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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범5집 발표와 첫 번째 콘서트
2004년10월
(글 허건 출처 : 음악창고)
우리는 흔히 목소리가 허스키하고 실력 있는 가수가 등장하면 뻔한 수식어를 붙이곤 한다.
'제2의 임재범이 나타났다'고.
초창기의 박완규가 그랬고, 박효신이 그랬으며, 김동욱 등 수 없는 제2의 임재범이 등장했다.
그렇다. 그는 말 그대로 노래 잘하는 사람의 '대명사'인 것이다.
솔로데뷔 후 15년 간 단 한차례의 콘서트도 방송출연도 거의 없었음에도 그가 세인들에게 이토록 유명한 이유는 단지 그가 정말 노래를 잘한다는 것뿐이다.
서두에서 미리 밝혀 두겠지만 나는 그의 광적인 팬이다.
박효신, 김동욱 정도의 '가수'(물론 그들도 나름의 매력적인 음색과 훌륭한 실력을 가졌다)가 아무런 생각 없이 함부로 임재범과 비교될 때는 정말 분노가 끓어오른다.
정확한 발음(영어,한글 불문), 무대가 쩌렁쩌렁 울리는 장대한 성량,
노래에 혼을 담아 부르는 듯 한 매력적인 음색.
한 평론가는 임재범의 실력의 1/10만 이라도 가수들이 갖춘다면
한국 가요계는 들어줄 만 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이다.
정말 그런 그가 2000년 4집 앨범 [Story of two Years]와 많은 곡들을 새로 녹음한 베스트 앨범 [Memories] 이후 4년 만에 돌아왔다. 사실 4집 앨범과 베스트 앨범 [Memories]는 개인적으로 매우 실망했던 앨범이었다. 이에 대해 말하기 전에 일단 임재범의 초창기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때는 1986년 독재정부들의 탄압으로 건전가요 가수들 밖에 없던 시절,
서서히 규제가 풀리고 한국에도 클럽씬이 생기기 시작했다.
송골매 등 대학출신의 밴드들과 들국화 등이 큰 인기를 얻으며
국내 언더그라운드 음악씬은 날이 갈수록 풍성해졌다.
이에 뒤이어 당시 세계적인 주류 음악이자 국내에서도 인기가 절정이었던 헤비메틀 음악을 하는 밴드들도 나타났다.
바로 한국 록계의 아버지 신중현의 아들인 신대철이 이끄는 시나위가 국내 최초의 헤비메틀 앨범 1집 [크게 라디오를 켜고]를 발표한 것이다.
당시의 열악한 녹음 장비 덕택에 음질은 조악하기 그지없었으나 이 앨범은 큰 인기를 끌었고, 국내에 아주 잠깐이지만 헤비메틀 음악의 전성기를 가져오게 된다.
이 앨범에서 주목했어야 할 이는 사실 신중현의 아들 신대철이 아닌 임재범이었다.
동양인의 성대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 쇳'소리를 쏟아내는 임재범의 보컬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그 이후 임재범은 외인부대, Rock in Korea, 아시아나 등을 거치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다 느닷없이 "이밤이 지나면" 이 실린 대중 취향의 솔로 앨범을 발표하고 잠적했다.
50만장이 넘는 음반 판매기록과 함께 지금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발라드 가수' 임재범이 이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 후로 산에 가서 사는 등의 잠적행위를 하다 홀연히 나타나 앨범 한 장을 내고 다시 잠적하기를 2집, 3집, 4집 까지 되풀이 했다.
2집 앨범에는 "비상", "사랑보다 깊은 상처" 등 대중적으로 히트한 노래들과 그대는 어디에, 추락 등과 같은 진정 소울풀한 목소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명곡들이 적절히 섞여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락커로서의 그의 모습에 반했던 사람들에겐 많은 아쉬움이 남았고, 락커로서의 임재범을 모두 잊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3집에서는 큰 인기를 끈 애절한 사랑을 고해 형식으로 노래한 "고해"를 제외하고는 다시 자신이 작곡한 헤비메틀 음악을 선보여 '아티스트'로서의 모습을 다시 보여줬다.
밴드 형식이 아닌 세션의 녹음으로 온전한 락음악으로는 볼 수 없었지만 다시 한 번 그의 파워풀한 목소릴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를 비롯한 그의 팬들은 감격했다.
그의 4집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한 번 그의 아티스트적 면모를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다른 사람이 작곡 해준 대중 취향의 발라드 "너를 위해"를 앞세운 발라드 앨범이었다.
그리고 연이어 나온 베스트 앨범 [Memories]. 시나위 시절부터 현재까지를 총망라 하는 임재범의 역사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앨범이지만 새로 녹음된 과거 헤비메틀 시절의 명곡들은 너무나도 절제되어 예전의 그 피가 들끓는 쇳소리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극도로 절제된 그의 보이스만이 들려왔다.
이 앨범을 가리켜 많은 평론가들은 '거세된 락커'의 앨범이라 평했다. 유감스럽지만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다시 그의 쇳소리를 들을 수 없다면 "그대는 어디에"같은 소울풀한 노래를 들려주기를 바랐지만, 평범한 발라드를 발표하는 그의 모습에 실망스러웠지만, 맘 한 편에는 다시 한번 헤비메틀로의 회귀가 이루어지기를 계속 기다려 왔다.
