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속성』김승호 “돈을 대하는 기준을 바꿔주고 싶었다”
부모에게 받은 유산은커녕 30대 후반까지 낡은 자동차에 그날 판매할 과일을 싣고 다니던 어느 가난한 이민 가장에서 이제는 글로벌 외식그룹의 회장이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을 통해 이해하게 된 돈의 속성과 돈에 대한 가르침을 정리한 책, 『돈의 속성』 김승호 저자와의 만남.
『돈의 속성』 출간 소식을 반기는 독자가 많았습니다. 강력한 팬덤이 있으신 것 같아요. (웃음) 비결이 있으신가요?
네. 제가 원래 몇 년 전부터 한국의 기업인들을 오래 가르친 이력이 있어 그 분들이 제 책을 상당히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업가 제자들 숫자가 거의 3,000여 명에 이르고 대부분 기업체 사장이시니 주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같습니다. (웃음)
책 『돈의 속성』의 출발은 1년 전 동명의 강의로 알고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으로도 제작되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특별히 책이라는 콘텐츠로 다시 생성해낸 이유가 있을까요?
원래는 방송국에서 방영했던 것인데 이를 유튜버 분들이 유튜브 특성에 따라 제작자의 자의적 해석을 담아내거나 자극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영상이 편집되면서 은연중에 오해나 과장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부분들이 보여서 직접 자세한 설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여 쓰게 된 것입니다. 또한 이번 기회에 사람들이 돈을 대하는 기준을 바꿔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부자들이 돈을 어떻게 버는지 실제 케이스로서 제 이야기를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돈이 소중한 사람을 지켜준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돈돈돈’ 하면 속물이라고 여겨질까 봐 돈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 조심스러워 했거든요. 그런데 책에서 돈을 좋아해도 되는 뚜렷한 명분(?)을 발견해서 기뻤습니다. 맨손에서 시작한 경험에서 온 깨우침일까요?
사실 돈을 버는 것에 대한 위대한 대의명분을 말하고 있지는 않아요. (웃음) 올바른 부자가 되어 가족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으로 그보다 더 큰 대의명분이 어디에 있을까요? 가장 기본적인 욕망을 해결하고자 했던 젊은이가 실패와 좌절을 겪으며 돈과 결국 사이좋게 지내게 된 이야기로 보시면 됩니다.
책의 구성이 특이합니다. 따로 장으로 묶지 않고 75가지 이야기가 나열되어 있어요. 모두 하나의 강의 주제라 해도 될 만큼 좋았습니다. 이렇게 다 알려주셔도 괜찮은 건가요? (웃음)
사실 하나하나는 사장들을 가르치던 강의 내용이기도 합니다. 부는 제로섬게임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배우면 서로 다 부자가 됩니다. 더 많은 사람이 부자가 되면 저 같은 사업가들도 더 많은 부를 가지게 되겠죠. 많은 사람이 읽길 바라고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보았으면 합니다.
75가지 이야기 중에서 이것만큼은 꼭 읽었으면 하는 이야기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돈의 속성 5가지일까요?
“세상의 권의에 항상 의심을 품어라.”(155쪽) 입니다. 설령 이 책의 내용에 감탄하더라도 저자인 저의 권위에 굴복하면 안 됩니다. 위대한 선생은 제자들을 품에 안고 가두는 사람이 아니라 어깨를 내주고 담장 밖으로 내보내는 사람입니다. 항상 스스로 생각하고 모든 권위에 도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제 글은 정답도 진리도 아닙니다. 저의 경험과 아이디어일 뿐입니다. 마음에 드는 것은 가져다 배우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개선하거나 변형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저는 어떤 독자라도 저를 무조건 따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가지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책을 읽어도 선생을 벗어난 제자가 될 수 없고 담장을 넘어설 수 없습니다.
‘신용카드’를 가위로 당장 자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다른 책에서도 종종 들었지만 아주 강력히 서술해서 인상 깊었어요. 소소한 궁금증인데요, 지금 현재 지갑에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묘사해줄 수 있을까요?
5mm짜리 명함 사이즈의 얇은 타조가죽 지갑에 법인카드 한 장, 개인 직불 카드 한 장, 운전면허증, 보험증, 코스트코 카드가 전부입니다. 현금이나 명함, 영수증 따위는 없습니다.
돈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실 제목만 봐서는 예상할 수 없던 깊이였습니다. 원고를 쓰실 때부터 이 제목이었나요?
네. 극장에서 했던 강연 주제 그대로 이미 <돈의 속성>이라고 제목을 정해놓고 쓴 글입니다. 저는 제목을 정해놓고 책을 쓰면 더 잘 쓰는 사람입니다. (웃음)
책에 나온 내용대로라면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한 이들에게는 1,000만 원 모으기부터 시작해야 될 텐데요, 아버지로서, 인생 선배로서, 맨손에서 부를 일군 이로서 그들에게 조언을 주신다면?
어떤 부자를 경멸할 수는 있어도 부자를 경멸하면 안 되고, 어떤 돈을 경멸할 수 있어도 돈을 경멸하면 안 됩니다. 현대 자본주의 금융 사회는 이를 경멸하는 사람에게 경멸스런 삶을 살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다른 한편으로 부자의 삶과 돈은 옳게 얻고 옳게 다루면 행복의 근간을 만들어줍니다. 하루라도 빨리 젊었을 때 이를 깨우치기 바랍니다. 독자 중에 한 분이 ‘10년 일찍 이 책을 봤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말한 분이 계셨는데, 젊은이들이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에필로그에 글쓰기의 고충을 적어놓으셨는데요, 혹시 다음에 쓰고 싶은 내용이 있으신가요? 못 다한 이야기가 있으신지요?
지금으로선 책을 또 쓰고 싶진 않습니다. 여전히 힘든 작업입니다. 차라리 제겐 사업체를 하나 만드는 게 쉽습니다. 하지만 이 소리를 지난번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것들』을 쓸 때도 했고, 『생각의 비밀』을 쓸 때도 했습니다. 마치 아이를 낳는 아이 엄마 같죠. 애 낳고 나면 다시는 애 안 낳는다고 결심을 하지만 아이 자라는 것을 보다가 그 고통을 잊고 또 아이를 갖는 것과 같은 마음이더군요. 하지만 아직은 일단 계획이 없는 걸로 하겠습니다. 이미 책에 대해선 다둥이 아빠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분이 책을 접하고 있음을 출판사를 통해 듣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정말 반가운 일입니다. 누군가 그냥 내용을 인스타나 페이스북에 올리시면 여러 사람이 무료로 더 많이 보지 않겠느냐며 제안을 하시던데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책이라는 물리적 형태에서 독자들의 인지과정과 세상의 영향력은 다른 활자 매체하고 비교하지 못할 만큼 강합니다. 글로 형상화된 그 어떤 것도 책이란 구조가 주는 힘보다 강한 것은 없을 겁니다. 저는 그래서 가능하면 외국에서 사시는 분들이 아니라면 전자책보다 실제 책을 사서 보라고 권합니다. 책을 메모하기 좋은 재질로 만들었으니 마음껏 본인의 생각도 적으시고 색칠도 하면서 공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서 내 글을 자신의 글로 만들어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