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5074]退溪 李滉시-27수
1,七月旣望 久雨新晴 登紫霞峯作 ◊ 退溪 李滉
野曠天高積雨晴 넓은 들 높은 하늘에 소낙비 개고
碧山環帶翠濤聲 푸른 산 둘러친 곳 푸르른 파도소리
故知山水無涯興 산수를 짐짓 아니 한없는 흥이 일지만
莫使無端世累攖 무단한 세속의 구속에 다가서지 않네.
2,庭草 ◊ 退溪 李滉
庭草思一般 뜰의 풀은 일반을 생각하는데
誰能契微志 누가 그 미묘한 뜻 알 수 있으랴
圖書露天機 그림과 글에 천기를 드러냄은
只在潛心耳 다만 마음속에 있을 뿐이라.
3,聚勝亭 ◊ 退溪 李滉
城中那得盡風流 성중에서 어찌 풍류를 다할 수 있을까
水遠山長各自由 물은 멀고 산은 길며 각기 자유로운데
試問東亭收勝處 묻노라 동쪽 정자 절경인 곳에서
一尊堪勸故人留 술 한 잔에 친구를 잡고 있구나.
4,登狎鷗亭後岡 憶應霖,士遂,吉元 ◊ 退溪 李滉
萬里星奔蜀道難 만리에 떨어지는 별처럼 촉의 길 험난하고
柳生中道不能鞍 버들이 中道에 나니 말을 탈 수 없더라.
裁書欲寄關河阻 글을 써서 부치려하나 關河가 막히니
安得如雲生羽翰 어찌 구름같은 곳에 편지를 쓸 수 있나.
5,淸心堂 ◊ 退溪 李滉
虛檻疎欞愛此堂 빈 난간 빈 창문 이집을 사랑하네.
病夫安臥洗塵忙 병든 몸 편히 누워 세속먼지 씻어냈지.
那堪主帥挑人醉 어찌하여 주인의 취기를 돋우나
不分紅粧笑客涼 홍장을 분별 않고 객량에 웃음짓네.
6,月影臺 ◊ 退溪 李滉
老樹奇巖碧海堧 고목과 기암에 푸른 바닷가
孤雲遊跡總成烟 孤雲이 놀던 자취 모두가 안개 같네.
只今唯有高臺月 이제는 높은 대에 달만이 머물러
留得精神向我傳 정신이 남아서 내게 전하네.
7,過淸平山。有感。◊ 退溪 李滉
峽束江盤棧道傾 산협 사이 감도는 물 잔도는 구불구불
忽逢雲外出溪淸 홀연히 구름 밖에 맑은 시내 흐르네.
至今人說廬山社 지금까지 사람들이 廬山社를 말하고
是處君爲谷口耕 이곳에서 그대는 谷口 밭을 갈고 있네.
8,陶山月夜。詠梅。◊ 退溪 李滉
晩發梅兄更識眞 늦게 피는 매화꽃 참뜻을 알겠으니
故應知我怯寒辰 아마 내가 추운 날을 겁내는 줄 알았으리.
可憐此夜宜蘇病 이날 밤이 좋아서 내 병도 났겠고
能作終宵對月人 이 밤이 다하도록 달을 볼 수 있으리라.
9,上聾巖李先生 ◊ 退溪 李滉
高臺新曲賞深秋 고대 신곡 감상하는 깊은 가을에
手折黃花對白鷗 갈매기 바라보며 국화를 꺾네.
仰德至今淸夜夢 높은 덕 지금은 맑은 밤 꿈을 꾸니
月明時復到中洲 밝은 달이 때마침 중주에 이르렀네.
10,紫蓋峯 ◊ 退溪 李滉 ◊
天嫌吾未趁丹楓 하늘이 단풍구경 않음을 싫어했는지
故遣山花發晩紅 산꽃을 보내어 늦은 꽃을 피웠네.
