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客閑談]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갑진년 새해부터 집권 여당과 제1야당, 그리고 군소정당에 신생 정당들까지 총선(4/10) 준비로 겨를이 없을 즈음이다.거대 양당(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세력과 자금이 상대적으로 푼푼하니 다소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군소정당들이나 이제 갓 창당을 마친 신생 정당이나 목하 창당 작업이 무르익어가고 있는 정당 등은 눈코 뜰 새가 없을테다.당원은 물론이고, 당장 불요불급한 비용 등등이,이럴 땐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것처럼 평소에는 비교적 흔하던 것도 막상 긴하게 쓰려면 구하기 어려운 법이다.
거대 양당은 문 앞에 가방을 든 출마 희망자들이 잔칫집이나 맛집처럼 기다랗게 줄을 짓고 흥청거리고 있지만 신출내기 정당의 문 앞은 산만하고 어수선하다.신당의 문 앞에는 기껏해야 거대 양당에 문을 두드렸다가 찬밥 대접을 받았거나 경쟁에서 탈락할 것이라 지레짐작으로 신당 문 앞을 기웃거리는 한물간 정치꾼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쓸만 한 기둥감은 드물고, 땔감인 마들가리가 태반이다. 선거 철만 다가오면 되풀이 되는 정가의 기시감이 아닌가.
총선전(總選戰)에 뛰어들어 입법부 권력을 차지하려고 신당 창당의 깃발을 세웠으면 일단 사람과 자금을 모으는 작업이 급선무다.신당의 성공여부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현역 의원들의 참여 숫자가 어지간하면 국고 보조금을 받을 수 있어 아쉬운대로 보충을 할 수 있으련만 아직은 현역의원들의 신당행은 뜨뜻미지근하다.거대 양당의 공천이 마무리 될 싯점이 되면 그제서야 양당의 공천 탈락자들의 움직임을,속칭 낙수효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지싶다.아마도 그때쯤이면 신당의 문 앞에도 의미있는 변화가 생겨나지는 않을까.
국회의원의 임기는 4년이고,국회의원의 정수는 300명에,누릴 수 있는 특권은 부지기수이고, 연봉 또한 1억5천만원을 상회하니 국내 직업군 가운데 최상위권의 꿀 같은 선출직이다.국회의원의 특권과 대접이 이렇게 달콤하고 기름지니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 철만 되면 거대 양당은 몰려드는 공천 희망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곤 한다.SKY대학 등의 일류대라 할 수 있는 거대 양당의 공천이 힘겹다면 2,3류 대학이라고 할 수 있는 군소정당의 문까지 기꺼이 두드릴 태세다.오로지 모든 특권과 재물,명예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위하여 안간힘을 다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당도 찬밥 더운밥 가릴 계제는 아니지 싶다.그러나 아무리 처지가 힘들고 궁핍하더라도 따질 건 따지고, 고를 건 세심하게 골라야 할테다.적재적소의 일류급 인물들은 거대 양당으로 대부분 흡수되었다고는 하지만 세상은 넓고 인재는 남아있게 마련이다.그러나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멀지 않은가.시간을 넉넉히 두고 작업을 시작했어야 했는데, 촉박한 선거 일정을 앞두고 번갯불에 콩 튀겨 먹듯이 해치우려니 장애물이 겹겹이다. 복잡다단한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다분하다.그나저나 거대한 힘과 겨루려면 약한 여럿은 우선 뭉치고 봐야 한다.그러나 어제까지 비난과 설전을 주고 받던 사이가 갑자기 다정스러운 이웃이나 그동안 두터운 우정을 나눠온 친구처럼 바뀐다는 건 쉬운 게 아니다.신기하기도 하지만 어색하기도 하고, 어느 날 갑자기 이별의 순간이 왔다 해도 이상할 건 없다.
어쨌든 신당 참여 정치인들의 1차적 목표는 당연히 국회의원 당선이다.그러나 신당에 참여하는 정치인들은 거개가 1차적 목표조차 달성하기가 현실적으로 힘겹다.그러한 현실을 모를 리 없으니 작은 것들끼리 연대를 도모할 필요가 생긴 거였다. 현역 국회의원의 숫자 순으로 거대 양당이 기호1,2번을 나눠 차지하고 나면, 그 다음 기호 3번을 차지하려는 소수 정당의 경쟁은 치열할 게 예상된다.그러한 치열한 경쟁을 피하고 서로 윈윈하자는 게 신당들의 연합이나 합당의 숨은 의도일테다.국고보조금의 혜택, 그리고 총선에서의 기호3번 등을 차지하려면 현역 국회의원의 참여 숫자가 절대적이다.그러나 개똥도 약에 쓰려면 귀한 대접을 받는 법이다.개똥조차 구하지 못하는 실력이라면 신당은 망한다.(2024,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