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전스' 열풍시대
'디지털 컨버전스'는 디지털에 '통합'과 '융합'이란 뜻의 컨버전스(convergence)가 합성된 신조어다. 휴대폰에 디지털카메라와 MP3플레이어 등을 장착하여 기기들 간에 복합적으로 기능을 발휘하게 하는 기술용어이다. 시속 100㎞이상 달리는 승용차 안에서 핸드폰과 일종의 휴대용 컴퓨터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s)로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것은 '디지털 컨버전스'의 기능인 것이다.
컨버전스의 컨셉은 복합기기 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즉, 이국적 마스크인 혼혈아 '다니엘 헤니'와 같은 슈퍼모델 겸 배우가 외국 남성의 훤칠하고 수려한 외모에 한국인의 포근한 정감을 지녔기에 팬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은 바로 인기배우의 컨버전스라 할 수 있다.
패션 부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정장 대신 청바지에 양복 재킷을 입거나, 서로 다른 계통의 옷들을 걸치는 격식 파괴가 유행을 타기도 하고, 전통적인 한국음식이 젊은 세대의 입맛에 맞춰 소위 퓨전화 되어 가는 경향을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컨버전스의 순기능이다.
미국의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 박사가 2006년 새해 벽두에 제시한 다음과 같은 내용의 메시지도 일종의 컨버전스라 할 수 있다. 그는 당시 한국경제 뉴욕특파원과의 신년대담에서, "한국의 산업은 제3의 물결인 정보화시대에 있는데, 교육은 제2의 물결인 산업화시대에 맞춰져 있다."며 새해 가장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한 분야는 교육이라 지적했었다.
토플러 박사는 "한국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가 수 백 명의 학생을 한곳에 모아놓고 똑같은 기능을 가르치고 있는 것은 대량생산체제에나 어울리는 교육체제이고 앞으로 정보화시대에 걸맞게 창의성과 지식정보화 사회가 진전 될 수 있도록 교육시스템을 바로 잡아 나가야하며 칸막이 식 영역구분은 무의미하다."고 말하고 앞 다투어 컨버전스를 실행하는 국가와 기업만이 앞으로 주도권을 잡을 수 있게 될 것임을 강조했었다.
디지털 컨버전스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주소체계 즉, RFID(Radio-Frequency IDentification) 칩을 갖춰 전파를 이용해 먼 거리에서 정보를 인식하는 시스템인 유비쿼터스 환경이 구축되면 사람들은 이 칩을 통해 모든 정보를 수집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학생들은 본인에게 부여된 RFID칩을 이용해 신원을 확인한 후, 수강도 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 받을 수가 있다. 그리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결강했던 수업도 RFID칩만 있으면 언제든지 강의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되고, 앞으로는 대학 캠퍼스에 북적거린 학생들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게 됐다.
이제는 RFID칩을 통한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24시간, 365일 지속적으로 안전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예전에 있었던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나 대구지하철 화재와 북한의 물폭탄 방류로 인한 대형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될 것이다.
지난 2006년 연구비 횡령과 논문조작 혐의로 검찰에 피소된 황우석 교수. 그는 최근 줄기세포 논문조작 혐의가 일부 인정돼 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지만, 황교수에 대한 컨버전스의 기대가 물 건너가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황교수팀은 2006년 7월에 공식인가를 받은 수암재단에서 그동안 140여 마리의 동물 복제에 성공하고 15편에 달하는 연구논문을 해외 학술지에 게재해 왔으며 논문조작으로 황교수가 대학을 떠난 뒤에도 연구실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고 한다.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이날 이때까지 쉬지 않고 계속해 왔던 '황우석호'의 연구팀은 무수한 질타 속에서도 최소한의 연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4년간 사회적 냉대와 학계의 따가운 눈총은 감내할 수 있었지만, 50여명에 가까운 연구원들의 꿈을 포기하도록 만든 것이 너무 힘들었다."며 집 전세금을 빼고 실험농장을 담보로 잡히면서 실험을 계속해 왔다는 황교수의 불굴의 의지는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바야흐로, 컨버전스의 열풍시대에 사는 우리들은 이제 '모 아니면 도'라는 흑백논리 보다 국내 유수한 생명과학자들의 노하우와 황교수 연구팀과의 컨버전스로 하모니를 이루어 줄기세포 연구와 생명과학기술의 저력을 세계만방에 과시해 보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호남매일신문 편집 논설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