正似虹橋連綵幕 무지개다리인 듯 채색장막 이어져
羣仙酣宴武夷中 신선들이 무이에서 향연을 연다네.
11,退溪草屋。喜黃錦溪來訪。◊ 退溪 李滉
溪上逢君叩所疑 시내에서 그대 만나 의심을 풀어낼 제
濁醪聊復爲君持 다시금 그대 위해 탁주를 가져왔네.
天公卻恨梅花晩 매화꽃 늦게 핌을 하늘이 근심하여
故遣斯須雪滿枝 잠깐 동안 가지 가득 눈을 쌓았네.
12.李先生來臨寒棲◊ 退溪 李滉
淸溪西畔結茅齋 맑은 시내 서쪽 가에 초가집 지었으니
俗客何曾款戶開 俗客이 사립문을 두드릴 일 있으리?
頓荷山南老仙伯 고마워라. 산 남쪽에 늙은 신선이
肩輿穿得萬花來 견여에 꽃길을 지나 오셨네.
13.閒居 次趙士敬,具景瑞,金舜擧,權景受諸人唱酬韻
◊ 退溪 李滉
聖代崇儒正道開 聖代에 崇儒는 正道를 열었으니
如何此事反驚猜 어떻게 이런 일에 놀랄 것인가
若令曲學圖阿世 만약에 곡학하고 아세하려 한다면
男子衣冠婦頰顋 사내의 의관을 한 부인이리라.
14.暮歸馬上 ◊ 退溪 李滉
春風吹水雪初晴 봄바람은 수면에 불고 눈은 맑은데
候謁仙公野寺淸 신선 배알하는데 野寺의 경관이 맑네.
去自欣然來自得 가는 것도 기쁘고 오는 것도 흡족한데
夕陽斜路馬蹄輕 저녁 해 경사진 길에 말 걸음은 가볍더라.
15.李秀才叔獻。見訪溪上。◊ 退溪 李滉
從來此學世驚疑 예로부터 이 학문을 世人 놀라 의심하고
射利窮經道益離 이익 좇아 글 읽으면 도는 더욱 멀어지네.
感子獨能深致意 고마워라, 자네 홀로 그 뜻 깊이 두었으니
令人聞語發新知 그 말을 듣고 나서 새 지각이 생기누나.
16.初入城 松岡餉松酒 ◊ 退溪 李滉
鹿走山林歲月深 사슴이 달려가듯 빠른 세월 깊어지고
魚窮不解嘆蹄涔 물고기는 작은 물의 탄식을 알지 못하리.
豈知今夜思鄕夢 어찌하여 오늘 밤 고향생각에 꿈을 꾸랴
驚破晨鐘長樂音 새벽종 長樂音에 깜짝 놀라 깨었네.
17.乞退還田里 金仁伯正言追寄詩 ◊ 退溪 李滉
能如砥柱志何流 지주산과 같은 뜻은 어디로 흐를까
改處雲收悔莫留 구름이 걷히니 머물지 못함 후회하네.
若使此間消息得 이 사이에 소식을 얻고자 한다면
分襟千里可無愁 마음 나뉨 천리이나 근심이 없으리.
18.月瀾臺 ◊ 退溪 李滉
高山有紀堂 높은 산엔 높고 낮은 곳이 있고
勝處皆臨水 절승지엔 모두가 물이 있다네.
古庵自寂寞 오랜 암자 스스로 한적한데
可矣幽棲子 그윽하게 사는 사람이 있네.
長空雲乍捲 긴 하늘에 구름은 잠깐 걷히고
碧潭風欲起 푸른 못에 바람이 불어오누나.
願從弄月人 달을 따라 노닐고 싶으니
契此觀瀾旨 월란대의 취지와 서로 맞는다.
18,雙淸堂趙松岡韻 ◊ 退溪 李滉
旅病淹留自作涼 나그네 병 깊어져 스스로 처량한데
雪庭春信閟梅香 雪庭의 봄소식에 매화향기 그윽하네.
