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처음 인사드린 기선입니다.
저는 남양주의 끝자락 조안면 운길산 아래에 있는 '없이있는마을'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어요.
도시가 아닌 농촌에서 살아가고 있다보니 '기후위기'라는 문제가 더 피부로 와닿을 때가 많았습니다. 저희 마을에서도 농사를 함께 하고 있는데 지난해만 해도 유례없는 폭우, 폭염, 가뭄 등으로 인해 밭생명들의 자람새나 열매가 전과 너무 다른 것을 실제 경험하기도 했었어요. ‘생명살림' 운동을 하는 생협이나 여러 시민단체에서 모든 화두가 '기후위기'로 집중되고 있었는데 막상 저는 이 문제를 깊이 있게 바라보기 보다는 표면적인 현상만 이해하는 수준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무분별한 전기 사용을 줄이고, 플라스틱이나 비닐 사용을 최소화하는 일상적 실천은 있지만 실제 지금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의 현실을 더 깊이있게 알아봐야겠다는 생각도 갖게 되었어요.
'없이있는마을'에서 살아가기 전 10년 정도 제약회사의 언론홍보, 대외협력일을 해왔었는데 기업들이 때마다 자신들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강조하는 화두들이 있었습니다. 꽤 오랫동안 그 일을 그만두고 하지 않았다가 최근 우연한 계기로 프리랜서로 다시 일을 하다보니 기업들이 요즘 너도나도 'ESG 경영'을 내세우고,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오고 있는지 홍보하기 위해 여러 사내 문화를 만들고 대외용 메시지를 개발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전반적인 요즘 이 시대의 흐름, 특히 기업과 정부들이 내세우는 정책이나 메세지 이면에 숨어있는 진실들, 그래서 우리는 이런 기후위기 시대에 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실천적 삶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함께 생각을 나누고 희망을 서로 다시금 확인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강의를 듣게 되었어요.
우선 어제 첫 강의 때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기 좋게 잘 설명해주셔서 너무 유익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사실 좀 참담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에너지 전환' 문제에 얽혀 있는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들을 보면 소위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은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졌어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LG 디스플레이, 현대제철이 국가에 가져다주는 이익을 포기하고 그들의 생산을 감소시켜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새로운 주력산업을 만들어가자는 의식이 대한민국에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아니 멀리 기업 문제까지 가지 않더라도 개인이 지금 누리는 편리함을 포기하고 불편함을 감수하며 궁극적인 에너지 전환을 이뤄내 지구를 함께 살리자는 운동이 성공할 수 있을까?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은 아주 소수만이 외치고 독려하고 삶으로 살아내는 운동이라 할지라도 이것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가는 개인, 집단이 있다면 지금 이 기후위기 시대 속에서도 희망은 분명히 있다라는 믿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개인의 실천적 차원에서는 클라우드 서비스 등 데이터 전송 및 공유에 대한 생활 습관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저희 마을에서도 '편의'를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몇달 전 판교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해서 카카오톡과 다음이 먹통이 된 날이 있었지요. 저희 마을에서는 토요일마다 한주간의 성경을 읽고 든 생각이나 한주동안 있었던 일을 글로 적어 공유하는데 그 화재가 있던 날이 마침 토요일이었어요. 갑자기 카카오톡도 안되고 다음 카페도 접속이 안되니 서로 소통이 매우 불편해졌습니다. 결국 다른 대안이 없어 구글 스프레드 시트에 서로의 글을 공유했는데 그 때 문득 우리가 소통의 많은 부분을 이런 데이터 서비스에 의존하고 지내고 있다는 생각에 약간 무섭기도 했어요. 강의에서 이런 클라우드 서비스 데이터 센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엄청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더 섬뜩한 기분이 들었어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겠구나 싶어 공동체 안에서 이야기 나눠봐야겠다 생각했어요.
마지막으로 ‘현재 사는 대로 살면서 에너지 전환은 어렵다. 재생에너지로는 우리의 삶은 편리해질 수 없다' 는
이야기가 마음에 많이 남습니다.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 누군가는 기업을 비난하고, 누군가는 정부를 비난하기도 하지만 먼저는 나 먼저 '풍요,'편리'에 대한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강의도 기대가 크고, 앞으로 다른 분들과 많은 대화도 나눠보고 싶습니다.
다음주에 뵐게요! 감사합니다.
첫댓글 무척이나 공감갑니다. 누군가에게 화살을 돌려야 한다면 먼저 우리를 향해 철저한 점검을 하는 것이 정직한 실천으로 이어질수 있을것 같아요.
후기글 고맙습니다. 정직하게 우리부터 돌아보지 않으면 산업이 내세우는 논리의 함정에 쉽게 빠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꾸 멈추어 생각해 보고 정말 필요한지 서로 물어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