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 오류는 확률을 오해해서 생긴다는 반박이 나올까봐 우리는 확률 판단이 필요한 문제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문제에서는 사건이 말로 표현되지 않고, '확률'이라는 단어도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흔히 보는 육면체 주사위에 네 면을 녹색, 두 면은 빨간색이 칠해졋다고 말해주었다.
이 주사위를 20번 던진다. 참가자들에게 녹생(녹)과 발간색(빨)이 섞여 나열된 열을 세 개 보여주고 하나를 고르게 했다.
주사위를 던져, 이들이 고른 열이 실제로 나타나면 25달러를 딴다(고 가정했다.).
세 개 열은 다음과 같다.
1. 빨녹빨빨빨
2. 녹빨녹빨빨빨
3. 녹빨빨빨빨빨
주사위는 빨간색 면보다 녹색 면이 두 배 많기 때문에, 1번은 대표성이 적다.
마치 린다가 은행 창구 직원이라는 것처럼, 2번은 주사위를 여섯 번 던진 경우인데,
논ㄱ색이 두 번 들어 있기 때문에 해당 주사위와 더 잘 어울린다.
그런데 2번은 1번 맨 앞에 녹색을 하나 추가한 것이라 1번보다 발생 가능성이 적다.
'린다는 여성 운동을 하는은행 창구직원'을 말이 아닌 기호로 표사한 것과 같다.
이 경우도 린다 연구에서처럼 대표성이 지배해서,
응답자의 약 3분의 2가 1번이 아닌 2번에 내기를 걸었다.
그러나 두 가지 선택을 옹호하는주장을 각각 들려주면,
대다수가 둘 중 옳은 주장(1번을 옹호하는주장)을 더욱 설득력 있다고 생각했다.
획기적인 발견은 다음 문제에서 나왔다.
결합 오류가 크게 줄어드는 조건을 드디어 찾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똑같은 문제를 실험 참가자 두 집단에게 약간 다른 형태로 보여주었다.
예문 1 | 예문2 |
브리티시컬럼비아의 모든 연령대와 모든 직업군에서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건강에 관한 설문 조사를 실시 했다. 아래 질문의 답을 최대한 정확히 추정해보라
*조사 대상 남성 가운데 심장미비를 1회 이상 경험한 사람은 몇 퍼센트겠는가? *조사대상 남성 가운데 55세가 넘고 심장 마비를 1회 이상ㅇ 경험한 사람은 몇 퍼센트겠는가? | 브리티시컬럼비아의 모든 연령대와 모든 직업군에서 성인 남성 100명을 대상으로 건강에 관한 설문조사 를 실시했다. 아래 질문의 답을 최대한 정확히 추정해보라
*조사 대상 100명 가운데 심장마비를 1회이상 경험한 사람은 몇 명이겠는가? *조사 대상 100 명 가운데 55세가 넘고 심장마비를 1회이상 경험한 사람은 몇 명이겠는가? |
왼쪽 문제를 받느 집단에서는 올가 65퍼센트 나왔고,
올느쪽 문제를 받는 집단에서는 오류가 25퍼센트에 그쳤다.
'조사 대상 100명 가운데(....) 몇 명인가?' 라는 질문이
'조사 대상 남성 가운데(....) 몇 퍼센트인가?'보다 훨씬 더 쉬운 이유는 무엇일까?
100명이라는 표현이 머릿속에 공간 개념을 만들었다고 설명해볼 수도 있겠다.
한 방에 모인 많은 사람에게 스스로 부류를 나누라는 지시를 내린다고 상상해보자,
'이름 첫 글자가 A부터 L에 속하는 사람들은 방 앞쪽 왼편 구석에 모일 것'
그런다음 그들에게 또다시 부류를 나누라고 지시한다.
이런 식으로 하면 포함관계가 분명해진다.
이름이 C로 시작하는 사람들은 앞쪽 왼편 구석에 모인 사람들의 부분집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의학적 설문 조사에서,
방 한쪽 구석에 모인 심장마비를 경험한 사람들 중 55세가 안 된 사람들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머릿속에 이런 특정한 그림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후 많은 실험에서 이처럼 횟수나 개수 또는 인원수 등으 표시하는 '빈도 표기'는
한 집단이 다른 집단에 완전히 포함될 때 그것을 쉽게 알아보게 한다는 사실이 밝혀졋다.
그러니까 '몇명이겠는가?라는 표현은 개인을 생각나게 하지만,
'몇 퍼센트겠는가?'라는 표현은 그렇치 않다는 것이 이 수수깨끼의 답으로 보인다.
이 연구에서 우리가 알아낸 시스템2의 작동 원리는 무엇이었을까?
새로울 것은 없지만, 한 가지 결론은 시스템2는 경계심이 신통치 않다는 것이다.
결합 오류 연구에 참가한 학부생과 대학원생 들은 벤다이어그램 논리를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관련 정보가 코앞에 있을 때조차 그 논리를 적용하지않았다.
