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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베지터블 가죽이란 무엇인가요?
_ 베지터블 가죽이란 식물에서 채취한 천연 탄닌으로 40~100일 이상 천천히 무두질한 가죽을 뜻합니다. 탄닌이 풍부한 나무 껍질에서 채취한 탄닌에 담가 가죽을 만들기 때문에 우리 피부에 직접 닿아도 극히 안전하며, 플라스틱 코팅이 없어 완전히 생분해 됩니다. 헤비츠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베지터블 가죽협회에서 공인한 베지터블 레더를 주요 소재로 사용합니다.
Q2. 베지터블 가죽은 왜 고가인가요?
_ 베지터블 가죽협회는 한정된 수량의 고급 원피만을 사용해 모두 수작업으로 가죽을 만듭니다. 가장 까다로운 유럽의 REACH규제에 적합하게 생산하여, 세계 어느 표준에도 대응하는 full 베지터블 가죽입니다. 헤비츠에서 사용하는 베지터블 가죽은 진피(은면)가 온전히 남아 있는 풀그레인 레더이자, 플라스틱 표면 코팅이 없는 아닐린 레더로, 롤스로이스 내장재나 에르메스 등 초고가 명품에 쓰이는 등급의 가죽입니다.
Q3. 천연 소가죽과는 다른 건가요?
_ 베지터블 가죽 역시 소의 원피로 만든 천연소가죽(genuine leather)입니다. 다만 이러한 분류는 지나치게 단순하여, 중금속 크롬(Cr)으로 대량 제작한 크롬가죽과 구분하기 위해 '베지터블'이라는 표현을 만든 것입니다. 이전까지 사용하던 6가 크롬은 더 이상 무두질에 사용할 수 없는 규제물질이어서 요즘 일반 가죽은 3가 크롬으로 만듭니다. 이 크롬 가죽 1cm²에서는 평균 72마이크로그램의 크롬이 방출되는데, 가죽이 건조하거나 직사광선을 쬐면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는 6가 크롬으로 산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당연히 크롬을 함유하고 있는 크롬 가죽이 폐기되면 중금속이 유출되어 토양을 오염시킬 수 있습니다. 오늘날 천연 소가죽의 90% 이상이 크롬 무두질로 만들어집니다. 크롬 검출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한 차례 크롬 무두질한 가죽을 다시 탄닌 용액으로 씻어 내는 방법도 사용되고 있지만, 크롬으로부터 안전한 방법은 오로지 베지터블 무두질뿐입니다.
Q4. 베지터블 가죽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나요?
_ 기본적으로 가죽의 무두질은 다량의 물을 사용하며, 유기물질과 화학제를 방출하는 산업입니다. 이 문제는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던 1992년 리우회담 이후 많은 연구와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각국은 자국 환경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많은 규제와 투자를 거듭해 왔습니다. 저개발 국가의 가죽 제조환경은 염려스러운 수준이지만,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제혁 시설은 높은 수준의 법적 규제에 의해 통제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오늘날 환경영향을 최소화한 선진국의 가죽산업은, 축산업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부산물을 가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속가능한 재생산업'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특히 중금속과 비닐, 독성 안료를 사용하지 않는 베지터블 가죽은 충분히 친인간적이며, 여느 소재보다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지속가능성과 친환경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Q5. 베지터블 가죽은 약해서 사용하기 까다롭다는데?
_ 베지터블 가죽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탄닌은 크롬에 비해 작용이 느리기 때문에, 무두질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가죽의 손상이 적습니다. 풀그레인 가죽은 가죽의 단백질 섬유 조직이 가장 치밀하고 튼튼한 은면이 가장 두껍게 남아 있어 오래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얇은 아닐린 마감 덕분에 모공이 막히지 않고 남아 있어, 가죽 스스로 유분과 수분을 흡수하여 최상의 가죽 품질을 오래도록 유지하게 됩니다. 오히려 베지터블 가죽은 여타 가죽들보다 훨씬 질기고 튼튼한 가죽입니다.
