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고성 동동숲과 열린아동문학의 위상
경상남도 고성군 대가면 연지리 무량산 자락의 방화골 마을에 위치한 '동시동화 나무의 숲'(이하 동동숲)은 한국 아동문학의 자생적 생명력과 생태적 가치를 상징하는 독보적인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이 숲의 기원은 50여 년간 아동문학 외길을 걸어온 배익천 동화 작가가 2004년부터 문우들과 함께 가꾸기 시작한 것에서 비롯되었다. 단순한 조경 사업을 넘어 문학과 자연이 결합한 '아동문학인의 성지'를 구축하려는 인문학적 시도로 해석된다. 2010년에 개관한 '열린아동문학관'은 이러한 공간적 정체성에 학술적, 보존적 기능을 더하며 한국 아동문학의 아카이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동동숲의 운영 모델>
작가와 후원자, 그리고 지역 공동체가 결합된 삼각형 구조의 연대에서 출발한다. 동화작가 배익천, 부산 방파제횟집의 대표이자 아동문학의 헌신적 후원자인 홍종관 발행인, 그리고 그의 배우자인 박미숙 여사의 삼각 편대가 약 1만 6천 평의 숲을 매입하고 다듬으며 현재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상업적 이익을 배제하고 오직 아동문학가들에게 고향과 같은 안식처를 제공하며, 문학적 영감이 실재하는 숲을 조성하는 데 주력해 왔다.
<동시동화 나무의 숲과 열린아동문학관의 주요 연혁 및 시설 구조>
| 구분 | 주요 내용 및 특징 | 관련 근거 |
• 위치: 경남 고성군 대가면 연지4길 279-47 (방화골 마을)
• 설립 연도: 2004년 숲 조성 시작, 2010년 열린아동문학관 개관
• 운영 철학 | 자연과 문학의 공존, 아동문학가의 정신 계승
• 주요 시설 | 문학관 본관, 동시동화 나무 숲, 야외 시비 및 새김 돌 단지
• 핵심 인력 | 배익천(편집주간), 홍종관(발행인), 박미숙(운영 지원)
동동숲은 그 지형적 특성상 입구가 오솔길로 시작되어 내부로 들어갈수록 넓고 맑은 공간이 나타나는 소위 '호로 곡' 지형이라, 비경(秘境)에 정서적 몰입감을 준다. 이런 지리적 폐쇄성과 개방성의 조화는 문학 창작에 필요한 정적 고립과 소통의 장으로서 최적의 환경을 형성하고 있다.
<이 계절에 심은 동화 나무 프로그램과 문학적 의의>
동동숲의 가장 독창적인 활동 중 하나인 '이 계절에 심은 동화 나무' 프로그램은 한국 아동문학가들의 문학적 업적을 생태학적 상징물인 나무에 투영하여 보존하는 식재 프로젝트이다. 매년 6월에 열리는 '내 나무 데이' 및 '열린아동문학상 시상식'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운영되며, 전국에서 활동하는 아동문학가들에게 자신의 나무를 한 그루씩 나눠주어 작가의 자긍심을 높이고 문학적 뿌리를 내리게 하는 목적을 지닌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새김 돌' 문화에 있다. 선정된 작가에게 나무 한 그루 나눠주고, 나무 앞에는 작가의 이름과 등단 지면, 주요 활동 내용이 새겨진 돌이 나무와 함께 자리하게 된다. 2024년 기준 방정환, 이원수 등 한국 아동문학의 선구자들부터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박선미 시인 등 250여 명의 아동문학인 이름이 새겨진 나무들이 숲 곳곳에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종이 위에 기록된 문학사를 넘어, 살아있는 생명체와 결합한 입체적인 문학사의 기록물로 평가받는다.
* 이 계절에 심은 동화 나무 프로그램의 주요 구성 요소
동동숲에서 진행되는 행사들은 격식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정서적 감동을 주는 연출이다. 특히 열린아동문학상 시상식은 "시상식 때문이라도 타고 싶은 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동문학인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 내 나무 데이: 매년 계간 '열린아동문학'의 발간 주기와 연계하여 새로운 작가의 나무를 심는 행사로, 2024년 봄에는 통권 100호 발간을 기념하는 성대한 축제가 열렸다.