적은 게 많은 것이라는 부조리는 크리스토퍼 시의 그릇 연구에서도 뻔히 드러났고
'몇 명이겠는가?' 문제에서도 쉽게 알 수 있었지만,
린다 문제나 그와 비슷한 다른 문제에서 결합 오류를 드러낸 사람들 수천 명에게는
그 부조리다 뻔해 보이지 않았다.
결합은 그럴듯해 보였고, 시스켐 2의 승인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시스켐2의 게으름도 이 상황에 한몫한다.
만약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이 문제를 맞혀야 방학을 얻을 수 있다거나,
문제 풀이에 무한정 시간을 주고 논리적으로 충분히 생각한 뒤에 확신이 들때 답을 하라고 했다면,
아마 대부분이 결합오류를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 방학이 걸린 것도 아니고, 문제 풀이 시간도 촉박해서,
마치 '의견을 말해보시오'라는 질문을 받은 것처럼 대답하고 만족해했다.
시스템 2의 게으름은 삶에 나타나는 엄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대표성은 명백한 논리 규칙마저 차단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다소 흥미롭다.
린다 이야기에는 깨진 그릇 연구와 대비되는 놀라운 점이 있다.
두 문제는 구조가 같은데도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
그릇 세트에 깨진 그릇이 들어 있을때 사람들은 그 세트에 매우 낮은 가격을 매긴다.
직관 규칙을 반영한 행동이다.
반면에 두 세트를 한꺼번에 본 사람들은 그릇이 많은 데트가 더 가치 있을 수 있다는 논리 규칙을 적용한다.
직관은 피험자 간 조건에서 판단을 지배하고, 논리 규칙은 공동평가에서 판단을 지배한다.
그에 반해, 린다 문제에서는 공동평가에서도 종종 직관이 논리를 앞선다.
조건에 따라 논리가 앞설 때도 물론 있지만,
아모스와 나는 확률 논리가 명백한 문제에서도
확률을 대담하게 무시해버리는 현상이 흥미로워
동료에게 보고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연구 결과는 판단 어림짐작에 관한 우리 주장에 더욱 힘으 실어주었 뿐 아니라
우리 주장에 의심을 픔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그건 큰 오산이었다. 린다 문제는 논쟁 방식에서 하나의 사례연구가 되었다.
린다 문제는 크게 주목받았지만, 판단을 이해하는 우리 방식을 비판하는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가 이미 했던 대로, 다른 사람들도 문제제시 방식과 힌트를 적절히 조합해 오류를 줄이는방법을 찾아냇다.
그중에는 린다문제와 관련해, 사람들이 '학률'이라는단어를
'그럴듯함'으로 이해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때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우리가 시도한 새로운 연구가 통째로 잘못되었다고도 주장했다.
한 가지 두드러진 인지 착각이 약해지거나 해명될 수 있다면,
다른 착각이나 오류도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이런 추론은 직관과 논리가 충돌할 때 나타나는 결합 오류만의 특징을 무시한다.
피험자 간 실험(린다 연구 등)에서 나타난 어림짐작의 증거로
우리가 체계적으로 제시한 것들은 반박되지 않았다. 반박은 커녕 아예 다뤄지지 않았으며,
결합 오류에만 비판이 집중된 탓에 우리가 제시한 증거의 중요성이 축소됐다.
린다 문제의 순 효과라면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 연구의 인지도가 높아졋고,
이 분야 학자들 사이에서는 우리 연구 방식의 신뢰성이 다소 훼손되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였다.
법정에 들어가볼 기회가 있다면, 변호사가 상대를 비난하는유형에는 두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 주장을 부정하기 위해,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에 이의를 제기하는 방법,
그리고 목격자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목격자 증언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을 집중 공격하는 방법이다.
취약한 부분을 집중 공격하는 방식은 정치 토론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나는 그것이 과학 논쟁에 적절치 않다고 생각하지만,
사회과학의 토론 규범에서는
정치판을 닮은 논쟁 방식도 막지 말아야 한다는 엄연한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특히 중대한 사안이 걸린 문제라면 더욱 그러하고,
인간의 판단에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편향은 중대한 사안이 분명하다.
여러 해 전에
린다 문제를 꾸준히 비판해온 랄프 헤르트비히(Ralph Hertwig)와 가벼운 대화를 나눈 적이있다.
이견을 좁히려고 그와 공동 작업도 해보았지만 허사로 끝났었다.
나는 그에게, 우리 입장을 강력히 뒷받침하는 여러 실험 결과는 다 놔두고
왜 다들 결합 오류만 파고드냐고 물었다.
그는 씩 웃으며 "그게 더 재미있잖아요"라고 말하더니,
린다 문제가 관심을 한 몸에 받았으니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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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게 많은 것이다'와 관련한 말들
"그들은 아주 복잡한 시나리오를 짜놓고는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우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 시나리오는 단지 그럴듯할 뿐이다."
"비씬 제품에 값싼 사은품을 붙여 오히려 상픔 가치를 떨어뜨렸다.
이 경우야함로 적은 게 많은 것이다."
"대개는 직접 비교하면 더 신중하고 더 논리적이된다. 하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때는 정답이 코앞 있어도 직관이 논리를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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