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주 시인
칸나 1
이승주
사랑하는 이의 몸을 만지고 싶은 마음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것이거늘
가쁜 풀무질로써 너는
자꾸 나를 부풀게 하느니.
영비천보다도 피로 회복에 더 좋은 너의 웃음.
말이 없어도
나는 할 말이 없는 것이 아니다.
화장을 하지 않아도 예쁜,
김동원 시인
눈
김동원
너, 나 보이니
불 속 떨어져 울고 있는
내 눈 보이니
형체도 없이 소리로 떠돌다 엉키어
천 년 허공 건너와
이렇게 내 심장 뜯어내는 걸,
너, 나 느끼니
불 속 던져져
또 다시 천 년 허공 건너서
그렇게 우린 녹아 사라질 텐데,
너, 나, 정말 보이니
김청수 시인
국화차
김청수
바람 한 점 없는 오후
진돗개가 앞발을 포개고
잠들었다
책은 고요히
나를 넘기고
국화차 속에는
향기로운 마음이
뜨겁게 피어오르고 있다
심찬용 시인
달구소리
심찬용
외딴 시골집 사랑방에선 할아버지 졸고 계시고, 종조부님은 미닫이 열고 새끼 꼬는 머슴과 이야기 나누시고, 나는 앉은 뱅이 책상 호롱불 아래 산수 문제 풀고 있었다
가랑비 추적추적 내리는 한밤중 툇마루로 나가 소변보다가 오줌 줄기 끊고 귀 기울인다
"어허라 달게 어허라 달게……"
방안 뛰어들어 이상한 소리 들린다고 소리쳤다 종조부님 잠 깨여
"도깨비 소리다 오늘도 큰일 하는구나"
"어허라 달게 어허라 달게……"
권효정 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