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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반야바라밀경_81. 구족품(具足品), 방편의 힘을 가지는 까닭에 보살도를 구족하다
거란본에는 조명품(照明品)으로 되어 있음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보살마하살이 6바라밀이나, 18공(空)ㆍ37조도법(助道法)과, 부처님의 10력ㆍ4무소외ㆍ4무애지ㆍ18불공법을 행하여 보살도를 구족하지 않으므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 없다면,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은 어찌하여야 보살도를 구족하여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는지요?”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가령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방편의 힘을 가지는 까닭에 단나바라밀을 행하되, 보시를 얻지 않고, 베푸는 자를 얻지 않고, 받는 자를 얻지 않지만, 또한 이 법을 멀리 떠나지도 않고서 단나바라밀을 행하는, 이것이 바로 보살도를 밝게 비추느니라.
이와 같이 수보리야, 보살은 방편의 힘을 가지는 까닭에 보살도를 구족하느니라. 구족하고 나서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느니라. 지계ㆍ인욕ㆍ정진ㆍ선정ㆍ지혜 내지 18불공법(不共法)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사리불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은 어떻게 반야바라밀을 익혀야 하는지요?”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가령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되, 방편의 힘을 가지는 까닭에, 물질을 파괴하지도 않고 물질에 따르지도 않느니라. 왜냐하면 이 물질의 성품은 없는 까닭에, 부수지도 않고 따르지도 않느니라. 나아가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행하되, 방편의 힘을 가지는 까닭에, 단나바라밀을 부수지도 않고 따르지도 않느니라. 왜냐하면 단나바라밀의 성품은 없기 때문이니라. 나아가 18불공법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가령 모든 법의 자기 성품에 부수고 따르는 것이 없다면, 보살마하살은 어떻게 모든 보살마하살이 배워야 할 곳인, 반야바라밀을 익혀야 하는지요?
왜냐하면 만일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배우지 않으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말한 것처럼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배우지 않으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 없으니, 방편의 힘을 떠나지 않는 까닭에 얻느니라.
사리불아, 가령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해서 하나의 법성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취하겠지만, 만일 얻을 수 없다면 무슨 취할 것이 있어서, 이른바,
‘이것은 반야바라밀이다. 이것은 선정[禪那]바라밀이다. 이것은 비리야바라밀이다. 이것은 찬제바라밀이다. 이것은 시라바라밀이다. 이것은 단나바라밀이다. 그리고 이것은 물질ㆍ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이고 나아가 이것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이다’라고 하겠느냐?
사리불아, 이 반야바라밀은 모양을 취할 수 없고, 나아가 일체 모든 부처님 법도 모양을 취할 수 없느니라.
사리불아, 이것을 취하지 않는 반야바라밀, 내지 불법(佛法)이라 부르느니라. 그러므로 보살마하살이 배워야 할 것이어서, 보살마하살이 이 가운데서 배울 때에, 배우는 모습을 또한 얻을 수가 없느니라. 하물며 어찌 반야바라밀과 불법ㆍ보살법ㆍ벽지불법ㆍ성문법ㆍ범부인(凡夫人)의 법이겠는가?
왜냐하면 사리불아, 모든 법에는 한 법이라도 성품을 지닌 것이 없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이 성품이 없는 모든 법에 무엇을, 범부인ㆍ수다원ㆍ사다함ㆍ아나함ㆍ아라한ㆍ벽지불ㆍ보살ㆍ부처님이라고 하겠는가?
만일 이 모든 성현이 없다면, 어찌 법이 있겠는가?
이러한 법을 아는 까닭에 분별하여,
‘이는 범부인이다. 수다원이다, 사다함이다, 아나함이다, 아라한이다, 벽지불이다, 보살이다, 부처님이다’라고 설하느니라.”
사리불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모든 법은 성품이 없고 실체가 없어서, 근본적으로 없다면, 어찌,
‘이는 범부의 사람이며, 나아가 이는 부처님이다’라고 아는 것인지요?”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범부인이 집착(住着)하는 곳인 물질에 성품이 있고 실체가 있더냐?”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단지 뒤바뀐 마음을 가진 까닭이니,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 내지, 18불공법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방편의 힘을 가지는 까닭에, 그리고 모든 법의 성품이 없고, 근본적으로 없는 것을 보는 까닭에,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느니라.”