그러던 2004년 드디어 대망의 신보 5집 [공존]의 발표가 이루어 졌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밴드 아시아나 시절에 일본 최고의 헤비메틀 밴드 라우드니스와의 합동공연 이후로 처음으로 정식 '공연'을 한다는 것이다.
무려 15년 만의 일인 것이다.
또 이제 팬들이 원한다면 수요예술무대와 같은 티비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가 그동안 공연을 하지 않았던 이유는 준비가 되지 않아서였다고 한다.
공연을 하고 앨범을 낸다는 것이 엄청난 연습을 통해 완성된 후에야 가능한 것들인데,
그동안 자신은 그런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보다는 그의 풍운아적 기질과 1집 앨범후의 불미스러운 사건(얼마 전에 주병진과 같이 강간 누명을 쓴 적이 있다.)이후에 느낀 미디어에 대한 환멸 때문이 더 정확한 이유라고 생각되어진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변화시킨 것일까.
아마도 다들 기억하실 것이다.
2000년도 겨울 쯤 머리를 박박 깎은 채 결혼식장에 나타난 그를.
그 후로 4년이 지난 지금 그에게는 사랑스러운 딸 아이가 생겼다고 한다.
현재 3살 박이인 딸은 방랑과 기행을 즐기던 임재범을 순식간에 유부(?)(乳父)로 바꿔버렸다.
아이를 키우다가 이제 세상에 함께 살기 위해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고 공존을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자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앨범을 살펴보자.
머리썰이 조금 지나치게 긴 이유는 대중들이 모르는 진짜 그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었고, 이번 앨범 타이틀인 '공존'에 대한 그의 변화를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앨범의 커버아트가 의미심장하다.
지금까지 그의 앨범들이 주로 그의 얼굴사진이었는데 처음으로 흰 바탕에 그림이 그려져 있다.
아마도 공존에 대한 임재범이 현재 믿고 있는 기독교를 바탕으로 한 그림인 듯 하다.
이번 앨범에는 아쉽게도 "사랑보다 깊은 상처"나 "너를 위해"같은 대중에게 크게 어필할 만한 최루성 발라드가 없다. 외부 작곡가의 곡을 쓰지 않고 전곡을 프로듀서와 임재범이 공동 작곡해서 인지 대중들을 크게 의식한 발라드 곡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 대신 오랜만에 임재범의 포스를 느낄 수 있는 메틀곡들이 다시 등장했다.
"총을 내려라"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노래이다. 한 때 이슬람교에 심취했던 임재범에게는 또 남 같지 않은 의미로 다가왔을 이라크 전쟁.
80년대 하던 메틀식의 샤우팅을 포함한 다이나믹한 보컬라인이 아닌 자신의 최대 강점인 중저음대의 음역으로 노래하고 있다. 중간에 부시의 개전 선언과 함께 나오는 타미 김(현 H2O)의 기타솔로도 깔끔하다.
국내 최고의 세션맨 중 하나인 그는 이 앨범에서 7번 트랙 "새장을 열다"만 빼고 전곡에 참여하여 안정적인 연주와 군더더기 없이 멜로디컬한 기타 솔로를 들려준다.
자신이 메틀을 배신했다고 생각하는 임재범은 이제 돌이킬 수 없지만 락에 대한 미련이 아직 많이 남아서 더 늙기 전에 하고 싶다는 것인데,
3집 앨범보다 기타 리프는 더 80년대 메탈스럽게 가고 보컬은 좀 더 절제되었다.
현재 한국나이로 42세인 그는 아직 목소리에 힘이 많이 남은 듯 하나 소위 질르는 보컬을 지양하는 자세로 나가고 있다.
80년대 메탈에 대한 2000년대 임재범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라고 볼 수 있으나 80년대 임재범을 좋아했던 사람들은 좀 많이 아쉬울 대목이다.
"Sixth chapter"는 환경과의 공존을 다룬 노래이고, "Key"와 "사람과 사람들"은 삶에 대한 자세를 다뤘다.
Key는 의미 없이 다들 멍하니 살아가지 말고 진실된 의미를 찾으라는 내용이다.
특이하게 인도 악기 시타르를 사용하여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레드 제플린, 비틀즈, 신대철 등등 뮤지션들의 영혼은 인도에 자극을 많이 받는 모양이다.
사람과 사람들은 자기 생각만 하고 남들을 사랑할 줄 모르는 현대인들에게 경고하고 있다.
임재범이 앨범에서 이 세 곡만 작사를 직접 했는데, 그의 노래 "비상"의 가사처럼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서 혼자 방황하던 그가 이제 세상에 공존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머지 곡들은 주로 마이너 성향의 발라드로 구성돼 있다.
딱히 훌륭한 곡을 꼽지는 못하겠지만 역시 그의 보이스가 곡을 살린다. 한음 한음에 묻어 있는 그의 영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스타일이 변하여 락과 소울에 기반을 둔 그의 노래 스타일이 이제 락보다는 소울쪽으로 더 기울어져 절제된 대신에 더욱 깊은 떨림을 드러내고 있다.
