陶淵明 雜詩 其一
人生無根蔕 飄如陌上塵 分散逐風轉 此已非常身
落地爲兄弟 何必骨肉親 得歡當作樂 斗酒聚比隣
盛年不重來 一日難再晨 及時當勉勵 歲月不待人
인생은 뿌리없는 가시덤불이니 바람에 날리는 언덕위 먼지와 같고
바람에 굴러 흩어지니 이 몸 또한 항상 그대로가 아니네
같은 땅에 살면 형제이지, 어찌 골육뿐이겠는가?
즐거움을 만나면 마땅히 즐기며, 말술이 있으면 이웃과 함께 즐기세
성년은 다시오지 아니하고, 하루에 새벽이 두 번 오지 않는다네
때를 만나면 마ᄄᆞᆼ히 힘써 노력하게,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네
陶淵明 雜詩 其二
白日淪西阿 素月出東嶺 遙遙萬里輝 蕩蕩空中景
風來入房戶 中夜枕席冷 氣變悟時易 不眠知夕永
欲言無予和 揮杯勸孤影 日月擲人居 有志不獲騁
念此懷悲悽 終曉不能靜
해는 서산에 지고, 밝은 달은 동산에 떠오르니
아득히 만 리를 비추고 하늘에 넘실넘실 술렁이더라
바람이 문 사이로 슴어들면, 밤중에 베갯머리 서늘하다
날씨 변하여 계절 바뀐 줄 알겠고, 잠이 오지 않으니 밤이 긴 줄을 안다네
말 주고받을 벗도 없어, 술잔 들어 외로운 그람자에게 권하노라,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고 뜻을 품고서도 펼친 수가 없다네
이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처량해져, 날이 밝도록 진정시키지 못하노라
陶淵明 雜詩 其三
念此懷悲悽 終曉不能靜 榮華難久居 盛衰不可量
昔爲三春蕖 今作秋蓮房 嚴霜結野草 枯悴未據央
日月還復周 我去不再陽 眷淃往昔時 憶此斷人腸
이런일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 새벽이 되도록 진정못하고
영화에 오래 머물리 어렵고 성쇠는 헤아릴 수 업수나
지난 날은 춘삼월의 연꽃이러니 이제는 가을의 연밥이 되었구나
된서리 들풀에 맺히고 마르고 야위어 좀체로 끝나지 않는구나
일월은 계속돌아도 나는 떠나면 다시 살지 못한다
그립다, 가버린 지난 시절 이 일을 생각하면 장이 끊어지는구나
雜詩 其四
丈夫志四海 我願不知老 親戚共一處 子孫還相保
觴絃肆朝日 罇中酒不燥 緩帶盡歡娛 起晩眠常早
孰若當世士 氷炭滿懷抱 百年歸丘壟 用此空名道
대장부의 뜻은 천하에 두지만 나는 늙어가는 것 알고 싶지 않도다
친척들은 한곳에 같이 모여 살고 자손들은 서로 의지하며 도우며 살아가노라
술잔과 거문고는 종일 풀어 놓고 술도가지 속에는 술이 마르지 않는구나
허리띠 풀어놓고 즐거움 다하며 늦게 일어나고 일찍 자노라
세상 사람들과 어찌 같으리 얼음과 숯불을 가슴속에 가득 품고 있도다
인생 백 년 언덕으로 돌아가는데 이렇게 얻은 헛된 이름 입에 오르게 하는구나
雜詩 其五
憶我少壯時 無樂自欣豫 猛志逸四海 蹇翮思遠翥
荏苒歲月頹 此心稍已去 値歡無復娛 每每多憂慮
氣力漸衰損 轉覺日不如 壑舟無須庾 引我不得住
前途當幾許 未知止泊處 古人惜寸陰 念此使人懼
나의 젊은 시절 생각하니 즐거운 일 없어도 절로 기뻤다
맹렬한 뜻은 천하에 떨치고 세찬 날개로 멀리 날아가기를 바랬다
시간이 지남에 세월은 무너져 버리고 이 마음 조금씩 사라지고 말았구나
기쁜 일을 만나도 다시 즐겁지 않고 매일매일 근심 걱정 많아진다
기력이 점차 쇠하고 줄어들어 날마다 다른 것을 점점 느끼게 되다
골짜기의 배는 잠시 머물지 않고 나를 끌어당겨도 머물 수가 없도다
앞 길이 얼마나 될 것인가 머물고 쉴 곳을 알지 못하겠노라
옛 사람은 짧은 시간도 아꼈는데 이러한 일을 생각하니 두려워지는 구나
雜詩 其六
昔聞長者言 掩耳每不喜 奈何五十年 忽已親此事
求我盛年歡 一毫無復意 去去轉欲遠? 此生豈再値
傾家時作樂 竟此歲月駛 有子不留金 何用身後置
예날 어른들 말씀 들으니 귀를 막고 매번 싫어하였노라.
어찌하랴 오십년 지나고서야 홀연히 이 일 몸소 당하였구나
내 한창 때 즐거움 찾아도 터럭만큼도 다시 생각이 없도다
가면 갈수록 더욱 멀어지는데 이러한 생을 어찌 다시 만날까
가산을 기울여 수시로 즐기며 이 세월 달려가는 일 끝내야 한다.