베지터블 가죽이 약하다는 오해는 부드러운 표면에 아무런 코팅이 없기 때문에 생겼습니다. 표면에 쉽게 흠집이 나거나 얼룩이 지기 때문에 언뜻 사용하기가 까다로워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전체 가죽은 스스로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며 오래도록 현격한 내구성을 보이게 됩니다. 코팅된 크롬가죽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조가죽들이 수 년 내 갈라지고 바스러지는 반면, 잘 관리한 베지터블 가죽은 수 십 년 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베지터블 가죽이 이렇게 사용자의 유수분을 흡수하며 색상이 짙어 지는 현상을 에이징(aging)이라고 하며, 오래도록 조금씩 깊어 지는 광택과 컨트라스트를 특별히 고색(patina)이라고 합니다.
Q6. 베지터블 가죽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요?
_ 간단히 말하면, 베지터블 가죽은 촘촘한 단백질 섬유로 이루어져 있는 마른 피부이자 아무런 처리를 하지 않은 원목과 같습니다. 마른 피부란 적정량의 유분과 수분의 유지가 중요하다는 뜻이고, 원목이란 사용자 스스로가 어떻게 관리하고 사용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오래도록 전해 온 다양한 가죽 관리법들은 대부분 가죽을 튼튼하게 보호하고, 적정량의 유분과 수분을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매일 사용하는 제품의 경우, 우리 피부로부터 필요한 유수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별다른 관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깨끗하게 장기간 사용할 수 있도록 처음 구입시 전용 가죽에센스를 1~2회 가볍게 도포해 주면 좋습니다. 일부 오일 성분이 풍부한 베지터블 가죽을 일주일~한 달 정도 일광에 내놓아 에이징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표면을 말려 내부에 있는 오일 성분을 표면으로 끌어내는 것이므로 가죽에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에도 미리 표면에 에센스를 충분히 발라 가죽이 마르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Q7. 가죽 에센스 대신 다른 제품이나 화장품, 오일 등을 사용해도 되나요?
_ 일반적으로 콜드 크림이나 바세린을 관리에 추천하기도 합니다. 알코올과 계면활성제 성분이 없고 유분이 풍부한 화장품이라면 대용품으로 사용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화장품은 복잡한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어 예기치 못한 현상이 있을 수 있으므로, 가급적 전용 가죽에센스를 권합니다. 특히 알코올 성분은 가죽 표면에 지울 수 없는 얼룩을 남기며, 흡수된 부위를 딱딱하게 만들어 가죽에 치명적입니다. 따라서 알코올을 함유한 화장품을 가죽에 직접 바르거나 향수, 주류가 가죽 면에 튀는 것은 주의해야 합니다. 화장품을 사용했을 때는 바로 가죽 제품을 만지지 말고, 알코올이 모두 날아간 뒤 접촉하는 것이 좋습니다.
크림화된 고급 밍크오일도 사용 가능합니다. 손가락으로 소량을 표면에 도포하여 에센스와 동일하게 사용합니다. 다만 가죽에 일반 액상 오일을 듬뿍 먹이면 전혀 다른 소재로 바뀌게 되므로 주의합니다. 오일에 따라서는 가죽을 딱딱하게 만들거나 풀어지게 만들기도 하므로, 오일을 사용할 때는 사전에 충분히 알아본 뒤 적용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오일로 특수하게 마감한 오일레더도 있습니다.
헤비츠에서는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독일산 레더 발삼(캐럿 에센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죽 에센스는 만능이 아니며, 무조건 많이 바른다고 좋은 것도 아닙니다. 처음 구입시 가볍게 몇 차례 발라 주는 것을 권장하며, 이후 사용 환경에 따라 1년에 1~4회 정도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Q8. 가죽에 물이 묻으면 어떻게 하나요?
_ 많은 사용자가 얼룩 때문에 가죽이 물에 노출되는 것을 매우 조심스러워 하지만, 코팅이 없는 베지터블 가죽은 생각보다 쉽게 마르며 품질에 큰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따라서 가죽이 젖었을 때는 문지르지 말고 깨끗한 마른 천이나 휴지로 두드려 닦은 뒤, 가능한 그대로 말려 주는 것이 좋습니다. 물 얼룩이 남은 경우에는 젖은 수건으로 전체 표면을 '살짝' 두드려 고르게 적셨다가, 그늘에서 말려 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 경우 전체적으로 색이 진해 지며, 충분히 마른 뒤 에센스로 마무리해서 가죽을 관리해 주어야 합니다. 가죽이 물에 완전히 젖은 경우 변형은 불가피하지만, 관리가 잘 된 가죽은 어느 정도 (심지어 여러 차례) 회복할 수 있습니다. 마르면서 가죽이 단단해 질 수 있으므로 천천히 말리고, 표면에 에센스를 충분히 도포해 최대한 변형을 방지해 줍니다.