사리불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방편의 힘을 가지는 까닭에, 그리고 모든 법의 성품이 없고, 근본적으로 없는 것을 보는 까닭에,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는 것인지요?”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모든 법의 근본을 보고, 그 가운데 머물러 물러나거나 게으른 마음을 일으키지 않느니라.
사리불아, 모든 법의 근본에는 실로 나가 없고, 무소유이어서 성품이 항상 공하다. 그러나 단지 뒤바뀐 어리석음에 의하여 중생은 5중ㆍ12처ㆍ18계에 집착하느니라.
이 보살마하살은 모든 법이 무소유이고 성품은 항상 공하여서, 자기 성품이 공임을 보는 때에야 비로소 반야바라밀을 행하고, 스스로 일어나서 환영을 짓는 자와 같이, 중생을 위하여 법을 설하느니라.
아끼는 자를 위해서는 보시의 법을 설하고,
파계(破戒)하는 자를 위해서는 지계의 법을 설하느니라.
화내는 자를 위해서는 인욕의 법을 설하고, 게
으른 자를 위해서는 정진의 법을 설하느니라.
산란한 자를 위해서는 선정의 법을 설하고,
어리석은 자를 위해서는 지혜의 법을 설하느니라.
중생으로 하여금 보시 내지 지혜에 머물게 하고, 그런 후에 성스러운 법을 설하여 괴로움에서 나오게 한다.
이러한 법을 가지는 까닭에, 수다원의 과위를 얻고, 나아가 아라한까지와, 또는 벽지불도 내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되느니라.”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은 이 중생이 무소유인 것을 알아 가르쳐서, 보시와 지계 내지 지혜가 있게 하고, 그런 후에 성스러운 법을 설하여 괴로움에서 나오게 합니다. 이러한 법을 지니는 까닭에, 수다원의 과위 내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얻을 바가 있는 허물이나 죄가 있을 수 없느니라.
왜냐하면 사리불아, 이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중생을 얻지 않고 단지 공이 법이 상속하는 까닭에, 중생이라고 할 뿐이기 때문이니라.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은 두 가지 진리[二諦] 가운데 머무르니, 중생을 위하여 세속의 진리와 제일의의 진리를 설하느니라.
사리불아, 두 가지 진리 가운데, 비록 중생을 얻을 수 없다고 해도,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행하되 방편의 힘을 지니는 까닭에, 중생을 위해서 설법하느니라. 중생이 이 법을 듣지만 현재의 나도 오히려 얻을 수 없는데, 하물며 어찌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및 소용되는 법을 얻을 수 있겠는가?
이와 같이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방편의 힘을 지니는 까닭에 중생을 위해서 설법하느니라.”
사리불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 보살마하살의 마음은 광대하고 법은 하나의 모습이니, 다른 모습 또는 차별의 모습으로써 얻을 것이 있을 수 없지만, 그러나 능히 이와 같이 큰 서원으로써 장엄합니다. 이 장엄을 지니는 까닭에, 욕계에 태어나지 않고, 색계에 태어나지 않고, 무색계에 태어나지 않고, 유위성을 보지 않고 무위성을 보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삼계 가운데서 중생을 제도하여 벗어나게 하지만, 또한 중생을 얻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중생은 매인 것도 아니고 벗어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중생이 매인 것도 아니고 벗어난 것도 아닌 까닭에, 다섯 갈래 윤회의 길을 분별하는 것도 없습니다.
다섯 갈래 윤회의 길을 분별하는 것이 없는 까닭에, 업이 없고 번뇌가 없습니다.
업이 없고 번뇌가 없는 까닭에, 결코 과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실로 이 과보를 지니는 까닭에, 삼계 가운데 태어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러하느니라. 그대가 말한 것처럼, 만일 중생이 앞에는 있다가 뒤에 없다면, 모든 부처님과 보살은 곧 허물이 있느니라. 모든 다섯 갈래 윤회의 길에서의 생사도 또한 그와 같아서, 만일 앞에는 있다가 뒤에 없다면, 모든 부처님과 보살은 허물이 있느니라.
사리불아, 부처님이 계시거나 부처님이 계시지 않거나, 모든 법의 모습은 항상 머물러서 다름이 없느니라. 이 법상 가운데는, 역시 나가 없고 중생이 없고 영혼이 없고, 나아가 아는 자 또는 보는 자가 없는데, 하물며 어찌 색, 또는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이 있겠는가?