故人尙有題名處 친구는 오히려 이름쓸 곳 있는데
拭淚幽吟宛對牀 눈물닦고 시 읊으며 침상을 대하누나.
19.得鄭子中書 益歎進退之難 吟問庭梅 書言陞拜事
◊ 退溪 李滉
梅花孤絶稱孤山 매화가 孤絶하니 孤山과 어울리는데
底事移來郡圃間 무슨 일로 官家로 매화를 옮겼던가?
畢竟自爲名所誤 필경에는 이름이 잘못되었네.
莫欺吾老困名關 늙은이 곤란한 이름과 관련되었다 속이지 마라
20.孤山 ◊ 退溪 李滉
何年神斧破堅頑 어느 해에 신의 도끼로 견고한 곳 찍어서
壁立千尋跨玉灣 천심의 깊은 절벽을 만들고 폭포수를 걸쳤구나.
不有幽人來作主 幽人이 주인으로 오지 않았다면
孤山孤絶更誰攀 고산에 외론 절벽 다시 누가 오를까?
21.答林大樹 ◊ 退溪 李滉
門庭不掃蓬蒿沒 門과 뜰에 시든 쑥 쓸어내지 않았지만
几閣無塵書籍峨 几閣에는 많은 서적에 먼지조차 없다네.
獨坐深思今古事 홀로 앉아 古今의 일을 깊이 생각하니
異同今古本無多 같고 다른 고금의 일 본래 많지 않더라.
22.黃江舟中 喜晴 ◊ 退溪 李滉
今日天晴暖始生 오늘은 날이 맑아 溫氣가 생겨나니
歸舟搖蕩白鷗輕 歸船은 흔들리고 흰 갈매기 가볍더라.
何須更待桃花浪 어찌하여 桃花의 꽃물결을 기대하나
綠漲仙源正好行 푸른 물결 仙境에 무르익어 가는데
23.舟中 示南時甫 ◊ 退溪 李滉
曉靄濃仍晩 새벽안개 짙으니 저녁이 된 듯하고
春山遠欲無 봄산은 멀어지니 없는 듯 보이누나.
江湖生錦浪 강호에는 금빛 물결 생겨나고
林野著屛圖 임야엔 병풍그림 드러난다네.
24.梅花 ◊ 退溪 李滉
溪邊粲粲立雙條 시냇가는 맑아지고 가지가 올라오니
香度前林色映橋 향기는 앞 숲에서 전해지고 색은 다리를 비추네.
未怕惹風霜易凍 부는 바람 서리에 어는 것이 두려워 않지만
只愁迎暖玉成消 다만 따뜻함에 옥이 녹게 됨을 근심한다네.
25.春日溪上 ◊ 退溪 李滉
雪消氷泮淥生溪 눈 얼음 녹은 시내 맑은 물이 흘러가니
淡淡和風颺柳堤 맑고도 따뜻한 바람에 버들이 자란다네.
病起來看幽興足 병석에서 일어나 보니 유흥이 충족되고
更憐芳草欲抽荑 다시 방초에 싹이 나는 모습을 좋아한다네.
26.江上卽事 示子强 ◊ 退溪 李滉
閒共攜書泛小舟 한가하면 책을 들고 작은 배에 올랐으며
晩逢急雨上江樓 저녁 땐 소낙비에 江樓로 올라왔네.
斯須雨卷雲無跡 비오고 구름이 걷히나 구름은 자취 없고
水色山光畫裏秋 물색에 비친 山光은 그림속의 가을이라.
27.答周景遊見寄 ◊ 退溪 李滉
自闕誰能倡別人 스스로가 빠지면서 누가 別人에게 말하랴?
難窺斯道曠千春 광활한 천년동안 이 道 보기 어렵다고
竹溪但欲投冠去 竹溪에 다만 벼슬을 버리고 떠나는 것은
硏味遺經得道眞 남은 경전 연구하여 진실한 도 얻으려함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