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시, 이충우 시장 친동생 회사 ‘누리플랜’의 자회사와 계약 증가 … 시장, 과거 누리플랜 대표
이충우 여주시장. [사진=연합뉴스]
[필드뉴스 = 김면수·홍준표 기자] 지방자치단체가 시장의 친동생이 경영하는 기업의 자회사와 다수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 취임 후 가족회사의 자회사와 계약 건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현직 시장이 가족회사와의 계약을 회피하지 않아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누리온과 9건 계약…시장 친동생 친인척이 대표
18일 필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여주시는 이충우 시장이 취임한 2022년 7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경기 김포시의 도시경관조명 전문회사 ‘누리플랜’의 자회사 누리온과 9건(수의계약 포함)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만 총 9400만원에 달한다.
누리플랜은 이 시장의 ‘가족회사’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이 공개한 올해 11월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시장의 친동생인 이상우(60)씨가 누리플랜의 회장(사내이사)을 역임하고 있다. 이 회장의 친형인 이 시장은 2012년 3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누리플랜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 시장은 취임 직전인 2022년 6월 누리플랜 주식 0.66%를 보유해 이상우 회장과 그의 배우자에 이어 세 번째로 보유 주식 수가 많았다. 취임 이후인 같은해 12월 주식을 모두 장내 매도하면서 특수관계인 주주 명단에서 빠졌다. 하지만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누리플랜의 주식을 꾸준히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누리플랜이 100% 지분을 보유한 누리온 역시 이 시장의 ‘특수관계회사’로 분류된다. 올해 11월 분기보고서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주식소유 현황을 보면 누리온 대표인 오 모 씨는 이상우 회장의 ‘최대주주 친인척’으로 기재돼 있다. 이상우 회장의 배우자와 같은 성씨다.
주식소유 현황을 봐도 이 시장 친인척의 누리플랜 지분율은 높다. 이상우 회장은 올해 9월30일 기준 누리플랜 주식 23.9%를 소유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누리온 대표 오씨는 누리플랜의 주식 0.16%를 보유하고 있다. 누리플랜의 현재 대표이사인 이형기씨의 지분율은 0.38%다.
이충우 여주시장(왼쪽)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 시절인 2022년 5월26일 경기도 여주시 세종로 여주한글시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와 함께 지지자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청 공무원 시절 여주시 ‘누리플랜’ 계약 26건
이러한 특수관계에도 불구하고 누리플랜·자회사와 여주시의 계약은 꾸준히 이어졌다. 특이점은 이 시장의 취임 전후로 누리플랜과의 계약은 줄어든 반면, 자회사 누리온과의 계약 건수는 대폭 늘었다는 점이다. 여주시 계약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시장 취임 전 10년간(2008~2017년) 여주시와 누리플랜의 계약은 26건에 달했다.
여주시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누리플랜과 △여주시 야간경관개선사업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 △남한강 변 야간경관조명 설치사업 △세종대교 경관조명수리 △여주 중앙로상점가 루체비스타 설치공사 실시설계용역 등 4건의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합계만 8억4450만원으로 파악됐다. 2009~2016년에는 누리플랜과 세종대교 경관조명 수리공사 등 4건의 공사계약(계약금 3억8537만원)을 체결했다.
이 밖에도 시는 이 시장 취임 전 누리플랜과 물품계약 14건(2009~2021년), 공사수의계약 2건(2010·2016년), 물품수의계약(2009년)과 용역수의계약(2008년) 각 1건을 체결했다. 이 시장은 1999년부터 2006년 9월까지 여주군청 도시과장과 건설과장을 지낸 후 경기도청에서 2012년 1월까지 건설본부 도로건설 담당과 택지·도시개발·도시계획지원 담당사무관을 역임한 바 있다. 여주시와 누리플랜의 계약이 체결된 기간 이 시장은 누리플랜의 주된 사업인 경관조명 등 도시건설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업무를 한 셈이다. 이 시장은 2021년 국민의힘 경기도당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취임 후 누리플랜 자회사에 계약 ‘집중’
그런데 이 시장 취임 이후 여주시와 누리플랜의 계약 건수는 대폭 줄었다. 지난해 12월 1억455만원에 계약한 ‘도자문화센터 태양광 이전 설치 구조물 및 토목공사’가 유일하다. 일반경쟁으로 입찰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시장 취임 전 10년여간 10억원이 훌쩍 넘었던 계약 건수에 비해 확연히 감소한 수치다.
반면 누리플랜의 자회사 누리온과의 계약은 크게 늘었다. 이 시장 취임 전인 2021년 6월 물품계약이 2건에 불과했지만, 취임 이후 9건이 체결됐다. 시는 이 시장이 취임한 달인 2022년 7월 흥천도서관 건립 전기공사 실내조명 구입비로 약 4000만원을 지출했다. 가로등 설치와 개선사업, 회전교차로 전기공사 관급자재도 누리온 제품을 사들였다.
물품수의계약도 이 시장 취임 이후 2건 이뤄졌다. 시는 2022년 9월 흥천도서관 건축 전기공사에 쓰이는 실내조명과 보안등을 900여만원에 구매했고, 동여주IC교차로 일원 가로등 설치공사 조명제어시스템을 2165만원에 계약했다. 여주시가 이 시장 재임 기간 누리온의 물품을 주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한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누리플랜이 주식 66%를 보유한 자회사 ‘유니슨에이치케이알’ 또한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세종대교 보수보강공사 관급자재 2건을 여주시가 사들였다.
이 시장 취임 후 누리온에 집중된 계약은 누리온의 매출 폭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누리온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2021년 누리온은 누리플랜으로부터 약 4억원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이 시장이 취임한 2022년을 기점으로 누리플랜에서 발생한 매출은 감소했다. 2022년 9563만원으로 4분의 1가량 줄었고 지난해에는 4000여만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여주시의 계약이 누리플랜이 아니라 누리온에 집중된 영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여주시 “시장 인척 이해관계 확인한 적법한 계약”
여주시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계약이 이뤄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여주시 관계자는 필드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계약을 체결할 때는 특수관계인의 이해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며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누리온과의 물품계약에 관해선 “조달청이 체결한 계약 물품을 시가 나라장터에서 사들인 것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수의계약 역시 혁신장터를 이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시장의 친인척 관계 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누리플랜이나 누리온 대표는 지자체장이나 배우자의 ‘직계존비속’이 아니므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시가 근거로 둔 규정은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이다. 지방계약법 33조는 지자체장이나 배우자의 직계존비속에 해당하면 지자체장은 지자체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주무 부서에서 계약에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봤다면 시장의 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