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시작된 친환경과 웰빙의 대세로 흙집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제 등장하는 새로운 흙집들은 기존의 전통형 흙집의 문제점을 보완해 현대인들이 살아가기 적합한 유형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서양식 경량목구조와 흙벽을 결합한 구조, 구들에 기름보일러를 접목한 난방, 물이 새지 않고 습기를 견디는 최신자재의 지붕까지. 흙집은 21세기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소비자들에게 다가오고 있다.
'좋은 그릇' 강용상 소장의 다짐흙공법과 흙집소개
1. 흙집의 의미는 무엇인가?
흙집, Earth Architecture는 지구를 위한 건축이기도 하다.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자원들을 활용해야 하는 시대의 과제 앞에서 흙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장점들은 일찍이 여러 건축가들과 사상가들에게 관심을 끌어 왔다. 흙은 지구상에서 공기 다음으로 가장 구하기 쉬운 재료이다. 흙을 가지고 작업하는 방법은 누구나 가능할 정도로 쉬운 기술이다. 이는 재료의 수명이 거의 영구적이며 해체되어진 이후에도 특별한 처리 없이도 자연으로 바로 돌아가며 인체와 자연에 해를 남기지 않는 최고의 재료라 할 수 있다.
2. 다짐흙공법이란 무엇인가?
흙건축에 있어서 흙을 다져서 건축하는 방법은 세계 여러 곳에서 수세기 동안 사용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담틀집’ 혹은 ‘담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져 왔고 ‘도둑집’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얻기도 하였다. ‘다져진 흙구조’ 라고 할 수 있는 이 방법을 개략적으로 설명하면, 일단 땅에서 가져온 흙을 특별히 제조된 틀 안에서 층층이 다진다.
다 다져지고 난 후에 틀은 벗겨져서, 그 층들 위에 다시 올려지거나 다음 담의 위치로 이동된다. 이런 방법으로 건축물은 담들의 층과 열들로 빠르게 만들어진다. 건축구조적인 면에서 보자면 이 구조는 콘크리트와 마찬가지로 일체형구조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3. 어떤 흙을 사용하나?
흙은 색보다는 입자의 성분비가 중요하다. 그 이유는 점토성분은 흙입자의 접착력을 높여주며 모래 성분은 강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점토성분이 많으면 접착력이 좋아지지만 수분을 많이 흡수하므로 수분 증발로 인한 갈라짐이 생기기 쉽다. 반면, 모래 성분이 너무 많아도 부스러져 내리기 쉬우므로 점토와 모래성분이 적절히 섞인 흙으로 골라야 한다.
집이 터를 잡게 되면 우선 그 지역에서 나는 흙을 알아보아야 한다. 바스켓들을 가지고 몇 군데 표본을 채집하여서 설계, 시공업자와 적당한지를 상의한다. 육안으로 보았을 때의 판별은 우선 적당한 색이어야 한다. 성분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대개의 흙벽은 외부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흙색도 집의 분위기를 결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약간 불그레하면서 밝은 황토색이 가장 무난한 색이라고 여겨진다.
4. 흙은 어디서 구하나?
우리나라의 건설 환경이 흙집을 짓는데 보태주는 것도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주변 어디선가는 항상 도로 공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운이 좋아서 주변의 도로 공사장에 절토부분이 많다면 의외로 쉽게 흙을 구할 수도 있다. 흙을 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소는 농시지을 땅을 마련하고자 마을 이나 면단위로 객토하기 위해 낮은 둔덕들을 깎아서 사용하는 곳이다. 사실 현지에서 오래 살아야 알기 쉬운데 마을의 이장님이나 어르신들께 문의 하면 된다. 집짓기 수개월 전에 미리 섭외를 해 놓을 수도 있다. 주로 겨울철에 객토가 이루어지므로 그때 미리 흙을 받아두면 좋다.
5. 흙의 강도와 방수를 위한 해결책은?
석회는 시멘트가 발명되기 전부터 전통적으로 사용하여 오던 물질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주춧돌을 놓을 자리나 무덤을 만들 때 흙과 섞어서 단단한 지반을 만들 때 사용하였다. 이것이 굳으면 나중에 돌처럼 단단하게 되고 벌레나 곰팡이가 침투하지 못하게 된다. 흙다짐 공법에서는 석회가 강도 뿐만 아니라 수화 반응을 통하여 열을 내기 때문에 초겨울 공사에서 흙이 동결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단, 덩어리진 생석회는 나중에 흙 속의 수분과 급격히 반응하여 크렉을 유발할 수도 있으니 유의한다.
또한 여러 가지 식물의 즙(예를 들면 느릅나무를 끓여서 만든 액체나 우유의 단백질을 걷어서 삭힌 것들, 비눗물, 우뭇가사리즙, 솔잎을 태워서 그 재를 물에 넣은 것 등 주로 수산화기나 단백질 류이다)이 전통적으로 흙 벽체의 방수 성능을 위해 고안되었다. 최근에는 콘크리트의 표면 방수를 위한 방수액이 한동안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런 표면 방수재는 흙의 통기성을 떨어뜨리고 비가 왔을 때 피막이 약한 부분에 집중적인 손상을 유발하게 되므로 별로 권장할 사항은 아니다. 연구가 더 필요한 부분이다.
6. 흙집 설계시공 시 유의점은?
기초공사 때 기단을 주변보다 높게 만들어 습기가 올라오는 것을 피하고, 지붕에서 떨어진 우수가 들어치거나 고이지 않게 주변정리를 해주어야 한다. 벽체는 차단기능도 중요하지만 창문을 통한 빛과 경관의 확보, 환기기능 등 소통도 중요하다. 요즘은 전원주택에서 전체가 통창으로 되는 유리창을 많이 사용하는데 설계가 주의 깊게 되지 않는다면 여름철에 냉방부하를 높이게 되고 겨울철에는 열기가 많이 빠져 나가서 난방부하를 높이게 된다. 흙집의 경우, 창의 크기와 개수를 적절히 내어 단열과 소통의 최고선을 찾아야 한다.
지붕부분은 비와 눈으로부터 집 전체를 보호하며 처마를 통하여 햇빛이 집안에 얼마나 들어올 것인가를 결정하게 된다. 덥고 강수량이 적은 지역의 경우 지붕은 평지붕이 쓰이기도 하며 흙으로 되어 있는 지붕이 쓰이기도 한다. 덥고 강수량이 많은 지역의 경우엔 지붕의 각도가 높은 편이고 주로 식물성 재질을 가지고 환기에 유리한 형태를 지향하게 된다. 지붕의 각도는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서도 높은 편인데 이 경우 단열을 위해서 지붕을 매우 두껍게 만든다.
7. 흙집을 짓고자 하는 예비건축주들에게 한 말씀?
흙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과도하게 흙을 신비화 시키는 것을 삼가해야 한다. 흙의 가장 큰 신비함은 바로 특별한 아무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귀하지도 않고 순결하지도 아니한 것이 온 만물을 살린다는 것 뿐이다. 어떤 특별한 지역이나 특별한 가공을 거친 흙만이 신비한 효능을 지녔다고 하는 것은 흙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니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