접 수매해 현지 방앗간에서 짠 기름이다. 기름병 뚜껑을 열어 종지에 부으면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확 퍼져 입맛을 돋운다. 돼지꿈 구성철 점장은 "국내 대중음식점 중 국산 참기름을 쓰는 곳은 아마 우리가 유일할 것"이라며 "쌈 채소 등 기본 찬거리를 줄이는 대신 참기름이나 김치 등을 값싼 중국산이 아닌 국내 재료로 써 기본 맛에 충실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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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별미인 무쇠솥밥. |
이걸로 끝이 아니다. 백미는 무쇠솥밥. 식사 30분 전에 주문하면 2인용 무쇠솥에 고흥산 쌀로 밥을 해준다. 고소한 밥맛은 옛날 가마솥밥 그 맛이다. 얇게 뜬 누룽지도 박박 긁어먹고 싶을 정도다. 구수한 가마솥밥은 푸짐한 양의 꽃게된장찌개와 김치찌개와 잘 어울린다.
돼지꿈은 지난해 7월 문을 열었지만 역사는 그보다 더 오래됐다. 15년 전 하단에서 운영되다 문을 닫은 적이 있는데, 당시 이곳에서 점원으로 일했던 구성철 점장이 해운대에 새 매장을 연 것이다. 당시 사장이었던 박인재 대표는 현재 참기름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구 점장은 "양질의 고기와 국내산 찬거리로 승부했던 15년 전 돼지꿈이 지금에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해 매장을 다시 열었다"며 "기본에 충실한 순수한 맛만이 100년을 이어갈 수 있는 맛집이 될 수 있는 비결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가격은 100g당 7000원. 역시 급속냉동 방식인 차돌박이는 100g당 1만5000원. 24시간 연중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