만일 이 법이 없다면, 어찌 다섯 갈래 윤회의 길을 왕래하는 중생을 건져낸다는 곳이 있겠는가?
사리불아, 이 모든 법의 성품은 항상 공하다. 그러한 까닭에, 모든 보살마하살은 과거의 부처님께 의지하여 이 법상을 듣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키느니라. 이 가운데는, 내가 법을 얻는다는 것도 없고, 또한 중생의 결정된 집착의 장소도 없고, 법이 나올 수도 없는 것이니라. 다만 중생이 스스로 뒤바뀌어 집착할 따름이니라.
그러한 까닭에, 보살마하살은 큰 서원으로써 장엄하는 것을 일으키고, 항상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느니라. 이 보살은,
‘내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지 못할 것인가, 내가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인가?’라고 의심하지 않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 나서, 진실 된 법으로써 중생을 이익되게 하여, 뒤바뀜에서 나오게 하느니라.
사리불아, 비유하건대 마치 환영을 만드는 스승이 백천만억의 사람을 변화로써 만들어 내어, 모든 음식을 주어 배부르게 하고 기쁘게 한 뒤,
‘내가 큰 복을 얻었다’고 소리쳐서 말하게 하는 것과 같으니라.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가운데서 어떤 사람이 음식으로 배가 불렀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다. 사리불아, 보살마하살은 처음으로 뜻을 일으킨 때부터 줄곧, 6바라밀과, 4선ㆍ4무량심, 또는 4무색정, 또는 4념처, 또는 8성도분, 또는 14공(空), 또는 3해탈문, 또는 8배사(八背捨), 또는 9차제정, 또는 부처님의 10력 내지 18불공법을 행하고, 보살도를 구족하고, 중생의 이익을 성취하고 부처님의 국토를 정화하지만, 법으로써 제도할 중생은 없느니라.”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떠한 것이 보살마하살이 도이어서, 보살은 이 도를 행하여, 능히 중생의 이익을 성취하고 부처님의 국토를 정화하는 것인지요?”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은 처음으로 뜻을 일으킨 때부터 줄곧, 단나바라밀을 행하고, 시라바라밀ㆍ찬제바라밀ㆍ비리야바라밀ㆍ선나바라밀ㆍ반야바라밀을 행하고, 나아가 18불공법을 행하여, 중생의 이익을 성취하고 부처님의 국토를 정화하느니라.”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은 어떻게 단나바라밀을 행하며, 중생의 이익을 성취하는 것인지요?”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보살마하살은 단나바라밀을 행할 때에 스스로 보시하고, 또한 중생을 가르쳐서 보시하게 하고 이렇게 말하느니라.
‘모든 선남자들이여, 그대들은 보시에 집착하지 말라. 그대가 보시에 집착하는 까닭에 다시 몸을 받고, 다시 몸을 받는 까닭에 수많은 괴로움을 받는다.
모든 선남자들이여, 모든 법의 모습 가운데에, 베푸는 것도 없고, 베푸는 자도 없고, 받는 자도 없으니, 이 세 가지는 모두 성품이 공한 것이다. 이 성품이 공한 법은 취할 수 없으니, 취할 수 없는 모습은 곧 성품이 공한 것이다.’
이와 같이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단나바라밀을 행할 때에 중생에게 보시하지만, 이 가운데서 보시를 얻지 않고, 베푸는 자를 얻지 않고, 받는 자를 얻지 않느니라. 왜냐하면 얻을 수가 없는 바라밀을 일컬어, 단나바라밀이라고 하기 때문이니라. 이 보살은 이 세 가지 법을 얻지 않는 까닭에, 능히 중생을 가르쳐서 수다원의 과위를 얻게 하고, 나아가 아라한의 과위ㆍ벽지불도ㆍ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하느니라.
그와 같이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단나바라밀을 행할 때에, 중생의 이익을 성취하느니라. 이 보살은 스스로 보시를 행하고, 타인을 가르쳐서 보시를 행하게 하며, 보시의 법을 찬탄하고, 보시를 행하는 자를 환희하고 찬탄하느니라.
이 보살은 그와 같이 보시하고 나서, 큰 가문의 왕족ㆍ큰 가문의 바라문ㆍ큰 집의 거사로 태어나고, 혹은 소왕이나 전륜성왕이 되느니라.
이때 네 가지 일로써 중생을 섭수하니, 무엇을 넷이라 하는가?
