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은 작은 섬을 대륙으로 만든다.
[시민포커스=조한일 기자]
아프다, 아프리카
김춘기
하늘 덮는 사하라 먼지, 물새 떠난 빅토리아폭포
킬리만자로 흰 모자 벗는다 동아프리카 갈라진다 청나일강 목이 탄다
대물림이다, 평생 가난
창궐한다, 에이즈
종교끼리 피 흘린다 이데올로기로 내전이다 독재가 독재 몰아낸다 굶주림이 밥이다 진흙에 마가린 넣은 흙과자가 간식이다 병원은 걸어서 백 리 밖에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아프다, 검은 아프리카 지중해에 뜬 시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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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2월 아프리카 서쪽 영국령 섬 “어센션”에서 1박 2일 한 적이 있다. 영국에서 아르헨티나 옆 포클랜드제도로 가던 중 중간 기착지로 급유 후 프로펠러 고장이 발견됐고 포클랜드 전쟁 때 영국군이 쓰던 막사에서 하룻밤을 잤다. 당시 ‘아프리카’ 본토는 어떨까? 검은 대륙? 정글? 질병 창궐? 등 다행과 불행으로 삶을 재단하던 기억이 난다.
시인은 북회귀선을 지나는 ‘사하라사막’과 동부 아프리카 ‘빅토리아폭포’ 앞에서 모래와 먼지, 거대한 물줄기를 볼모로 생경한 벽을 느꼈을 테지만 필자는 스타카토 리듬으로 읽히는 이 작품에서 심장을 마구 뛰게 하는 아프리카 타악기 소리가 들린다.
킬리만자로는 만년설이 녹으며 그 눈물 보이고 청나일강은 타는 목을 축이며 휘감겨 돈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자유방임이 국부를 증진한다고 했던가? “산업혁명”, “보이지 않는 손”, “분업”, “자본주의”이니 하는 고전적 경제학에서조차 ‘아프리카’의 오랜 대물림의 가난을 끊어 내지 못했다.
‘아프리카’에 대한 키워드 가난/에이즈/종교/이데올로기/독재/굶주림/ 병원이라는 이슈는 검은 대륙을 동정적이면서 부정적 시선으로 보는 심정적 격앙의 발로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겐 아프리카를 재단할 권리도 없는데 때론 권력으로 느끼고 생각하고 만지고 상상하고 들이댄다.
시인의 ‘아프다’라는 외마디가 종장 첫 글자다. 시조는 그 첫 글자가 중심추가 되어 회전하는 해머던지기다. 이 운동은 선수가 추錘가 되어 제자리에서 돌면서 원심력을 이용해 해머를 던진다. 시조도 내게로 수렴하지 않고 밖으로 퍼져 나가는 힘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아프다’는 추錘이자 사람이다. 작가일 수도 독자일 수도 있는 하나의 페르소나로서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시인이 ‘지중해’를 보고 시신들을 보는 것 또한 동정과 우월성에서 나온 페르소나 과소비는 결코 아니라고 읽힌다.
아픔은 작은 섬을 대륙으로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