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수화(山水畵)의 대가 대탁(旲卓) 한진만 교수
2023-11-17 오후 12:51:09마포타임즈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mapodes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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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만 작품_천산(天山)의 후예(後裔)
서양의 회화사는 인물사를 중심으로 발전하였고 동양의 회화사는 산수화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사의화(寫意畵), 사의화란 ‘뜻을 담아낸 그림’, ‘마음을 담아낸 그림’을 지칭하는 말로 동아시아의 문인화(文人畵) 전통에 있어서 목표이며 지향이기도 했다. 대탁(旲卓) 한진만(韓陳滿)는 이처럼 형태가 아닌 뜻을 그려낸 사의화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그의 작품을 어떤 면에서 사의화로써 형상이 아닌 정신세계와 마음 속의 이상향의 산수화를 그리고 있다.
그간 대탁은 금강산, 백두산, 히말라야를 비롯한 수많은 장소를 답사, 체험했으며 눈으로 바라본 이곳들의 풍경을 마음으로 걸러 화폭에 담아냈다. 그 결과 실경(實景)의 시각적 특징을 지니면서도 작가의 정서가 투영된 산수화의 완성을 보게 되었다. 일찌감치 대탁의 목표는 바라본 경치를 눈에 보이는 그대로 묘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산과 물의 본질, 자연의 내면을 그려내는 데에 있었다. 그는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의 장소들이 결코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되었고, 여러 장소들의 지형과 그곳으로부터 느껴지는 감흥이 하나 된 작품을 탄생시켰다. 바로 작가 스스로 일컫는 ‘지구산수화(地球山水畵)’ 이다. 과거 작품에서는 실경의 지리적 특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근작에서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가 화면을 압도한다. 이는 외적 현상보다 내적 본질을 중시한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대탁의 근작은 이전과는 다른 몇 가지 새로운 조형적 요소를 선보인다. 우선 한층 맑아진 먹색과 편안한 필법(筆法)이 주목된다. 비수(肥瘦)의 차이가 큰, 짙은 먹의 선으로 격렬한 뉘앙스의 산을 그렸던 이전에 비해 맑고 밝은 먹과 차분하면서도 힘 있는 선으로 자연을 그려냈다. 연한 회색의 먹에서부터 짙은 검은색의 먹에 이르기까지 은은하면서도 층차가 큰 먹색이 화면을 수놓는다. 또한 점, 선, 면의 경계가 모호한 변화무쌍한 필묵법이 그림을 더욱 다채롭게 한다. 대탁은 이러한 표현방식에 맞추어 이전보다 훨씬 여백의 미중을 크게 함으로써 시각적 조화를 얻었다.
자연 속 인물의 등장도 주목해야 한다. 과거 대탁의 작품은 자연의 묘사가 대종을 이루었으며, 점경인물(點景人物)조차 거의 그려지지 않았다. 반면 근작에서는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말을 타고 공중을 달리는 인물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먹과 호분의 실루엣으로 간결하게 그려진 듯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람과 말 특유의 형태적 특징과 움직일 듯한 운동감이 여실히 반영이 되어 있다. 이들의 존재는 자연의 본질을 느끼고 화폭에 구현해 온 작가가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자연과 하나가 되려는, 혹은 하나가 된 모습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즉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된 '천인합일(天人合一) 자연 속을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니는 그림 속의 인물들은 이러한 작가의 심상(心象)의 투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림을 바라보는 관람자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러한 면에서 그림 속 인물이 등장하게 된 것은 의미가 크다.
<작가노트에서>
벗에게!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넌 내게 큰 힘이 되었어.
지금도 내 작품에 변화가 요구되기에 글로 전해 본다.
내가 새로운 작품을 시도할 때 이전에 전시 작품들 중 말없이 내게 전해 주는 것들이 있었어.
즉, 형상(形象)과 여백(餘白) 리듬과 조화(造和) 그리고 수묵(水墨)의 농담(濃淡)과 선(線)의 강약(强弱) 등……
이외에도 내 작품의 독창성이나 창의성 등에 관해……
습작(習作)하기 전에 이러한 단어들이 화두(話頭)가 되어 내 마음에서 날아다녀.