보시와 부드러운 말과 도움이 되는 행동과 협력하는 일이니라.
이러한 네 가지 일로 중생을 섭수한다. 그런 뒤 중생을 점진적으로, 4선ㆍ4무량심ㆍ4무색정ㆍ4념처 내지 8성도분, 또는 공ㆍ무상ㆍ무작의 삼매에 머물러, 바른 지위 가운데에 들게 하느니라.
그리고 수다원의 과위를 얻고, 마침내는 아라한의 과위를 얻게 하고, 혹은 벽지불도를 얻게 하고, 또한 가르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하고, 이렇게 말하느니라.
‘모든 선남자들이여, 그대들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켜야 하니, 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얻기가 쉬운 것이다. 왜냐하면 정해진 법으로서 중생이 집착할 곳이 없는데, 단지 뒤바뀜에 의하여 중생이 집착할 뿐이다. 그러한 까닭에, 그대들은 스스로도 생사로부터 떠나고, 또한 타인을 가르쳐서 생사로부터 떠나게 해야 하며, 그대들은 마음을 일으켜서 능히 스스로도 이익되게 하고, 또한 타인도 이익되게 해야 한다.’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그와 같이 단나바라밀을 행해야 하니, 이 단나바라밀을 행하는 인연에 의하여, 초발의 때부터 줄곧 악도에는 결코 떨어지지 않고, 항상 전륜성왕이 되느니라.
왜냐하면 그 심은 바에 따라서 큰 과보를 얻기 때문이니라. 이 보살은 전륜성왕이 되었을 때에, 구걸하는 사람이 있음을 보고는 이렇게 생각하느니라.
‘나는 다른 일을 위하여 전륜성왕의 과보를 받은 것이 아니고, 단지 온갖 중생들을 이익되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했을 뿐이다.’
그리하여 그때에 이렇게 말하느니라.
‘이것은 그대의 물건이니 어려워하지 말고, 그대 스스로 이것을 가져라. 나는 아까울 것이 없다. 나는 중생을 위하여 생사를 받았을 뿐이니 그대들을 불쌍히 여기기 때문이다.’
큰 슬픔을 구족하고 이 큰 슬픔을 행하여 중생을 이익되게 하지만, 또한 실로 정해진 중생의 모습을 얻지 않느니라. 단지 임시의 이름만이 있는 까닭에 이 중생을 말하지만, 이 이름도 또한 공이어서, 메아리의 소리처럼 참다운 모습을 설할 수는 없느니라.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이 단나바라밀을 행하니, 중생 가운데서 아끼는 바가 없느니라. 나아가 자신의 몸까지도 아끼지 않으니, 하물며 어찌 밖의 물건이겠느냐. 그러한 법을 지니는 까닭에,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생사로부터 벗어나게 하느니라.
어떠한 것을 그러한 법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단나바라밀ㆍ시라바라밀ㆍ찬제바라밀ㆍ비리야바라밀ㆍ선나바라밀ㆍ반야바라밀 내지, 18불공법으로써, 중생으로 하여금 생사 속에서 벗어나도록 하느니라.
또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단나바라밀 가운데 머물러 보시하고 나서, 이렇게 말하느니라.
‘모든 선남자들이여, 그대들은 어서 와서 계를 지켜라. 내 그대들에게 모두를 주어 모자람이 없게 할 것이다. 의복, 또는 침구 내지 생활필수품 모두를 그대에게 줄 것이다. 그대들이 부족한 것이 있어서 계를 어기니, 내 그대가 필요로 하는 음식 내지, 일곱 가지 보배를 주어 모자람이 없게 할 것이다.
그대들은 이 계율의 위의(威儀) 가운데 머물러, 차츰 괴로움을 없애고, 성문승, 또는 벽지불승ㆍ불승의 3승을 타고 제도와 해탈을 얻어야 할 것이다.’
또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 가운데 머물러, 만일 중생이 화내는 것을 보면, 이렇게 말하느니라.
‘모든 선남자들이여, 그대들은 무슨 인연으로 화를 내는가?
내 그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알아야 하니, 그대들이 원하는 바를 나에게서 가져가라. 필요한 모든 것을 주어, 그대들로 하여금 음식, 또는 의복 내지, 생활필수품 그 모두를 모자람이 없게 할 것이다.’
이 보살은 단나바라밀 가운데 머물러 중생을 가르쳐서 인욕하게 하고, 이렇게 말하느니라.
