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공간 서울에서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이시원 작, 최원종 연출의 <좋은 하루>를 보고
공연명 좋은 하루
공연단체 극단 명작옥수수밭
작 이시원
연출 최원종
공연기간 2013년2월13일~3월3일
공연장소 예술공간 서울
관람일시 2월14일 오후8시
예술공간 서울에서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이시원 작, 최원종 연출의 <좋은 하루>를 관람했다.
무대는 무대좌우와 배경 막 가까이에 각가지 나무로 조경을 한 것으로 보아 유원지나, 박물관, 또는 전시장 같은 느낌이 든다. 무대중앙은 비어있으나, 장면변화에 따라 벤치를 배치하기도 한다. 무대 좌우와 정면에 등퇴장 로가 있어 출연자들이 그리로 등장한다.
연극은 도입에 키가 크고 안경을 쓴 남성 한 사람이 얼굴을 가린 여성 관람객을 안내하며 서툰 일본어로 설명을 한다. 여성 관람객은 따발총을 쏘듯 빠른 일본말로 질문을 퍼붓는다. 남성은 더듬거리며 일본어로 답변을 하지만 신통치가 않다. 한동안 그런 장면이 계속되다가 여성은 얼굴가리개를 치운다. 여인의 얼굴을 본 남성은 상대를 알아보고, 놀라움 반, 반가움 반이 된다. 여인의 이름은 유키, 남성은 현우라는 게 객석에 알려진다. 이 두 사람은 청년시절에 만났다가, 10여년 만에 재회하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두 사람은 상대에게 마음이 이끌렸던 과거를 되새겨보며, 재회를 기뻐한다. 두 사람은 40대가 되었고, 여직 것 독신이라는 것도 밝혀진다. 유키는 한국말을 제법 할 줄 알게 되었고, 현우는 현재 귀신의 집에 안내원 역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다. 그래서 그런지 머리를 산발한 남녀 귀신들이 등장을 하고, 두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오기도 하고 스쳐 지나가기도 하지만, 두 사람은 귀신들의 동작에 개의치 않는다. 두 사람이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심적 변화를 객석에서는 감지할 수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두 사람은 서로의 감정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하는 정경이 안타깝게 전개된다.
장면 변화에 따라 귀신이 등장해 클라리넷 연주를 하고 섹스폰 연주를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특히 두 사람의 사랑이 익어가는 과정에서의 귀신의 연주곡 중 영화 노팅 힐(Notting Hill)의 주제곡이자 엘비스 코스텔로(Elvis Costello)가 전 세계에 히트시킨 “She”가 흘러나올 때에는 객석은 두 사람의 사랑이 자신들의 사랑인양 깊은 감상의 세계로 흘러들어가기까지 한다.
노래 “She”의 가사를 소개하면
She may be the face I can't forget
그녀는 내게 잊지 못할 얼굴일 수도 있구요
a trace of pleasure or regret
즐거움의 흔적, 아니면 후회의 발자국일 수도 있죠
may be my treasure or the price I have to pay
내 보물일 수도, 치러야 할 대가일 수도 있어요.
She may be the song that summer sings
그녀는 여름이 가져다 준 노래일 수도
may be the chill that autumn brings
가을에 다가오는 서늘함일 수도 있고요
may be a hundred different things within the measure of a day.
하루라는 시간 안에 변하는 수백 개의 다른 모습일 수도 있어요.
She may be the beauty or the beast
그녀는 미녀일 수도, 야수일 수도 있고요
may be the famine or the feast
배고픔일 수도, 축제일 수도 있죠
may turn each day into a heaven or a hell
매일 지옥 아니면 천국으로 변해버릴 지 몰라요
She may be the mirror of my dreams
그녀는 내 꿈이 반사된 거울일 수도 있고
a smile reflected in a stream
개울가에 비친 미소일 수도 있죠
She may not be what she may seem inside her shell
그녀의 껍데기 속은 그 겉모습과는 아주 다를 수도 있어요
She who always seems so happy in a crowd
그녀는 군중 속에 언제나 행복해 보이고
whose eyes can be so private and so proud
그 눈빛은 비밀스럽고 자존심에 차 있지만
no one's allowed to see them when they cry
아무도 그녀가 눈물 흘리는 걸 보지 못 했죠
She may be the love that cannot hope to last
그녀는 끝까지 가지 못할 사랑일 수도 있고
may come to me from shadows of the past
과거의 그늘에서 벗어나 내게 올지도 몰라요
that I'll remember till the day I die
죽을 때까지 기억할 그 과거에서
She may be the reason I survive
그녀는 내가 살아가려는 이유일 수도
the why and wherefore I'm alive
내가 살아 있는 이유며 까닭일 수도
the one I'll care for through the rough and ready years
힘드나 좋으나 내가 돌보아 줄 사람일 수도 있어요
Me I'll take her laughter and her tears and make them all my souvenirs
난 그녀의 웃음이며 울음을 가져다가 내 기념품으로 삼겠어요
for where she goes I've got to be
왜냐면 그녀가 가는 곳이 바로 내가 가는 곳이기 때문이죠
The meaning of my life is she, she, she
내 삶의 의미, 바로 그녀에요.
이 노래가사와 연극의 내용이 잘 어울려, 대단원에서 현우가 귀신의 집을 개관하게 되고, 그때 귀신의 집에서 일을 하는 여인의 모습으로 등장한 유키와의 대면에서 두 사람의 사랑이 드디어 결실을 맺게 되는 극의 마무리와 노래 "She"는 명장면이 되어 관객의 가슴과 기억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현우 역으로 송재룡과 박성현이 더블캐스트로 호연을 보이고, 유키 역으로 강유미가 출연해 그녀만의 맛깔스런 기량을 발휘한다. 귀신으로 출연한 배우들의 이름이 소개가 되지를 않아 기록하지 못함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일본어로 대사를 할 때에는 영상이나 자막으로 번역문을 싣는 것이 관객에 대한 예의이리라.
예술감독 차근호, 조연출 최기쁨, 무대 김현진, 조명 박성진, 의상 한복희, 사진 하정아, 무대진행 안수정, 박성진, 서혜영, 김윤희, 김정태, 내부기획 이보람, 최수정, 윤수진, 그래픽디자인 전진아 등의 노력과 열정이 곁들여,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이시원 작, 최원종 연출의 <좋은 하루>를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2월14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