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문학 34집에 수록된 작품
심영희
한국문인협회 평창지부(지부장 조영웅)에서 발간하는 평창문학 34집이 어제 도착했습니다. 초대 수필로 수록된 저의 작품을 올립니다.
<수필>
부모님 산소에 다녀오다
심영희
지난 3월 26일에는 부모님 산소에 다녀왔습니다. 윤달이 들어 아직 2월이지만 윤년이 아니면 지나간 3월 24일(음력 3월 3일) 삼짇날이 부모님 생신 날이었습니다. 천생연분으로 생신날이 같은 날이라 늘 함께 생신상을 받으셨는데 코로나라는 부랑아는 부모님 산소에 가는 길도 멀게 했습니다. 4년동안 딱 한번 다녀왔는데 오늘은 부모님 찾아가는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졌습니다.
아버지 고향은 강릉이고, 어머니 고향은 평창 봉평인데 부모님 산소는 봉평에 있기 때문에 어머니 고향인 봉평을 자주가게 됩니다. 부모님께서 그렇게 귀여워하시던 외손자 외손녀 즉 우리 아들딸을 데리고 부모님 산소를 찾았으니 얼마나 좋으셨을까요. 게다가 아들딸이 또 아들딸을 데리고 인사를 갔으니 얼굴도 모르는 증손자손녀들이 대견하고 보고 싶었을 것입니다. 아주 어릴 때 가보고 대학생이 되어 찾아간 산소, 서로 얼굴은 모르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마음이 통했을 것입니다. 손자손녀는 비석에 쓰여있는 가족들 이름을 보고 신기해 했습니다.
큰손녀는 간호사국가고시 합격 후 4월 12일부터 인천 모 병원에 발령을 받았으니 인사를 제대로 갔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께 절을 올리고 옆에 있는 오빠한테도 인사를 했습니다. 정성껏 부모님 산소를 가꾸던 오빠도 고인이 되어 이 산자락에 묻혀있습니다. 우리 가족은 산소 앞에 돗자리를 깔고 모여 앉아 음식을 먹으며 생전의 아버지 어머니 모습을 회상했습니다.
따뜻한 봄볕 아래 푸근한 마음까지 겹쳐 오랫동안 산소에 머물렀다가 내려오는데 지금은 막내 남동생이 산소를 잘 돌보고 있어 어느새 산수유꽃도 노랗게 피었고 목련꽃도 삐죽이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며칠 전 춘천에서 본 자목련은 거의 만발했던데 이곳은 산속이라 기온이 낮은가 봅니다.
봉평의 유명한 곳 허브나라로 갔으나 아직은 구경할 것이 없어 차를 돌려 매운탕 집에서 매운탕과 닭볶음으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손자손녀는 닭볶음이 맛있다고 닭볶음을 먹고, 어른들은 메기 매운탕으로 점심을 먹으며 나는 사진도 빼놓지 않고 찍었습니다. 물론 카페와 블로그에 올리려고 찍는 것인데 손녀들은 자기네 얼굴 나온다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도 동생들과 산소에 갔다가 이 식당에 들렸는데 주인이 없어 다른 곳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농촌이라 손님이 없을 때는 집 가까운 곳에서 농사일을 하는가 봅니다.
홍천 무궁화공원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무궁화꽃이 피지 않은 무궁화공원은 아직 삭막합니다. 그래도 공원주위를 한 바퀴 돌고 홍천 양지말화로구이에서 고추장 양념 삼겹살로 저녁을 먹고 아들네는 원주로 돌아가고 딸과 함께 춘천으로 오면서 즐거운 하루였다고 좋아했습니다.
봉평을 다녀온 날이면 늘 숙제처럼 풀리지 않는 일이 한가지 있습니다. 초등학생일 때 아버지 어머니를 따라 봉평 어머니 친척집과 아버지 친척집을 다녀온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시골 덕거리에 살던 아버지 친척은 아버지 외사촌 형님이라고 하였고, 몇 년 후에는 봉평 시가지로 이사를 왔는데 그 집에도 가보았습니다. 그때 그 친척의 이름을 알아 두었어야 했는데 이름을 모른 채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아버지 형님네도 돌아가셔서 아버지 유일한 외갓집 강릉 김씨의 자손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10여년도 훨씬 전에 봉평에 사는 김남극 시인과 얘기를 해보니 분명 그 아저씨네 자손이기는 한데 아버지 형님의 막내 아들인지 아니면 손자인지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김남극 시인 역시 우리 아버지 이름을 모르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이래서 기록이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수필을 쓰면서 또는 시를 쓰면서 그 시대와 가족의 사소한 일도 기록으로 남기면 이것이 곧 훗날 우리가족의 역사가 되고 나아가 이웃의 역사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부지런히 기록의 세계인 글을 쓰고 있답니다.
심영희 약력
ㅇ 「수필과 비평」 지로 수필 등단(1995)
ㅇ 수필집「아직은 마흔아홉」 외 3권/시집「어머니 고향」/
포토에세이「감자꽃 추억」/민화에세이「역사와 동행하는 민화이야기」
ㅇ 동포문학상/한국수필문학상/소월문학상/황희문화예술상 시부문 금상/
춘천여성문학상/한국문협 수필분과 수필의 날 2022년 작품상 수상
ㅇ 한국문인협회 문단정화위원/한국수필가협회 이사/새한국문학회 강원지회 회장/강원문협 이사/춘천문협 회원/춘천여성문학회 고문/한국민화협회 홍보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