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집백연경 제9권
9. 성문품(聲聞品)
82) 수만꽃 옷[須曼花衣]을 입은 채 출생한 인연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시었다.
당시 성중에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재보를 지닌 장자가 있었다. 그가 어떤 문벌 좋은 집의 딸을 골라 부인으로 맞이하여 온갖 기악(伎樂)을 즐겨 오다가, 그 부인이 임신하여 열 달 만에 아들아이를 낳으니, 그 용모가 단정하고 뛰어나며 미묘한 동시에 수만꽃 옷을 입은 채 출생하였다.
이에 상사(相師)를 불러 아이의 상을 보게 하였더니, 상사가 상을 보고 나서 부모에게 물었다.
“이 아이가 출생할 때 어떤 상서로운 모습이 있었습니까?”
그 부모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아이의 온몸이 수만꽃 옷에 싸여 출생하였으므로 이름을 수만나(須曼那)라 하였소.”
그 뒤 아이의 성품이 더욱 어질고 부드러우며 인자하고 효성스러웠으며, 아이가 점점 장대함에 따라 꽃옷도 몸에 알맞게 커졌다.
부모가 아이를 사랑스럽게 생각하여 아나율(阿那律)에게 데리고 가서 사미(沙彌)를 만들어 좌선(坐禪)을 가르치게 했더니, 오래지 않아 아라한과를 얻고 3명(明)ㆍ6통(通)ㆍ8해탈(解脫)을 구족하여 온 천상과 세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게 되었다.
그때 아나율이 아이 사미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너는 지금 저 발제강[拔提河] 가에 가서 깨끗한 물을 가지고 오너라.”
사미가 명령을 받은 즉시 강가에 가서 병(甁)에 물을 가득 넣어 허공으로 던진 다음 곧 뒤를 따라 날아올랐다.
이때 여러 비구들이 이 사미를 보고 나서 전에 없었던 일이라고 감탄한 끝에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수만나 사미는 전생에 어떤 복을 심었기에 수만꽃 옷을 입은 채 큰 부호의 집에 태어났으며, 또 무슨 인연으로 출가한 지 오래지 않아 곧 아라한과를 얻었나이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과거세 91겁 때 이 바라내국에 비바시(毘婆尸)부처님이 출현하시어 두루 교화를 마치고 열반에 드시자, 그때 범마달다(梵摩達多)라는 국왕이 저 부처님의 사리를 거둬서 4보탑(寶塔)을 만들어 공양하였다.
때마침 어떤 동자가 그 탑을 보고 환희심을 내어서 곧 출가했으나 나이가 늙어지자 아무런 얻은 것이 없음을 깊이 자책하여 수만꽃을 사서 실에 꿰어서 탑 위를 두루 덮은 뒤 발원하고 떠났다.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91겁 동안 지옥ㆍ아귀ㆍ축생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수만꽃 옷을 입은 채 천상과 인간으로 태어나 하늘의 쾌락을 받아 왔으며, 이제 또 나를 만나 출가 득도하게 된 것이니라.”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