전통적으로는 가죽 표면에 왁스를 먹여 물이 튀는 것을 방지했습니다. 왁스 코팅은 기본적인 발수력을 가지고 있어 일정 시간 동안 표면의 물이 가죽에 흡수되는 것을 막아 주며, 반대로 표면에 도포한 기름은 천천히 흡수하기 때문에 가죽의 보호와 관리에 아주 적합한 천연 코팅입니다. 크림화된 왁스는 손가락으로 가죽 표면에 살짝 펴 바른 뒤, 난로나 헤어 드라이기 등의 약한 열로 왁스를 녹여 골고루 흡수시켜 줍니다. 하드 왁스의 경우, 가열하여 액화된 왁스를 스펀지 등으로 굳기 전에 잘 펴 바르고, 다시 가열하여 흡수시켜 줍니다. 고열이나 강한 열풍은 가죽에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합니다.
Q9. 베지터블 가죽을 세척하는 방법은 없나요?
_헤비츠나 이탈리아 협회에서 공식적으로 제공하거나 추천하는 제품 및 방법은 없으며, 자연스러운 에이징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완전하진 않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가죽 세척제와 세탁법들이 등장하고 있으므로, 세척이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러한 제품이나 업체를 선택할 때, 베지터블 가죽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꼼꼼히 살펴 확인해야 합니다. 상당수 명품들조차 베지터블 가죽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명품가방 세탁업체라고 하여 모두 베지터블 가죽의 세척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가죽의 세탁은 사실 '복원'인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크롬 무두질한 소가죽은 마감할 때 표면을 살짝 갈아내 평탄화 한 뒤, 커버 안료와 비닐 코팅을 입혀 가죽을 마감하는데, 이러한 가죽을 세탁할 때는 사실 오염 부위를 다시 갈아낸 뒤, 정교하게 색상을 맞춰 재칠하고 다시 코팅을 입히는 방식으로 세탁합니다. 오래되어 마음에 안 드는 베지터블 가죽을 이런 식으로 새로 복원할 수는 있겠으나, 복원한 가죽의 표면은 일반 가죽처럼 에나멜이나 비닐 처리되며, 더 이상 가죽 에센스 등으로 관리하거나 에이징 할 수 없습니다.
Q10. 구입한 베지터블 가죽에 흠집이 있어요.
_ 가죽이 원래 피부였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아닐린 염색은 투명 수성염료를 가죽에 흡수시켜 색을 내는 방법으로, 상업용 가죽을 가장 자연에 가깝게 생산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가죽을 아닐린 가죽이라고 하는데, 소의 피부에 있는 점이나 주름, 상처 등을 내추럴 마크를 그대로 보여 주기 때문에, 고품질의 원장이 아니면 적용하기가 어렵습니다. 저품질의 가죽을 사용한 경우, 표면을 샌딩하고 진한 안료로 커버를 하게 됩니다. 따라서 가죽 제품에 있는 내추럴 마크들은 천연소가죽의 증명과 같은 것이고, 불량이 아닙니다.
이 표면의 내추럴 마크가 보이지 않도록 가죽을 재단하여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지 잠깐의 심미적 만족감을 위해 이런 방식으로 작업을 하게 되면, 사용하지 못하고 버리는 가죽면이 많아 지고, 자연스럽게 제품 가격이 높아질 뿐 아니라 폐기물 또한 늘어납니다. 가장 합리적이고 양심적인 방법을 찾는 헤비츠에서는 이러한 내추럴 마크를 그대로 사용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자투리를 최대한 활용하여, 합리적인 가격을 유지하는 동시에 폐기물을 줄이고 있습니다.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