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14
그러고 보니 나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문자로만 쓰고 있는것 같아요
입 밖으로 '행복해요'
이렇게 말해 본 기억이 없어요
혹시 글로 쓰게 되더라도
조금은 스멀거리는 느낌이었어요
내가 곰살 맞지 않아 그런가봐요
행복이 무언가
언제 행복했었나 생각해 보았어요
열정이 넘치는 시기에는
아무도 없는 시간이 되면
집 안에 가구들을 한참 들여다 보다
혼자 이리 저리 끌고 밀고
가구 위치를 달리 배치해 보죠
그런 힘이 어디서 나는지
장사가 따로 없어요
장농 소파 아무리 무거운 덩치라도
예쁜 집을 염원하면 나에게서 괴력이 나오는지
결국에는 움직여지더라구요
하긴 힘으로만 되는게 아니니까요
집 안을 나름의 그림대로 뒤집어 놓고
다른 집에 온 것 처럼 바라보며 행복했어요
가끔 화원에 가요
주근깨가 없었다면 백합 꽃처럼 보이는
서양 하얀 나리꽃을 사
탐스럽게 화병에 꽃아 놓아요
고것들의 존재감이 어찌나 큰지
순식간에 집안이 환해지면서
호사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줘요
그 안에서 붕 뜨는 기분이 되지요
아마 이런 것이 행복 아닐까요?
재봉틀 앞에 앉아 예쁜 천으로
이것저것 만드는 시간은
밤이 새는 줄도 몰라요
내가 만든 쿠션이 쇼파에 놓여지고
딸래미 방 하얀 레이스 두른 연분홍 커텐은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엄마의 마음이죠
내 손길로 만들어진 아이들은
사 온 것들과는 또 다른 정이 가고
하나 씩 완성될 때 마다
기쁨은 뭐에 비할 바가 아니였어요
비 오는 날은 간단하게 김치 썰어 넣고 컬칼하게
끊인 국수를 친구 불러 함께 먹어요
맛있다는 칭찬을 국수 그릇보다 더 크게 해줘요
갑자기 찾아 온 손님은 뜨거운 밥에
밑반찬 고추 간장졸임 어리굴젓등
있는것 꺼내고
쇠고기 넣은 된장찌개 끓을 동안
겉절이 무쳐 상 차리먼
맛있게 먹어주더라구요
마음 먹고 손님을 초대하는날은
나만의 샐러드에 깻잎 전 생선 구이
꿀 넣은 갈비 새콤 달콤 초 무침
몸살 나게 힘에 부쳐도 재미있었어요
잘 먹어주기만 하면 그만이예요
그것이 행복이었나 봐요
여름이면 팥이든 하드
겨울에는 홍시 먹을 때 행복해요
바구니의 귤은 보기만 해도 싱그럽구요
중간 고사 앞 둔 아이와 문제지 같이 풀어
좋은 성적 받아오면 나도 기분이 으쓱해져요
내가 고른 그의 넥타이가 멋지다는
칭찬 들었다며 웃어요
아마 그 보다 내가 더 흐믓했을거예요
그 맛에 내가 남성복 매장을 기웃거리게 되나봐요
설마 행복도 권태기가 있는지
요즘은 뭐든 시들하고 다 귀찮아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얼마든지
주위에 서성이는 행복이 있는데
챙기지 못하고 있나 봐요
내가 다가가야 하는데
일주일이 행복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나 찾아 보다가
모델 하우스 같이 아름답게 꾸민 정갈한 집에서
선율이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게 하고 그윽한 향의 차를 천천히 마셔가며 책을 본다면
일주일은 충분히 행복하고도 남을 거라고 생각해냈어요
집안 귀신인 나에게는 역시 거창한 것이 아니네요 그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