* 이 계절의 주인공 선정: 특정 분기나 계절에 현격한 문학적 성취를 거두거나 동동숲의 철학과 궤를 같이하는 작가를 선정하여 숲의 중심부에 위치한 '이 계절에 심은 동화 나무' 게시판과 서장에 이름을 올린다.
한 예로 동동숲 작은 도서관 서재에 근간에 이름을 올린 박경선 작가의 약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내 작품의 고향 박경선
• 1954년 대구 출생
• 1984년 새한신문 수필 당선
• 1993년 아동문학평론 동화 추천 • 1994년 이동문예 동시 추천.
• 영남아동문학상. 한국아동문학협회상. 대구문학상. 황조근정훈장 등
• 저서: 동화집 『너는 왜 큰 소리로 말하지 않니』 『신라할아버지』 등 총 26권 출간
• 초등 7차 국어 지도서에 ‘하늘로 간 병아리’ 동화 수록,
• 대구교대 대학원 아동문학과 강사 10년 •교육 타임스 『교육과 사색』 월간지 전문위원
* 독특한 시상 문화: 수상자에게는 상금 300만 원 외에도 만 년 동안 남을 작품을 쓰라는 의미의 만년필, 그리고 방화골 마을 주민들이 정성껏 기른 쌀, 마늘, 토마토 등 지역 특산물이 부상으로 주어진다.
* 가족 참여형 낭송: 수상자의 아내나 아버지가 직접 시와 동화를 낭송하게 함으로써, 문학이 작가 개인의 전유물이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의 삶 속에서 피어난 결실임을 강조한다.
이 프로그램은 아동문학을 단순한 읽을거리에서 나아가, 자연 보호와 지역 공동체 활성화라는 사회적 가치와 결합시킴으로써 '문화적 지속 가능성'의 전형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결론>
경남 고성의 동동숲은 한국 아동문학의 꿈이 자라는 인큐베이터이며, 자연과 인간, 문학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상생의 길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개별 작가의 삶을 하나의 기록물로 만들어 보존함으로써, 숲을 찾는 어린이들에게는 훌륭한 롤모델을 제시하고, 동료 작가들에게는 영감을 나누는 플랫폼 역할을 하며, 작가와 실제 삶으로서의 작가를 동시에 대면할 기회를 제공한다.
-지역 아동문학지의 구심점 분석
동동숲은 경상남도라는 지역적 한계를 넘어 한국 아동문학인들이 모이는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동동숲의 성공 요인은 '진정성'과 '탈중심화'에 있다. 대도시의 화려한 문화 시설이 아님에도, 배익천 작가와 홍종관 발행인이 보여준 아동문학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과 후원은 전국의 작가들을 고성으로 불러 모았다. 이곳에서 작가들은 자본의 논리가 아닌 예술적 성취의 논리로 대우받으며,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나무와 돌을 통해 문학적 영생을 얻는다.
- 한국 아동문학의 미래 비전과 제언-
이런 자생적인 문화적 공간과 작가들이 지속 가능한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책적,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첫째, 동동숲과 같은 민간 주도의 아카이브 공간에 대한 공적 지원 체계의 정교화가 필요하다. 현재는 개인의 희생과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이곳이 보유한 250여 명의 작가 데이터와 식재된 나무들은 국가적 차원의 '살아있는 문학 유산'으로 관리될 가치가 충분하다.
둘째, 작가들이 개척해 온 '상담. 생태, 자연을 살리는 동화' 혹은 '치유 아동문학' 분야의 학문적 정립과 확산이 요구된다. 고령화 시대와 정서적 소외가 심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아이들뿐만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르는 문학적 치유 모델을 동동숲과 같은 공간에서 프로그램화하여 운영한다면 큰 사회적 효용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지역 문학 공간의 디지털화다. 동동숲의 '이 계절에 심은 동화 나무' 프로그램을 디지털화하여, 직접 방문하지 못하는 전 세계의 독자들도 메타버스 공간에서 숲을 거닐며 작가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