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눈을 뜨면서 하루가 생각으로 시작되어 잠이 들 때 까지 우리는 계속하여 반복적으로 생각을 한다. 하루에 몇 번의 생각들이 明滅할까? 하고 생각해 본다. 아마도 억만 단위의 작은 조각의 생각, 모아놓은 생각, 사라지는 생각, 떠오르는 생각 등의 종류가 무한하니 접근하기 조차 어렵다.
찰나와 순간을 통하여 지나가는 생각들 중 몇 가지를 묶어 쓰고자 하니 나의 내면을 들여다 보는 것 같아 조금은 쑥스럽지만 읽는 사람이 작은 미소라도 입가에 지어주고, 마음으로 다른 좋은 생각으로 이어지면 고마운 일이 될 것이다.
젊은 날 깊은 지식없이 단순한 표현이 좋아 기억속에 남아 있는 서양 철학자의 언급대로 'Cogito ergo Sum'의 원리 속에서 우리는 이미 오랫 동안 살아가고 있는 듯 하다.
모음 1
A.
집사람이 묻는다.
"지금 뭐하고 있어요?" "소설 '대부의 복수(God father's Revenge)'를 읽고 있지." "우리 전철타고 동대문 광장 시장 갑시다." "그럽시다, 무어 살 거 있어요?"
단추 10개 2,000원에 사고 나오면서 갱핀(개평)으로 1개 더 얻어 가지고 먹자골목에서 칼국수, 비빔밥으로 마음에 점을 찍고, 막 구워낸 녹두전, 순대 등을 한 봉지 산다.
"왜 그렇게 많이 사?" "내일(일요일) 아이들이 오잖아요.." "아, 그렇구나!" 생각이 잠시 어긋났구나.
B.
광장 시장을 돌아 전철역으로 가는 중 가까이 있는 청계천을 처음 구경하자고 말한다. 맑은 물에 잉어, 오리가 놀고 조용히 흐르는 물이 마음을 정결하게 하는구나. 천변(川邊)에 서서 젊은이에게 핸드폰 사진을 담아 달라고 부탁한다. 좋은 생각이 좋은 노부부 사진을 만드는구나. 평생 처음 가 본 광장 시장의 힘있는 모습이 오래도록 마음 속 생각으로 남는다.
C.
Well-aging과 dying의 편한 글을 올려주는 김교수가 구정에 안부전화를 주어 아주 반갑게 마음을 주고 받는구나. 나이에 반비례해서 점점 줄어드는 오가는 전화를 생각하는구나.
D.
긴 세월동안 대학 상아탑에서 학문을 닦으며 후학을 가르치던 친구의 생활이 담긴 수필집을 접하니 글의 내용이 피부에 와 닿아 몸 안으로 들어와 큰 웃음을 자아내는 곳으로 가기도 하고, 또 지혜가 있는 곳을 일러주기도 한다. 꽃처럼 아름답고 손에 잘 잡히지 않는 구름 같은 진리의 말씀보다 더 재미있다. 작은 돌이 되어 여러 곳에서 필요한 존재가 되어 그 가치를 찾는 삶의 지혜가 부러운 생각이 든다.
[老夫婦] [젊은 오리부부]
모음 2
A.
"누구 전화요?" "아, 내일 손자들이 온대요."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에 웃음이 감돈다. 무슨 음식을 준비할까 할머니 생각, 할아버지는 창고의 연을 손질하고, 야구 글러브, 공, 배트를 챙겨놓고 자전거 핸들도 만져본다. 생각만으로 엔돌핀이 나오는 듯하다. 시간이 남으면 뒷산 넘어 두물머리에 겨울 강구경을 시켜줄까?하는 생각.
B.
'무슨 놀이를 하고 싶어?' 하고 손자에게 묻는다. "야구 할 거야, catch ball, batting도요!" 한 시간 가량 야구놀이를 하면 할아버지 어깨가 무거워진다. 좀 쉬었다 하자, 할아버지가 땀을 닦고 있으면 손자들은 축구공을 가져와 열심히 공을 차며 주고 받는다. 오늘 저녁은 아주 숙면을 할 수 있겠구나. 모처럼 장손이 옆에 누워 자는 모습을 내려다 보면서 흐뭇한 생각에 이를 것이다.
C.
아직은 2월이니 이곳저곳 잔설이 많이 남아 있다. 그 위에 자연의 섭리에 따라 조용히 쏟아져 내려오는 함박눈 속을 바라다 보면 예쁘게만 보이는 그 눈들도 쌓이면 그 힘이 엄청 나지. 도시를 덮어 버리는 위력에 우리는 잠시 엄숙해 진다.
자라나는 우리들의 2세 들이 걸어가는 모습 일거야, 하는 생각을 갖는다.
[짜장면 메뉴를 고르는 할아버지와 손자들] [야구놀이 중 잠시 휴식]
모음 3
A.
前직장 동료이며 후배이기도 한 知人 한 분이 오랫동안 회사에 봉직한 후 1년 전부터 Africa Tanzania 정부의 자문역을 수행하고 있는 30년 친구가 이 메일로 편지를 연말에 보내 왔다.