‘온갖 법 가운데에 견실한 것은 없다. 그대들이 화내게 된 그 인연은 공이어서, 견실함이 없고, 모두 허망한 생각에서 일어난 것이다. 그대들은 근본적으로 없는 것을 가지고, 화내고 마음을 부수고 저주하고 욕하고, 칼이나 지팡이로 서로 때려서 목숨을 해치는 데에 이른다
그대들은 이 허망한 법으로써 화내지 말아야 하니, 화내는 까닭에, 지옥ㆍ축생ㆍ아귀 가운데나 다른 악도에 떨어져, 한량없는 괴로움을 받는다. 그대들은 이 허망하고 실체가 없는 모든 법에 의하여 죄업을 짓지 말도록 하라. 이 죄업으로 인하여 역시 사람 몸조차도 얻지 못하니, 하물며 어찌 부처님의 세상에 날 수 있겠는가?
어떤 사람이나 부처님 세상 만나기도 어렵고, 사람 몸 받기도 어려우니, 그대들은 절호의 시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 만일 절호의 시기를 잃으면, 구제되지 못할 것이다.’
이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이 중생을 교화하여, 스스로도 인욕을 행하고 또한 타인을 가르쳐서 인욕을 행하게 하고, 인욕의 법을 찬탄하고 인욕을 행하는 자를 환희하고 찬탄하느니라. 이 보살은 중생으로 하여금 인욕 가운데 머물게 하고, 차츰 3승으로서 모든 괴로움을 멸진하도록 하느니라. 그와 같이 보살마하살은 단나바라밀에 머물러서, 중생으로 하여금 인욕에 머물게 하느니라.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어떻게 단나바라밀에 머물러, 중생으로 하여금 정진하게 하는가?
수보리야, 보살은 중생이 나태한 것을 보고 말하느니라.
‘그대들은 무슨 까닭에 나태한 것인가?’
이에 중생이 말하기를,
‘인연이 적은 까닭입니다’라고 하느니라.
이 보살은 단나바라밀을 행할 때에, 모든 사람에게 말하느니라.
‘내 그대로 하여금 인연을 구족하게 할 것이다. 보시ㆍ지계ㆍ인욕 등의 이러한 인연을 그대로 하여금 구족하게 할 것이다.’
이 중생은 보살의 이익되게 하는 인연을 얻은 까닭에, 몸의 정진을 하고, 말의 정진을 하고, 마음의 정진을 하느니라. 몸의 정진, 또는 말의 정진, 또는 마음의 정진을 하는 까닭에, 일체의 선한 법을 구족하고, 성스러운 번뇌가 없는 법을 닦느니라. 성스러운 번뇌가 없는 법을 닦는 까닭에, 반드시 수다원의 과위 내지 아라한의 과위, 또는 벽지불도를 얻고, 혹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느니라.
이와 같이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단나바라밀을 행할 때에, 비리야바라밀에 머물러서 중생을 섭수하느니라.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어떻게 단나바라밀을 행할 때에, 중생을 교화하여 선나바라밀을 닦게 하는가?”
다시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중생의 산란한 마음을 보고 말하기를, 곧,
‘그대들은 선정을 닦아야 한다’라고 하느니라.
이에 중생은,
‘우리들은 아직 인연을 구족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하느니라.
다시 보살은 말하느니라.
‘내 그대들을 위하여 인연이 되게 할 것이다. 이 인연으로써, 그대들은 마음을 거친 생각과 미세한 생각에 따르지 않게 하고, 마음을 산란하지 않게 하라.’
중생은 이러한 인연을 지니는 까닭에, 거친 생각과 미세한 생각을 끊어, 초선ㆍ2선ㆍ3선ㆍ4선에 들고, 자ㆍ비ㆍ희ㆍ사를 행하며, 중생은 이 선정과 무량심을 인연으로 하여, 능히 4념처 내지 8성도분을 닦느니라.
이처럼 37조도법을 닦을 때에 차츰 3승에 들고 반열반에 들어 결코 도를 잃지 않느니라.
이와 같이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단나바라밀을 행할 때에, 단나바라밀로써 중생을 섭수하고 반야바라밀로 중생을 섭수하는가?
수보리야, 보살은 중생이 어리석어 지혜가 없는 것을 보고는, 묻기를,
‘그대들은 무슨 까닭에 지혜를 닦지 않는 것인가?’라고 하면,
이에 중생은
‘인연을 아직 구족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하느니라.