조금 특이한 노래가 있다면 "백만 번째 환생"‘ 이다.
보사노바풍의 노래로 자기 자신도 매우 어색하다고 했는데, 역시 가왕(歌王)답게 멀끔하게 소화해낸다.
이 노래에서 힘을 뺀 임재범의 목소리는 JK김동욱과 비슷하게 들린다.
가장 대중적으로 인기 있을 것 같은 "安(안)"과 서브 타이틀로 정해진 "살아야지(이것은 뒤에 스트링을 없앤 간단한 피아노 버전이 하나 더 있다)"와 타이틀로 정해진 "새장을 열다"에서도 예의 그 빼어난 감정처리를 보여준다. 하지만 곡들이 "安"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이너 코드 진행을 따라서 분위기가 우울하여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지는 못 할 듯하다.
이 앨범에서는 하나의 희망과 하나의 안타까움이 있다.
하나의 희망은 이제 다시 임재범이 남이 써서 준 곡을 부르는 가수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음악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정말 생활비가 떨어져서 앨범을 낸 거 아니냐는 의혹을 저버리긴 힘든 4집을 지나 전곡을 임재범이 집적 작곡에 참여했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임재범은 과거에도 김도균, 신대철 등과 공동 작업으로 불후의 명곡 "Rock in Korea", "Same old story", "그대 앞에 난 촛불이어라" 등을 만들곤 했었는데 다시 그 감각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딱히 좋은 곡이 눈에 띄지 않는 다는 것이다. "Sixth Chapter"와 "새장을 열다" 같은 곡들이 괜찮긴 하지만 아직 무언가 2% 부족하다.
임재범의 보이스가 평범한 곡들도 명곡으로 만드는 비범한 능력을 지녔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좋은 앨범, 좋은 가수의 제 1요소는 좋은 곡임을 감안 했을 때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역시 임재범의 보이스 만으로도 이 앨범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토이의 객원 가수이자 실용음악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김연우는 "이 세상에 가수를 해선 안 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가수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래를 한다는 것은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능에다 엄청난 노력까지 갖추어 하는 일인데 요즘 나오는 가수들은 너무 그것을 쉽게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가수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나온 임재범의 앨범은 "노래를 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요즘 록계에서는 한창 왕년의 잘나가던 밴드들의 재결합이 유행이다. 주다스 프리스트며, 아이언 메이든, 엑소더스 등등. 단지 그가 노래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고맙지만 다시 한번 기타리스트 신대철 혹은 김도균과의 재결합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은 비단 나만의 바람이 아닐 것이다.
아무튼 아쉬운 대로 10월 30일 나는 그의 영혼을 직접 느끼기 위해 그의 솔로 데뷔 이후 첫 번째 콘서트 JB's Vanguard에 갈 것이다.
사실상 어린 본인으로서는 그를 실제로 볼 수 있는 첫 기회이기 때문에 벌써부터 가슴이 떨린다.
영혼을 담아 노래한다는 3인(전인권, 김현식, 임재범) 중에 김현식은 가고, 전인권의 목소리는 많이 퇴색했다. 사실상 마지막에 남은 Soul을 느끼고 싶으신 분이시라면 모두 그의 공연장으로 찾아가자.
(글 허건 출처 : 음악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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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이 : 바위샘의 글
2004년 임재범이 5집발표와 함께 본격적인 활동을 다시 시작했을 때
올드팬은 물론이고 락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기대는 대단했던 것 같다.
왜 아니겠는가~!?
전설의 락커가 돌아왔는데....
하지만 그들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복병이 있었다.
여기저기 라디오와 TV방송, 신문.잡지사와 인터뷰 하고,
TV 특집방송에도 여기저기 나오고....
다들 알다시피 임재범은 콘서트만 하라고 하면 큰 문제가 없었겠지만
방송에는 알레르기 수준임에도 계속 쉴틈없이 몰아부쳤다.
덕분에 락페.수예무.이금희의가요산책 등 많은 자료가 남았지만.....
사람은 누구나 무슨일을 하거나 적응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뽑아 먹을 수 있을 때 뽑아 먹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임재범은 그냥 상품이었을 뿐이었다.
그래서 임재범은 또 다시 주변을 맴돌 수밖에 없었다.
이제 우리는 안다.
임재범은 상품이 아니고 소리꾼이라는 것을.....
락이면 더 좋겠지만 아니면 또 어떤가..
단지 그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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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전 개인적으로 앨범 고해와 앨범 공존에 실린 곡들의 메세지들이 좋습니다
밤에는 공존, 아침을 열때는 3집이 제 일상패턴. 단, 그러다 마구 역주행도 하고 옆길로도 질주하고 그런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지난시절의 재범님~~^^
희님은 다 알진 모르지만
지금
재범님 소리를 들을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샘님의 수고로 귀한 자료를 보게 되고 하나씩 알아갈수 있네요~~ 감사합니다~~~^^
읽고 또 읽어봅니다
그리고 바위샘님의 글처럼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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