'정 회장님, 신앙의 바탕은 믿음이기에 그 바탕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수기 같은 소설 한 권을 보내니 마음으로 읽으시기 바랍니다. The Shack (by Paul young)은 전 세계 7백만 부가 판매 된 책입니다. 예수의 부활의 사실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사료됩니다.'
신앙심이 깊지 못한 본인에게 반가운 책이기에 한 장 한 장 정독하며 마음으로 읽으니 마음이 점점 넓어져 새로운 사실과 진리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아껴 읽어도 250 쪽 밖에 되지 않아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루에도 여러 번 책 속의 작은 장면, 넓은 장면, 무한의 장면들의 생각이 슬그머니 솟아 나니 신앙심을 쌓아 올리는데 도움이 되는구나.
B.
부활의 확신을 못하는 믿음이니 나이가 들수록 때로는 불교의 교리에 관심이 가기도 하고 중동에서 꽤 오랜시간을 보낸터라 무슬람의 간단한 교리소리도 때로는 들리기도 한다.
'Allah Akabar(신은 위대하다)'
60년의 단순히 등록된 기독교인에 지나지 않았으니 이제는 성경의 말씀대로 우리 앞에 남아 있는, 우리가 깨어 있어야 할 시간에 필히 할 일은 영혼(Soul)을 맑게 하는 노력과 육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C.
본인의 전공서적과 정기 간행물을 제외한 서적 중에서 내용이 같고 동일 저자가 지은 책을 반복하여 읽은 책이 몇 권이나 될까? 하고 갑자기 생각해 본다. 평소 책 보관이 부실하여 확인이 어려워 불확실한 기억 속에서 남아 있는 몇 권을 찾아 본다.
1) 완독을 실패한 책 - 성경
2) 3회 완독한 책
- 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Young Man (by James Joyce); 10대 후반, 30대 후반, 60대 초
- 삼국지 (나관중); 10대 초반
3) 2회 완독한 책
- 김삿갓(김병연) 작가미상; 10대 초반
- The Adventure of Huckleberry Finn (by Mark Twain); 10대 중반
- The Good Earth (by Pearl Buck); 10대 중반
4) 기타 불량 서적
- 벌레 먹은 장미; 작가 미상. 6.25 시절 생계형 작품(?) 또는 '청춘극장'의 김래성인가?; 10대 초반
D.
다른 기억으로 남아 있는 책은 본인이 고교 2년 말 40일간 대구 동산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던 중 같은 반도 아닌 故 이수정 군이 병문안 차 방문하여 주고 간 Longfellow 시인의 시집 Evangeline 이란 제목의 목가적 詩想이 풍부한 책을 여러 번 읽은 생각이 난다. 참으로 책이란 의식, 무의식 중에 그 내용이 주는 영향은 일생 동안 내면 세계의 반려자로 같이 지나온 것 같구나.
[추천서적 The Shack] [탁상 위의 기도문]
2010. 2. 22. 曉泉
첫댓글 曉泉형! ' 나이에 반비례해서 점점 줄어드는 오가는 전화를 생각하는구나.'라는 글, 정말 real talk네요. 잘 읽었읍니다. 내외분 강건하시기를 기도 합니다.
기타 불량서적들은 나도 읽어본 책인데 "벌레먹은 장미"는 최인욱의 작품이지요. 효천 내외분의 노년기 생활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게 보입니다. 내내 건강하세요.
짜장면 메뉴를 고르며 손자들과 어울리는 曉泉의 모습이 정말 보기
좋습니다. 지난번 국민학교 총회때는 보이지 않더군요.
효천의 사는 모습을 보면 도연명의 詩구절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이
떠오르네요. 전화 대신 이 답글로 마음을 전합니다.
많은 글과 그림, 그리고 사연들이 한꺼번에 나와 읽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지만 잘 읽고 잘 봤습니다. 인터넷에서 쓰는 글은 이렇게 써야 한다는 示唆를 하는 것도 같네요. 다만 가운데 나오는 두 잉코부부의 사진 밑에 [老夫婦]라고 한 것은 좀 무엇하네요. 아직 老자가 들어가기에는 너무 젊게 보여서...특히 어부인이~~~ㅎㅎ
우리가 실제로 할아버지이긴 하지만 스스로를 노부부라니 좀 어울리지 않은 표현이네요.
훌적 나서서 시장도 보고 청계천을 휘휘 둘러 보기도하고 신선같네요!!!
조용한 삶 그 안정감이 우리에게도 전해 오는듯 하오
효천의 자상한 글 잘읽었읍니다. 나도 신앙을 가진지는 30년이 넘었으나 아직 잘 모르겠소. 위의 댓글과 같이 老자는 앞으로
좀 뱁시다. 아직 마음은 30대인데.... 부인이 너무 젊어보이네요. 역시 맑은 산속에서 살아서 그렇지요
효천의 글에 학헌의 댓글이 정말 우리 39 지킴이 다운 글인것 같습니다. 효천의 폭 넓은 독서량은 알고 있습니다만, 이번 "생각 모음"의 글은 참으로 효천의 생각(마음)이 꾸밈과 가식없이 물 흐르듯 한 것을 읽게 되어 기뻤습니다. 학헌이 말씀하신데로 인터넷의 글은 순수하고 자기의 글, 출처가 분명한 글을 읽을때 읽는이의 마음을 상쾌하게 하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