보살은 다시 단나바라밀 가운데 머물러 이렇게 말하느니라.
‘그대들이 필요한 지혜를 구족하고자 한다면, 나에게서 그것을 가져가라. 이른바 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ㆍ선정의 인연을 구족하고 나서, 그대들은 사유하라. 반야바라밀을 사유할 때에 얻을 법이 있는가?
나 또는 중생, 혹은 영혼 내지 아는 자, 또는 보는 자에 얻을 것이 있는가?
색과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 혹은 욕계, 또는 색계, 또는 무색계, 혹은 6바라밀, 또는 37조도법, 혹은 수다원의 과위ㆍ사다함ㆍ아나함ㆍ아라한의 과위ㆍ벽지불도, 혹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 있는가?’
이 중생은 그와 같이 사유할 때에, 반야바라밀 가운데 있어서, 법에 얻을 수 있고 집착할 곳이 있을 수 없느니라. 만일 모든 법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이때에 법에 생함이 있고 멸함이 있으며, 더러움이 있고 청정함이 있다고 보지 않느니라.
또는, ‘이것은 지옥ㆍ축생ㆍ아귀ㆍ아수라ㆍ천상ㆍ인간이며, 이것은 지계이다. 이것은 파계이다. 이것은 수다원ㆍ사다함이며, 이것은 아나함ㆍ아라한ㆍ벽지불ㆍ부처님이다’라고 분별하지 않느니라.
이와 같이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단나바라밀을 행할 때에, 반야바라밀로써 중생을 섭수하느니라.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어떻게 단나바라밀에 머물러서, 시라바라밀ㆍ찬제바라밀ㆍ비리야바라밀ㆍ선나바라밀ㆍ반야바라밀 내지 37조도법으로 중생을 섭수하는가?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단나바라밀 가운데 머물러, 공양구(供養具)로써 중생을 이익되게 하느니라. 이러한 이익을 인연으로, 중생은 능히, 4념처ㆍ4정근ㆍ4여의족ㆍ5근ㆍ5력ㆍ7각지ㆍ8성도분을 닦으니, 중생은 이 37조도법을 행하여 생사 가운데서 해탈을 얻느니라.
이와 같이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성스러운 무루(無漏)의 법으로써 중생을 섭수하느니라.
또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중생을 교화할 때에, 이와 같이 말하느니라.
‘모든 선남자들이여, 그대들은 나에게서, 필요한 음식ㆍ의복ㆍ침구ㆍ향ㆍ꽃 내지 7보를 모두 가져가라. 그대들은 이 물건으로 중생들을 거두고, 그대들도 이익되고 안락해야 하니, 이 물건이 자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마라. 나는 기나긴 세월에 걸쳐 중생을 위해서 이 모든 물건을 모았으니, 그대들은 이 물건을 자신의 물건과 다름이 없다고 여기고 가져가라.
그리고 중생을 교화하여, 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ㆍ선정ㆍ지혜를 행하게 하고, 나아가 37조도법, 또는 부처님의 10력 내지 18불공법을 얻게 하고, 또한 모든 무루의 법인, 이른바 수다원 내지 아라한의 과위, 또는 벽지불, 또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하라.’
이와 같이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단나바라밀을 행할 때에, 이와 같이 중생을 교화하여 3악도 및 일체의 생사에 왕래하는 괴로움을 떠나게 해야 하느니라.
또 수보리야, 보살마하살은 시라바라밀에 머물러서 중생을 교화하고, 이렇게 말하느니라.
‘중생이여, 그대들은 무슨 인연이 적은 까닭에 파계하는가?
내 그대를 위한 인연으로서, 보시 내지 지혜, 그리고 모든 필요한 생활필수품을 다 갖추게 할 것이다.’
이 보살마하살은 시라바라밀에 머물러서 중생을 이익되게 하고, 10선도를 행하고 10불선도를 멀리 떠나게 하느니라. 이 모든 중생의 온갖 계를 지켜서 파계하지 않고, 계를 결함이 없게 하고, 계를 더럽히지 않도록 하고, 계를 섞이지 않게 하고, 계를 집착하지 않아서, 점진적으로 3승으로서 괴로움을 다하게 하느니라.
시라바라밀을 머리로 하여 단나바라밀에 설한 것처럼, 나머지 바라밀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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