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 기동이 열대여섯 살 됐을까 면장 집 손자를 때려 이빨이 세 개나 부러졌어 대쪽 같은 아버지 몸 구부려 빌고 허둥지둥 돈을 구해 새 이를 넣어줬어 그 후 그 집 앞을 죄인처럼 지나다녔지 그래도 우리 칠남매는 부모 애 먹인 적은 없었다 끓던 이야기 서늘히 식혀 우스개로 흘리시던 어머니 낯 설은 사람이 되어 치매 병동에서 아들도 잊고 당신의 이름마저 잊으셨다 바라보시는 눈길 얼음 같다
해마다 돌아오는 사월이지만 이상고온과 폭설이 널뛰듯 오르고 내린다 먼저 핀 꽃들은 힘없이 떨어졌다
혹한과 꽃놀이가 한 몸에 있다
나비처럼 엷은 봄바람 타고 이 꽃술에서 저 꽃술로 꽃가루 부비며 꿈을 산란하던 먼 산 위의 봄이 돌덩이처럼 무겁다
만장일치
가을 들판에 서면 누렇게 익은 벼의 기립박수 소리가 들린다
지난여름은 야만의 햇볕과 욕설 같은 비바람의 아수라장 이었다
살을 떼어 내듯 조금씩 자신의 색깔을 내려놓았다
완벽하게 하나가 되는 열매를 맺는 순간은
미칠 듯 노랗게 물들지 않고서는 도달 할 수 없다
무성 영화
아버지는 퇴직금을 몽땅 넣어 증권나무를 샀다 열매가 달리지 않았다
캄캄한 화면을 배경으로 사선으로 비가 내렸다
병원 문을 나서서 걸어가는 부석부석한 아버지의 뒷모습 고독한 산이 무채색으로 흔들렸다
점점 멀어지다 한 점 속으로 들어 가셨다
스토리만 남긴 아버지 소리가 없다
동백꽃
웃어야한다
저마다의 憂愁에 발 담그고 웃고 있다
태어나면서 갚아야 할 슬픔이 있다
근심을 녹이는 일은 활짝 피어나 웃음을 버는 일
푸른 모가지 뚝뚝 떨어진다
웃으면서
기호의 발달
옛날 제주도 민가에는 정주석을 양쪽에 세워 놓고 정낭을 끼워 주인이 있는지 없는지 외출이 짧은지 긴지를 알렸다
베이징 국제 주방 설비 박람회에 한쪽 어깨와 한 쪽 엉덩이를완전히 노출한 언밸런스의 의상을 입고 등장한 간루루* 아찔한 파격 노출로 관광객과 취재진이 몰려와 아수라장이 됐다