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웃음(Der Letzte Mann 1924) : 호텔 도어맨의 몰락이 보여주는 1920년대 독일의 사회상 프리드리히 무르나우(Friedrich W. Murnau) 감독 표현주의로 불리는 1919-25년 시기의 독일 영화들은 대략 세 가지의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는 프리츠 랑의 <숙명>(1921)에서 볼 수 있듯이 신화로 남아 있는 역사적 사건들을 재구성하는 역사물들이다. 둘째는 표현주의 연극의 무대장치와 연출이 영향을 준 괴기스럽고 신비한 분위기의 영화들로, 이 부류의 대표작은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을 들 수 있다. 마지막 셋째 부류는 막스 라인하르트의 연극에서 비롯된 이른바 '실내극영화'들이다. 실내극영화의 특징은 다른 표현주의 영화들과 달리 특정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대개 중간계층 이하인 인물들의 행위와 심리를 단순한 내러티브(narrative)로 전달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실내극영화의 부류에 포함되는 '거리영화'들은 극대화 바람에 편승해 헛된 꿈을 좇는 남자들에게 버림받은 비극적인 여자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며, 감상적인 멜로드라마의 종래적인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 무르나우의 1924년작 <마지막 웃음>은 폴 레니의 <뒷 계단>(1920), 루푸픽의 <파편>(1921)과 함께 실내극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다른 두 편과 마찬가지로 카를 마이어가 시나리오를 쓴 <마지막 웃음>은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호텔 도어맨(에밀 야닝스 연기)이 나이가 들어 화장실 조수로 밀려나면서 주위의 조롱과 멸시를 받게 되지만, 화장실을 사용한 미국인 백만장자의 뜻하지 않는 유언(화장실에서 죽으면서 마지막으로 자신을 지켜본 사람에게 유산을 남겼다)으로 비참한 현실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해피엔딩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웃음>은 관객들이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영화의 마지막을 지켜보게 만든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이 늙은 도어맨의 좌절과 비참함을 공유하게 되기 때문이다. 감독은 그가 유니폼을 벗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사용한 자막을 통해 "그를 불쌍히 여긴다"고 말하는데, 이 자막은 부를 얻게 되었지만 사회적으로 지위가 하락하게 되는 중산층에 대한 감독의 연민을 드러내고 있다. <마지막 웃음>이 영화사에서 자리매김되는 이유는 1920년대 독일 사회가 직면하게 된 중산층의 부상을 사회적, 정치적 맥락에서 관객들에게 설명함과 동시에 뛰어난 카메라 테크닉과 주인공의 심리 묘사를 통해 당시의 사회상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마지막 웃음>은 영화에 대한 가장 일상적인 질문인 주제와 형식의 일치가 갖는 중요성에 대한 하나의 모범 답안일 수도 있다. 영화는 자전거에 장치한 카메라가 호텔의 엘리베이터와 회전문, 사람들로 북적이는 화려한 로비 등을 자유롭게 다니며 도시화, 근대화가 대두되는 당시 사회상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카를 프로인트가 촬영한 이 도입부는 도어맨이 처하게 된, 피할 수 없는 어두운 운명을 예시하고 있다. 영화사에서 유명한, 도어맨이 술에 취한 장면에서는 카메라가 도어맨의 심리적 불안과 함께 당시 중산계층의 불안정한 위치를 암시한다. <마지막 웃음>은 감독 무르나우, 카메라맨 프로인트, 작가 마이어가 고안한 영화적 테크닉으로 내러티브를 성공적으로 재현했다는 찬사를 받고 있고, 영화사가들은 이 영화가 그리피스의 카메라 트래킹과 시점 편집을 발전시켜 더욱 정제된 영화 문법으로 정착시키는 데 공헌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ㅡ문혜주(영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