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유역에서 가장 넓은 들판 중 하나인 김해 진영평야 남단에는 옛날 봉화를 올리던 봉화산이 겨우 140m 높이로 위용을 자랑한다. 산 아래에는 ‘아름다운 100대 하천’에 선정된 화포천이 늪지대를 이루며 느릿느릿 흐른다. 산자락에는 옛날과 현대의 전설이 어우러지고, 전원풍경은 한가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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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루나무가 손짓하고 강물이 미소 짓는 화포천 산책로. 화포천은 얕은 늪지대를 이루며 하류가 어딘지 흐름을 잊고, 세월마저 거스른 듯 추억어린 전원풍경이다
가야의 고도 김해 진영평야 남단에 솟은 화산(烽火山)은 높이가 고작 140m이지만 오래전부터 명산으로 대접받아 왔다. 금관가야의 2대왕인 거등왕은 부모인 김수로왕과 허황옥의 은혜를 기리기 위해 주변 큰산인 천태산(밀양시 삼랑진읍)에 부은암을, 무척산(김해시 생림면)에는 모은암을 창건한다. 그리고 부모를 모시는 아들을 상징하는 암자로 자암을 바로 여기 봉화산에 세웠다. 봉화산을 자암산(子庵山)으로도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름다운 100대 하천에 뽑힌 화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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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사자바위를 등지고 화포천 방면으로 이어지는 둑길 2 원시적인 늪지대와 세련된 나무데크 탐방로가 조화를 이룬 화포천
자암의 전설을 되새겨 1920년 지역 유지가 자암사를 창건했고 이후 봉화사로 바뀌었다가 1984년 지금의 정토원으로 개명되었다. 정토원 자리가 가야시대의 자암 터로 추정될 뿐 정확한 위치는 알 길이 없으나 옛날 자암부터 치자면 2천년을 헤아리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절터라고 할 수 있다. 1950년대 말부터 정토원은 농촌계몽운동의 중심이 되었고 이를 상징하는 것이 정상에 서 있는 관음보살상이다. 호미를 든 관음상은 국내에서 유일하며, 관음상 아래에 서면 드넓은 진영평야와 그 사이를 관류하는 낙동강의 장대한 맥동, 노을을 반사하는 주남저수지까지 일망무제의 장쾌한 조망이 펼쳐진다. 정상 남쪽에는 산 높이의 1/3에 달하는 거대한 사자바위가 하늘에 걸린 큰바위 얼굴처럼 돌출해 있고, 그 위에는 봉화대 터가 남아 있으며, 미스터리한 마애불은 그 아래 숲속에 누워 있다. 마애불 근처의 토굴은 3㎞ 떨어진 낙동강까지 이어져 있다는 전설로 신비감을 더한다. 산은 낮아도 평야 남단에 자리한 입지와 숱한 사연으로 인해 수치적인 높이에 비해 훨씬 깊고 넓게 느껴진다.
봉화산 남쪽을 흐르는 낙동강의 지류가 국토해양부 선정 ‘아름다운 100대 하천’에 든 화포천이다. 총길이 21.2㎞의 국내최대 하천형 습지다. 지대가 낮고 유속이 느려 화포천 일대는 갈대와 늪이 뒤섞인 전형적인 습지를 이룬다. 물은 마치 고인 듯하지만 그래도 느리게 흘러 거등왕의 왕비 이름과 같은 모정 마을에서 낙동강으로 합류해 이 일대가 가야의 왕실과 범상치 않은 인연이 있음을 엿보게 한다.
