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라는 말은 지금 세계 보편적인 말이지만 이 민주주의도 여러 개념이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민주주의라고 하면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거나 다수결의 원칙 등을 민주주의의 기본 개념으로 알고 있지만 북한도 ‘북조선 인민 민주주의 공화국’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문재인 정권이 우리나라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삭제한 ‘민주주의’를 만들고자 하다가 강한 반대에 부딪쳐 그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언제 다시 부상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아 걱정입니다.
민주주의가 더 포괄적인 개념이니, 이왕이면 더 넓은 의미의 민주주로로 하자는 얘기를 내세우고 있지만 지금 정부가 하는 짓들을 보면 과연 그런 뜻인지 의문이 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지난 3일 향후 2년간 미국 입법을 책임질 117대 연방 의회가 개원했다. 1월에 미 의회는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5일)와 대선 선거인단 투표 결과 인증 및 대통령 당선인 발표(6일),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20일), 바이든 행정부 내각 인사 상원 인준 청문회 등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런 일정 속에서 시선을 끄는 건 미 의회 인사들의 경고대로 1월 중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에서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청문회를 개최할지 여부다.
톰 랜토스 인권위가 최근에 다뤘던 청문회 대상은 중국, 러시아, 나이지리아, 온두라스, 니카라과, 시리아, 캄보디아 등의 인권 문제였다. 2018년 9월에는 ‘북한: 비핵화 대화와 인권’ 주제로 청문회를 열기도 했다.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이런 국가들과 이름을 나란히 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톰 랜토스 인권위가 문제 삼았던 국가들은 미국 등 서구사회가 ‘비자유 민주주의’(illiberal democracy), 즉 자유를 제한하는 민주주의 국가로 지목한 곳들이다. 한마디로 민주주의라는 탈을 쓰고 있지만, 다수결이라는 미명하에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국가들인 셈이다.
‘자유 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는 현대 정치 이론이 쏟아진 계몽주의 시대에 나온 개념이다. 개인주의적이며 정부 권한을 제한하려는 자유주의, 집단주의적이며 다수가 권한을 갖는 민주주의라는 두 이념 간의 타협점이다. 민주주의가 다수결을 앞세워 개인을 억압하는 기제로 작용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원리다.
자유 민주주의는 국민투표를 이용해 전제정치로 회귀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선거로 선출된 뒤 일당독재와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나치즘,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민 민주주의를 내세운 공산주의 확산 등을 겪으며 미국 등 서구사회에서 금과옥조로 여겨지고 있다.
민주주의라도 개인의 자유를 박탈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유럽과 남미에서 트럼피즘(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방식)을 따라 하는 지도자들이 나오자 자유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었다. 프리덤하우스에 따르면 전 세계 60%의 국가가 선거라는 민주주의 방식으로 운영되지만, 그중 대다수는 국민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미국 정치인들이나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비자유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들을 치켜세우며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비판해왔다.
미국 정치권이 톰 랜토스 인권위 청문회를 예고한 건 선출된 권력 또는 다수당이라는 이유로 국민의 자유를 박탈하려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자유 민주주의 원칙을 알고 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톰 랜토스 인권위 공동위원장인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이 성명을 통해 “2017년 한국에서 좌파 정당, 자유 정당(liberal party)이 아닌 비자유 정당(illiberal party)이 권력을 잡은 뒤 근본적인 시민적·정치적 권리를 축소하기 시작했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걱정스러운 건, 헌법에 명시된 자유 민주주의에서 자유를 삭제하려 했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이런 국제사회 비판이 칭찬으로 들리지 않을까 싶다는 점이다.>문화일보, 김석 워싱턴 특파원.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비자유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미국 정치가들의 생각이 100% 타당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을지라도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시도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서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면 대부분 군사 정권 시절을 떠올리겠지만 지금 정권도 상당 부분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들이 모르는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가 특정한 사람의 기회를 제한한다면 그것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지금 여당 국회의원들이 앞 다투어 윤석열을 제어하기 위한 법안을 제안하는데 과연 이런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개념을 알고나 그러는지 정말 의문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이 밖에서 볼 때에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것 같다는 의구심이 들게 하는 것은 결국 우리 정부와 여당의 언행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국민들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는 저도 궁금합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준이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등급을 취급 받을지도 모르는다는 사실을 안다면 정말 황당한 게 아니라 미치고 펄쩍 뛸 일일 겁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