자식이 있어도 돈을 남기지 않는데 어찌 죽은 뒤에 두고 쓰겠는가
雜詩 其七
日月不肯遲 四時相催迫 寒風拂枯條 落葉掩長陌
弱質與運頹 玄髮早已白 素標揷人頭 前塗漸就窄
家爲逆旅舍 我如當去客 去去欲何之 南山有舊宅
세월은 더디가지 아니하고 사철은 서로 재촉하여 오는 구나
찬바람은 마른 가지 스치고 낙엽은 긴 거리를 덮었구나
허약한 몸은 철 지나 못 쓰게 되어 검은 머리는 벌써 희머리 되었구나
흰 표적이 머리에 꽂혔으니 앞길이 점차 좁아만지는구나
집은 여관 같아서 나는 떠나가야 할 나그네로다
가고가다 어디로 갈 것인가 남산에 본래의 무덤이 내 집이지
雜詩 其八
代耕本非望 所業在田桑 躬親未曾替 寒餒常糟糠
豈期過滿腹 但願飽粳糧 御冬足大布 麤絺以應陽
正爾不能得 哀哉亦可傷 人皆盡獲宜 拙生失其方
理也可奈何 且爲陶一觴
농사 대신인 것은 본래 나의 소망이 아니고 하는 일은 밭과 뽕나무 농사에 있도다
몸소 일하며 그만둔 적 없으나 얼고 굶주리면서 항상 겨로 연명하노라
어짜 배 채우는 것 이상을 기대하리오 다만 멥쌀 양식으로 배부르기 바랄 뿐이로다
겨울 넘기는 데에는 거친 베면 족하고 굵은 갈포로 응당 햇볕 막으리라
바로 그렇게도 되지 못하니 슬프고도 또한 가슴 아프구나
남들은 모두 유감없이 잘 해내는데 졸렬하 ㄴ처세술이 그 방법을 입ㅎ었도다
이치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잠시 한 잔 술을 즐기노라
雜詩 其九
遙遙從羈役 一心處兩端 掩淚汎東逝 順流追時遷
日沒星與昴 勢翳西山巓 蕭條隔天涯 惆悵念常餐
慷慨思南歸 路遐無由緣 關梁難虧替 絶音寄斯篇
멀리멀리 객지로 일 떠나서 한 마음이 양 끝에 매달려 있다
눈물을 가리고 동으로 배를 띄워 물흠 따라 시간 따라 쫓아간다
해는 삼성과 묘성 쪽으로 넘어가고 그 기세가 서산 마루를 덮고 있구나
쓸쓸히 하늘 끝에 떨어져 있으면서 서글프게 집에서의 식사를 생각한다
탄식하며 남쪽으로 돌아갈 생각에 길은 멀고 돌아 갈 길이 없도다
관문과 다리 그만두기 어려워 소식 끊겨 이 한 편을 부치노라
雜詩 其十
閒居執蕩志 時駛不可稽 驅亦無停息 軒裳逝東崖
沈陰儗薰麝 寒氣激我懷 歲月有常御 我來淹已彌
慷慨憶綢繆 此情久已離 荏苒經十載 暫爲人所羈
庭宇翳餘木 焂忽日月虧
한가히 살면서 호탕한 뜻 잡아쥐어도 시간은 달려가 멈출 수가 없었구나
일에 몰려 쉬지도 못하고 의관을 차리고 동쪽 물가로 나가노라
가라앉은 음기는 사향 같아서 차가운 기운이 내가슴 속을 흔든다
세월은 변함없이 지나가고 내가 와서 머문지 이미 오래도다
강개에 차 가까운 벗들 생각하면 이러한 심정도 이미 오래전에 없어졌도다
이럭저럭 10년이 지나가니 잠시 남에게 매인 것이로다
뜰과 집은 나무들로 가리워 있어 홀연히 해와 달은 사라져가는 구나.
陶淵明 雜詩 其十一
我行未云遠 回顧慘風凉 春燕應節起 高飛拂塵梁
邊雁悲無所 代謝歸北鄕 鵬鵾鳴淸池 涉暑經秋霜
愁人難爲辭 遙遙春夜長
내가 가는 길이 멀다고 하지 못해 되돌아보니 참담한 바람 써늘하도다
봄 제비는 철을 따라 일어나 높이 날아 먼지 낀 대들보를 스친다
변방 기러기 갈 곳 없어 슬퍼하고 교대로 북쪽 고향으로 돌아 가는구나
떠나 있는 황새는 맑은 못에서 울며 더위 지내고 가을 서리 겪는구나
시름겨운 사람 마음 말로 하기 어려워 아득히 봄밤은 길기만 하구나
陶淵明 雜詩 其十二
嫋嫋松標崖 婉孌柔童子 年始三五間 喬柯何可椅
養色含精氣 粲然有心理
하늘거리는 소나무 벼랑에 서 있어 귀염성 있는 자태 부드러운 아이로다
겨우 십오 년 되었으니 높은 가지에 어찌 기댈 수가 있겠으리
안색을 기르고 정기를 머금으면 뚜렷하게 속에는 나뭇결 생기에 된다네
陶淵明 山中問答
結廬在人境 而無車馬喧 問君何能爾 心遠地自偏
採菊東籬下 悠然見南山 山氣日夕佳 飛鳥相與還
此閒有眞意 欲辯已忘言
사람들 속에 초가집 짓고 사노라니 말과 수레 소리 들리지 않는구나.
어찌 이렇게 살 수 있느냐고 물어보니, 마음이 멀어져 사는 곳도 한가하구나
동쪽 울타리 아래 국화를 꺾다가, 문득 고개를 드니 남산이 다가선다.
산기운 맑아 저녁노을 고운데, 새들은 짝을 지어 날아돌아오는구나.
자연따라 사는 이 참뜻을 말로는 표현할 수 없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