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모임을 기록했네요. 기록해주신 최인정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함께 이야기 나눠주신 선생님들 진짜 감사합니다...
제가 너무 좋아하는 책인데 모임에 빠지게 되어 아쉬웠습니다. 저도 모임에서 나온 이야기 궁금하던 참에 동아리 결산 할 때 적어 내야할 것도 있고.... 전교조 군산 지회에서 그림책 모임 관련 발표도 해달라고 해서 모임 기록 부탁했었는데... 소중한 말씀 이렇게 정리되네요. 기록이 기억을 낳습니다.^^
< 민들레 사자 댄디라이언 > 책을 공부하고 나서
참여자 : 전○○, 소○○, 이○○, 조○○, 최○○, 최○○, 구○○ 선생님 7명
발제자 : 최○○
책 읽어주는 중에 나온 이야기
◎ 표지 - 최근 인쇄본은 표지에 민들레무늬가 양각으로 인쇄된 것도 있다. 가격은 같음, ‘다르다는 건 특별하다는 거에요’라는 글귀가 인상적이며 내용을 추측하게 만든다.
◎ 면지 – 댄디라이언이 없는 흑백 학급 사진 속의 단정한 모습과 마지막의 밝고 활발한 느낌의 학급 사진이 비교된다.
◎ 내용
– 아이들이 댄디라이언에게 ‘너는 잡풀 같아’라고 하는 장면에서 흔히 쓰는 표현인 잡초를 두고 잡풀이라고 한 까닭이 궁금하다. 잡초라는 말에 기존의 쓸모없다는 이미지가 있어서 안 쓴 건지 원서의 뉘앙스를 살리기 위해 일부러 단어를 만들어 낸 건지 원서를 보고 싶다.
- 실제 교실에 이처럼 주의산만하고 엉뚱한 학생이 있다면 다른 아이들이 이 책에 나온 아이들처럼 친하게 지내고 이해해주기보단, 그 아이의 허물을 지적하거나 짜증을 내기 쉬울 것 같다.
- 역시 알림장에 뭐라고 썼을지 궁금하다. 단순히 노란색 옷을 입고 오라는 내용일까?
‘댄디라이언’에 대한 선생님들의 경험과 의견
<소○○> 우리 학급 학생 중 하나가 말썽을 굉장히 많이 피운다. 친구들을 때리고, 바지를 벗기고, 물건을 던지고, 담을 타 넘고, 화재경보기를 누르고 도망치는 등의 행동을 하여 학급의 모두가 힘들어 했다. 그러다 최근 그 학생이 전학을 갔는데, 그 아이를 그리워하거나 보고 싶어 하는 아이가 전혀 없고, 교실이 평화로워졌다.
<이○○> 우리 학급 28명 아이 중에 5명 굉장히 소란스러운 아이들이 있는데 수업을 진행하기가 어렵다. 과학실험을 했는데, 휴지를 물에 담가 여기저기 묻혀 놓아서 실험이 엉망이 되기도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교사도 짜증이 나고 화를 자주 내게 된다.
<전○○> 작년에 맡은 학생 한 명이 교사의 지시에 전혀 개의치 않고 정말 해맑게 자기 하고싶은 대로 하는 학생이었다. 급식을 함께 먹을 때 혼자 저 멀리서 밥을 먹길래 ‘아예 운동장 가서 먹지’ 했더니 정말 급식판을 들고 운동장에 나가서 교장실 창 밖에 자리를 잡고 먹기도 하는 등 일 년 내내 그 학생과 씨름을 하며 보냈다. 그러다 올 해 맡은 아이들은 누구 하나 큰소리 낼 필요가 없이 성실하고 순한 아이들이 어서 정말 천사 같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은 한 달 정도 지나자 답답함, 지루함으로 변했다. 아이들이 감정 표현도 자제하고 재미있거나 엉뚱한 생각도 전혀 내지않으니 그 또한 아이답지 않아 괴롭다. 뭘 해도 흥이 안 나는 느낌이다.
<구○○> 우리 학급에 아이들이 하지 말라는 짓을 골라 하며 짜증을 내게 하는 아이가 하나 있었는데 그 아이가 주거문제로 최근에 전학을 갔습니다. 전학 가는 날에 인사를 하면서 이 아이의 좋은 점을 이야기해보자고 했더니 아이들이 너도나도 그 아이의 좋은 점을 말해주었다. 그러면서 그 아이가 이렇게 좋은 점이 많았나 놀랐고, 그 아이가 가고 난 후 교실이 안정적이 되긴 했는데, 가끔 그 아이가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있을 때는 몰랐는데 그 아이가 우리 반의 댄디라이언 이었나 보다.
<조○○> 우리 학급에는 이래요 저래요 하면서 지적하고 낄데 안낄데 다 끼면서 관심 없는 것 에는 집중을 전혀 하지 않고 혼자 딴 짓을 하는 등의 행동으로 짜증을 일으키는 아이가 있다. 이 학생은 평소에 책을 많이 읽고 똑똑하지만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상황을 읽는 능력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이런 아이도 댄디라이언일 것 같다. 일반적인 학교 교육에서 제공하는 폭에서 벗어난 아이죠. 이 아이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선생님이 학생에게 흔히 요구하는 틀을 약간 포기하고 있다.
- 댄디라이언은 말 그대로 다른 사람들과 다른 아이인 것 같다.
그 다름은 피해를 주지 않음을 의미하긴 하나, ‘피해’의 기준은 경우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소○○ 선생님의 아이처럼 남에게 피해를 주어 모두가 싫어하게 되는 것은 그 아이가 고쳐야 할 부분이지만, 피해를 주더라도 일부러 하는 것이 아니고 그 아이의 천성과 관련있는 부분은 다름으로 인정하고 그 아이를 위한 ‘제대로 된 자리’를 찾아주어야 할 것 같다.
- 이 이야기 속의 댄디라이언은 뭐든 조금 과하긴 하지만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며 사랑을 받고 자랐고 주변에 현명한 어른이 있다. 잘못된 길로 갈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으며 이 아이가 있는 교실이 전보다 훨씬 즐겁고 행복해 보인다. 이 아이를 배제하거나 찍어 눌러 똑같이 만들지 않도록 한 결말이 좋다.
-그러나 댄디라이언도 한두명이지 여러명이면 역시 힘들다. 자신의 개성이 있는 것도 좋지만 개성을 중시하여 전체의 조화나 질서 등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 아이를 조금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도 기존의 질서를 지키며 함께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지 정상의 기준을 무시할 일은 아니다.
- 요즘 들어 더욱 이성적인 부분만 발달하여 머리는 좋지만 상대방의 기분은 이해하지 못하고 배려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아이들이 한두명일 때는 교실을 유지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교실분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되었다.
결국 가정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책 <엄마냄새>에 의하면 유아기에 하루 세 시간 이상 엄마냄새를 못 맡은 아이는 정상이 될 수 없다고 한다. 아기 때부터 놀이방이니 게임이니 하면서 충분한 정서적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은 아이가 늘어나면서 사나운 아이들이 많아진 것 같다.
-우리는 초등학교 선생님으로서 교실을 가꾸는 정원사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세워놓은 틀, 정해놓은 높이에 조금 맞지 않는 아이도 우리 교실에 생기와 변화를 주는 존재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민들레 사자 댄디라이언 모임기록.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