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 좀 빌려도고
-이종암
간밤 숙취 풀려고 간 물곰식당에서
방귀 뀌어도 되는가 내가 물었는지
자리에 앉던 그녀가 방귀를 꼈는지
기억은 분명치 않는데 갑자기 그녀
웃었다 연거푸 까르르 까르르
구룡포 해안 초소 소대장 남편 최규철
며칠 만에 집에 온 거라 부엌도 없는
부엌에서 차린 저녁상 조심조심
내려놓다가 그만 새어 나오는 방귀
뽀옹, 그 소리를
남편은 자기 부르는 줄만 알고서
응, 왜 그래?
그 물음에 그녀 참고 참아도 슬그머니
뽕, 또 뽀옹 방귀 터져 나와
낯이 벌개지도록 그녀도 남편도 웃음꽃
활활 피웠다는 25년 저쪽 그들의 살림
젊은 새댁의 방귀 소리가 빚어놓은
발그레 물든 얼굴의 함박웃음
중년의 여기에 데려다 준 나룻배였다고
내가 한 소리 보탰다
선희야, 그 방귀 좀 빌려도고
<시산맥> 201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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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암 시인
방귀 좀 빌려도고 - <시산맥>201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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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방귀의 사연, 추억이 많군요. 예나 지금이나 방귀가 말을 만들곤하지요. 아무튼 날라가는 방귀가 시비를 만든 것이 아니고 멋진 시 한 편 만들었군요. 잘 읽었습니다.
저도 그 방귀 빌리고 싶습니다.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