새로 더해진 또 하나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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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봉화산을 오르는 길목에서 산정에 선 호미 든 관음상이 올려다 보인다 2 사자바위에서 내려다 본 봉하마을
봉화산은 또 하나의 전설을 더하면서 한층 깊이를 모를 산이 된다. 퇴임 후 고향에 내려와 살던 노무현 전대통령이 산길을 산책하고 화포천을 가꾸면서 봉화산은 전국적인 명소로 떠올랐다. 노 전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의 현장도 봉화산 줄기인 부엉이바위였으니 이제 봉화산은 새로운 전설을 더했고 한림까지 이어지는 화포천은 산뜻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생태하천으로 거듭났다. 노 전대통령이 자주 산책하던 봉화산 길은 ‘대통령길’이 되었고, 봉화산과 화포천 곳곳에는 그의 흔적이 선명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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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봉화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내려서면 호젓한 임도가 숲을 가른다 2 초가로 복원된 노무현 전대통령 생가
자전거 여정은 노 전대통령 생가에서 출발해 화포천을 따라 한림면으로 들어서서 금곡, 모정을 거쳐 시산까지 강변 둑길을 지난다. 가야시대의 장군 무덤으로 전해지는 대형 고분이 뒷동산에 높이 앉아 있는 시산리를 지나 둑길은 가동까지 이어진다. 둑길에서는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과 단아한 봉화산이 내내 보인다. 대현고개에서 산길로 접어들면 봉화산 중턱으로 성큼 올라서서 이 낮고 소박한 산이 풍기는 한없이 깊고 그윽한 향기 속으로 점점 빠져들게 된다.
I 코스 I
봉하마을(노무현 전대통령 생가) ~ 자광사 ~ 화포천 ~ 한림정 ~ 금곡리 ~ 모정·시산 둑길 ~ 시호 ~ 봉화산 ~ 봉하마을
(19.4㎞, 2시간 소요)
I 특징 I
낮지만 거대한 바위들이 당당한 기운을 발산하는 봉화산 주변과 화포천 늪지대, 아득한 낙동강 둑길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는 코스다. 봉화산 구간은 비포장 임도와 좁은 산길이 포함되어 있어서 라이딩이 불가능한 곳이 일부 있다.
I 휴식 & 맛집 I
노무현 전대통령 생가와 묘역 주변, 봉화산 사자바위, 호미 든 관음상, 화포천 늪지대, 낙동강변 둑길 등이 쉼터로 좋다.
봉하빵 : 봉마을 주민들이 보리로 만드는 빵으로 봉화산의 명물이 되었다. 055-342-2045
화포메기국 : 한림정역에서 김해시내 방면으로 1㎞ 가량 떨어진 화포교삼거리에 있으며, 노 전대통령도 즐겨찾은 맛집이다. 055-342-6266
한림 두마리치킨 : 한림면소재지 한림초교 앞에 있으며, 코스 전지역 배달이 가능하다. 치킨 과 족발이 맛나다. 055-346-6766
I 이곳은 꼭 I
봉화산 사자바위와 호미 든 관음상 : 봉화산은 가장 높은 봉우리가 마치 원뿔처럼 봉긋 솟아올랐고 꼭대기에 높이 7.2m의 호미 든 관음상이 서쪽 하늘을 아득히 바라보고 있다. 관음상 옆에 전망대가 조성되어 있는데, 사방의 들판과 산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쾌한 조망을 놓치지 말자. 호미 든 관음상에서 남쪽으로 300m 지점에 있는 바위봉우리가 사자바위다.
사자바위에는 선사시대에 제사를 올리던 홈인 컵 마크(cup mark)가 남아 있고, 봉수대도 바로 옆에 있다. 발 밑은 높이 40m 정도의 아찔한 수직절벽을 이루며 봉하마을과 화포천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I 주의! I
대현고개에서 정토원을 거쳐 봉하마을까지 가는 산길은 경사가 심하고 때로는 라이딩이 불가능한 좁고 험한 등산로가 섞여 있다. 봉화산 정상은 자전거를 끌거나 메야 하고, 사자바위는 걸어 올라야 한다. 봉화산에는 임도가 다소 복잡하게 나 있는데, 호미 든 관음상에서 북쪽으로 내려서는 첫 삼거리에서 우회전, 두 번째 갈림길은 좌회전, 세 번째는 우회전해야 활공장 동쪽 계곡으로 내려설 수 있다.
I 찾아가기 I
창원에서 김해 방면 14번 국도를 따라 가면 진영읍 시가지가 끝날 즈음인 여래리에서 ‘노무현대통령 생가’ 갈림길이 나온다(표지판 있음). 좌회전해서 2.8㎞ 가면 봉하마을에 도착한다. 마을 입구에 무료주차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