무엇을 하든 간에 문득 이들을 떠 올리면 황홀경에 젖기도 해.
간혹 이러한 황홀경이 필묵(筆墨)이 없이 생각대로 표현하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어.
그러다가 이러한 기분을 표현하고 싶은 기운(氣韻)이 스며들면 의식적으로 운필(運筆)을 하다가 몰입(沒入)되기 시작하면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내 자신도 없는 무념(無念)의 상태가 되어 육체는 물론 정신도 사라져.
어느 순간 다시 의식이 돌아오면 어느 곳을 더 그릴까 하여 욕심을 갖고 그리려 하면 눈 앞이 막막해 질 때가 있어. 그러면 붓을 내려놔야 돼.
욕심을 갖고 더 그릴 경우 그 작품은 상하게 될 때가 많아.
묵색(墨色)이 탁(濁)하게 되고 작품의 격(格)이 떨어짐을 느끼는 순간 한숨이 나와.
그러나 간혹 마음에 희열을 느끼게 하는 작품을 대할 때가 있어.
그땐 마치 내 작품 같지 않어.
이러한 작품은 내가 작품을 할 때 몰입되었을 때 제작한 것일 거야.
전시 작품들은 금강산(金剛山)과 히말라야Himalaya에서 사생(寫生)한 것들을 천산화(天山化)하려는 화두를 안고, 한때 몽골에서 야생마와 초원을 달리면서 그냥 이대로 사라져도 좋을 것 같았던 여운(餘韻)과 한국의 산하(山河)를 천산화(天山化)한 것들이야.
작품이 내게 말 없이 무엇인가 전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어.
진정한 나의 벗이여!
오랜만에 가을 하늘 아래 붉게 물든 낙엽을 밟으며 심오한 작품관을 논해 보고 싶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조언을 해 준다면 올 가을이 더욱 풍성해질 것 같다.
근작에서 작가는 검붉은 빛을 띠고 윤이 나는 등, 독특한 시각성을 지니고 있지만 다루기가 까다로운 옻칠을 이용한 작품을 다수 그렸다. 특히 옻칠로 묘사된 배경을 특정한 형상이 없이 연기 혹은 기운처럼 약동한다. 이는 그간 그려온 다양한 자연의 모습을 작가가 더욱 추출, 요약한 결과물로 느껴진다. 고정불변의 형상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자연이지만 사실 이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 가운데 한순간의 한 단면에 불과하며, 이러한 측면에서 변화하는 것 차체가 자연의 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옻칠로 그려낸 대탁 작품의 부정형의 자연은 바로 이러한 면의 반영이라 생각된다.
또한 이는 그의 다른 작품에도 깔려있는 중요한 주제 의식이라 할 수 있다.
대탁(贍卓) 한진만은 “산수화(山水畵)의 묵색(墨色)은 신묘(神妙)하게 필(筆)은 정교하게 그려야 하고 묵색(墨色)도 중요하지만 필선(筆線)의 맛이 있어야 한다. 동양의 산수화(山水畵)는 자연(自然)과 합일(合一)을 목포로 하기 때문에 이동시점으로 그려야만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이어 “산수화(山水畵)는 내면의 생각을 자연(自然)의 풍경을 통해서 깨달음으로써 자연스러운 자연경(自然景)이 자연스럽게 창출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김선일 한국화가
◆한국화가 한진만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
· 개인전: 2013 홍익대 현대미술관, 2012 선화랑, 2011 갤러리그림손 외 다수
· 단체전: 2014 Ⅰ A&C Art Festival 2014 Ⅰ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010 Ⅰ 2010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Ⅰ 대학원 교수작품전 Ⅰ,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Ⅰ 서울, 2009 한국화의 현대적변용 예술의전당 외 다수
· 수상: 1977 Ⅰ 국전 입선, 1981 Ⅰ 중앙미술대전 Ⅰ 장려상, 1982 Ⅰ 동아미술제 Ⅰ 동아미술상
· 한성대 Ⅰ 교수, 홍익대 Ⅰ 교육방송국장 등 역임
· 현 홍익대 교수·박물관장, 현 홍익대 동양화과 교수, 현 홍익대 미술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